[Make Money] '피 마르는 18시간' 펀드매니저의 하루
펀드매니저는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잠을 잘 수가 없다.

하루 18시간 동안 피 말리는 두뇌싸움을 펼쳐야 고객들이 투자한 소중한 자산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는 통상 자산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신탁회사(투신사)의 주식운용부에 근무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자산을 늘리고 싶은 고객들이 투신사에 돈을 투자하면 이 금액으로 주식 등에 투자해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 여의도 증권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통한다.

이들의 몸값은 천정지부로 치솟아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한다.

하지만 펀드매니저의 하루 일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매 순간 급변하는 주식시장을 체크해 재빠르게 주식을 사거나 팔지 못하면 손해를 본다.

K자산운용사 C 펀드매니저는 "언제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지는 못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만큼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펀드매니저 A씨는 평소 주식시장 변동에 발빠르게 대응하기로 유명하다.

주식이 내려갈 것 같으면 싼 가격에 사기 위해 돈을 더 투자하고 반대로 주식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 다양한 주식을 사들였다.

이 같은 전략이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맞아떨어졌다.

덕분에 자신이 맡고 있는 펀드의 수익률도 업계 최상위에 랭크됐다.

그런데 A 펀드매니저에게 2007년 1월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았다.

지난해 말 증시 전문가들 모두가 "2007년에는 강세장이 올 것"이라고 외쳤고, 그도 주식비중을 맘껏 늘렸는데 연초부터 예기치 않게 시장이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A 펀드매니저의 낙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포인트 이상 급등세를 보이자 그는 또 한번 죽을 맛이었다.

약세장이 더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에는 반대로 주식비중을 낮춰놨는데 예상과 달리 이틀 연속 시장은 마구 올랐다.

그렇다고 급등하는 주식에 몸을 실을 수도 없다.

시장이 언제 또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이 매번 생각과 다르게 움직일 때는 정말 죽고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주식시장이 급변하면 펀드매니저의 하루는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갈수록 펀드에 돈을 맡기는 고객들은 늘어나고 펀드의 수익률은 하루 단위로 공개돼 펀드매니저들 간 수익률 싸움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동양투신운용의 김영배 펀드매니저의 하루는 오전 6시 뉴욕 증권시장 체크로 시작된다.

7시30분 사무실에 도착하면 조간신문, 증권사 자료 등을 읽고 8시에 잡혀있는 전략회의에 참석한다.

이 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시장에 대한 많은 정보를 듣고 주식 매매 준비에 돌입한다.

장중에는 가급적 시세를 알려주는 단말기를 쳐다보지 않는다.

단말기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보고 있으면 투자원칙이 무너지고 시세에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시장 흐름에 변화를 줄 만한 요인들이 생겼을 때는 주가 움직임을 보며 시장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요즘처럼 시장이 급변할 때는 점심을 챙겨 먹는 것조차 사치다.

오후 3시 증시가 마감되면 펀드매니저들에겐 또 다른 일과가 기다린다.

3시까지가 머리를 굴리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발로 뛰는 시간이다.

그는 장 마감 후 특별한 업무가 없는 날은 대부분 김포공항이나 서울역으로 향한다.

부산 창원 대구 안산공단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자할 수 있는 우량기업들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상장기업의 IR(기업설명회) 담당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며 "자산가치 등을 평가하려면 해당 업체가 소유한 부동산을 직접 눈으로 보고 부동산에 들러 장부가와 시세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기업 탐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2년간 이렇게 탐방한 기업만 벌써 300개가 넘는다.

최소 사흘에 한 번꼴로 방문한 셈이다.

퇴근 후에는 업종 분석자료 등 증권사에서 보낸 이메일을 체크한다.

자정이 넘어 뉴욕증시의 개장 상황을 보고나면 겨우 잠을 청할 수 있다.

매일 피 말리는 전투를 치르다 보니 펀드매니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시장의 방향이 자신의 운용스타일과 반대로 움직일 때다.

대표적인 가치투자 신봉자인 이채원 밸류자산운용 전무는 지난 1999년 시장이 자신의 투자원칙과 전혀 다른 기술주 중심의 대세상승장으로 치달을 때 마음 고생으로 병원신세까지 져야 했다.

때문에 나름대로 스트레스 관리법을 갖고 있지 않으면 펀드매니저로서 생존이 불가능하다.

과거 한국투신에서 대표 펀드매니저로 활약했던 김석규 교보투신 사장은 "펀드매니저의 최대 적은 바로 게으름"이라며 "시장뿐 아니라 기업들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부지런하지 않은 펀드매니저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현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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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펀드…어디에 투자하는게 좋을까?

증권시장 펀드의 유형에는 투자 대상에 따라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를 비롯해 주식혼합형펀드,채권혼합형펀드,채권형펀드,MMF(초단기 채권형 펀드) 등이 있다.

펀드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면 △국제 증권·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최저 비용으로 특정 지수를 구성하는 주식들을 지수의 가중치에 따라 사고 보유하는 인덱스펀드 △무형의 기업 가치를 찾아내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 △부동산 직접 투자에 대한 대체상품으로 떠오른 부동산펀드 등 상당히 다양하다.

펀드 상품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스타일을 찾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투자한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아무리 적은 자산이라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재산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은 항상 고객 자산을 내 자산처럼 소중히 여기고 투자 원칙을 세우게 마련이다.

하지만 증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책임의 원칙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인투자자들도 단기간의 수익률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펀드매니저를 인정하며 서로 믿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펀드매니저들은 투자하기 전에 여유자금의 규모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무시하 채,투자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무리하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펀드 투자는 주식 직접투자에 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계획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