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뼈대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지난 9일 전격 제안했다.
원포인트 개헌이란 헌법의 다른 조항은 손대지 않고 대통령의 임기와 단임 조항만 고치자는 것.현재 개헌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는 주제들은 △남북관계의 재규정 등을 주장하는 '통일 대비 개헌론'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의 국회 이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상 확대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노 대통령이 제한한 '임기 4년,연임 허용' 개헌과 관련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는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사안인 만큼 폭발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5년 단임제의 문제 단임제의 문제년 단임제의 문제
청와대는 개헌 관련 설명자료에서 4년 연임제 도입을 '1987년 체제의 극복'이라고 규정했다.
5년 단임제 개헌이 이뤄진 1987년 당시에는 5년 단임제가 독재자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필요했지만,지금은 오히려 국정의 효율성·책임성·안정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해 책임 정치가 훼손되고 △대선 경쟁이 일찍 불붙어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시도가 반복되면서 정당정치가 약해진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대통령 임기 말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권력 누수(레임덕)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4년 연임제 역시 레임덕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개헌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4년 연임제의 경우 대통령이 재선에 들어가는 순간 곧바로 레임덕 현상이 오며 지금의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바로 그런 케이스"라고 설명한다.
레임덕 문제는 대통령의 능력 문제일 뿐 임기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문제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문제
청와대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선거 주기가 서로 달라 대통령은 5년 임기 중에 정권 평가적 성격을 갖는 선거를 세 번씩 경험하게 된다"며 "잦은 선거는 정당의 정치행위를 선거에 맞추게 했고,정쟁이 구조화하면서 국력 낭비를 불러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잦은 선거가 국정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4년에 한 번씩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는 쪽으로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달리한 것은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반론도 있다.
신명순 연세대 교수(정외과)는 "고비용 정치구조를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임기를 일치시키자는 주장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권력의 견제라는 문제도 동시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두 선거를 일치시킬 경우 현행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지하는 정당 위주의 '몰표' 현상이 발생해 여대야소 정국이 4년 내내 지속되거나 한 정당이 국회와 대권을 모두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지금 안하면 20년 기다려야?지금 안하면
청와대는 올해를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원포인트 개헌'의 최적기로 꼽았다.
2008년 초에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 만료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서로 임기를 손해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올해 개헌을 하지 못하면 4년 임기와 5년 임기가 다시 만나는 20년 후에나 개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학자들은 이 주장은 상당히 현실적인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이 같은 내용의 개헌안을 공약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임기 조정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갑작스레 개헌론을 꺼내든 것에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현 여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정치 국면을 바꾸기 위한 전략"이라고 개헌론을 평가절하했다.
신명순 교수도 "최근까지 한마디 언급도 없다가 대선을 앞둔 예민한 상황에서 이 얘기를 꺼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 본인이 아무리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렇게 해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2,3년 후면 각종 선거권을 갖게 되는 생글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송종현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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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뒷전… 97년 재판될까" 걱정
■경제에는 어떤 영향?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경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의 시선이 온통 개헌 문제에 쏠리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들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에다 부동산 문제로 야기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개헌을 둘러싼 정치 논란에 묻혀버리면,과거 대선 직전 정치 갈등이 컸던 1997년 외환위기나 2002년의 카드대란 같은 사태가 다시 터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걱정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있고 우리 경제도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4년 연임제 개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연말 대통령 선거만으로도 이미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태"라며 "여기에 개헌 논의까지 겹치면 불확실성은 예년의 2∼3배가 아니라 10배까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은 원포인트 개헌이라고 했지만 일단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이해 당사자들이 다양한 개헌 요구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하나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 국론이 분열되면서 경제가 뒷걸음질칠 우려마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 문제나 복지,토지 공개념 등의 다양한 요구가 개헌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사회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대논쟁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 불확실성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개헌 논의가 단기적으로는 분명 경제에 부정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며 지나친 불안감 확산을 경계했다.
원포인트 개헌이란 헌법의 다른 조항은 손대지 않고 대통령의 임기와 단임 조항만 고치자는 것.현재 개헌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는 주제들은 △남북관계의 재규정 등을 주장하는 '통일 대비 개헌론'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의 국회 이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상 확대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노 대통령이 제한한 '임기 4년,연임 허용' 개헌과 관련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는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사안인 만큼 폭발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5년 단임제의 문제 단임제의 문제년 단임제의 문제
청와대는 개헌 관련 설명자료에서 4년 연임제 도입을 '1987년 체제의 극복'이라고 규정했다.
5년 단임제 개헌이 이뤄진 1987년 당시에는 5년 단임제가 독재자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필요했지만,지금은 오히려 국정의 효율성·책임성·안정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해 책임 정치가 훼손되고 △대선 경쟁이 일찍 불붙어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시도가 반복되면서 정당정치가 약해진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대통령 임기 말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권력 누수(레임덕)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4년 연임제 역시 레임덕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개헌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4년 연임제의 경우 대통령이 재선에 들어가는 순간 곧바로 레임덕 현상이 오며 지금의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바로 그런 케이스"라고 설명한다.
레임덕 문제는 대통령의 능력 문제일 뿐 임기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문제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문제
청와대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선거 주기가 서로 달라 대통령은 5년 임기 중에 정권 평가적 성격을 갖는 선거를 세 번씩 경험하게 된다"며 "잦은 선거는 정당의 정치행위를 선거에 맞추게 했고,정쟁이 구조화하면서 국력 낭비를 불러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잦은 선거가 국정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4년에 한 번씩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는 쪽으로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달리한 것은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반론도 있다.
신명순 연세대 교수(정외과)는 "고비용 정치구조를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임기를 일치시키자는 주장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권력의 견제라는 문제도 동시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두 선거를 일치시킬 경우 현행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지하는 정당 위주의 '몰표' 현상이 발생해 여대야소 정국이 4년 내내 지속되거나 한 정당이 국회와 대권을 모두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지금 안하면 20년 기다려야?지금 안하면
청와대는 올해를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원포인트 개헌'의 최적기로 꼽았다.
2008년 초에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 만료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서로 임기를 손해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올해 개헌을 하지 못하면 4년 임기와 5년 임기가 다시 만나는 20년 후에나 개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학자들은 이 주장은 상당히 현실적인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이 같은 내용의 개헌안을 공약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임기 조정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갑작스레 개헌론을 꺼내든 것에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현 여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정치 국면을 바꾸기 위한 전략"이라고 개헌론을 평가절하했다.
신명순 교수도 "최근까지 한마디 언급도 없다가 대선을 앞둔 예민한 상황에서 이 얘기를 꺼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 본인이 아무리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렇게 해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2,3년 후면 각종 선거권을 갖게 되는 생글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송종현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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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뒷전… 97년 재판될까" 걱정
■경제에는 어떤 영향?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경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의 시선이 온통 개헌 문제에 쏠리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들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에다 부동산 문제로 야기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개헌을 둘러싼 정치 논란에 묻혀버리면,과거 대선 직전 정치 갈등이 컸던 1997년 외환위기나 2002년의 카드대란 같은 사태가 다시 터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걱정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있고 우리 경제도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4년 연임제 개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연말 대통령 선거만으로도 이미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태"라며 "여기에 개헌 논의까지 겹치면 불확실성은 예년의 2∼3배가 아니라 10배까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은 원포인트 개헌이라고 했지만 일단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이해 당사자들이 다양한 개헌 요구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하나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 국론이 분열되면서 경제가 뒷걸음질칠 우려마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 문제나 복지,토지 공개념 등의 다양한 요구가 개헌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사회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대논쟁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 불확실성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개헌 논의가 단기적으로는 분명 경제에 부정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며 지나친 불안감 확산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