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최근 유럽연합(EU)이 금세기 중반 이후 남유럽에서 더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일부 지역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 환경총국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자료와 인공위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종합해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이 같이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유럽은 기온 상승으로 쾌적한 시간과 풍요로운 들판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 반면,지중해 연안 등 남유럽은 더위,가뭄,홍수,수확 감소,담수 부족 등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북해와 발트해 연안이 새로운 피서지로 각광받게 되면서 잘사는 북유럽 시민들이 더 이상 남유럽으로 휴가를 떠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남유럽과 북유럽 사이 경제적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남유럽에서 휴가를 보내는 북유럽 사람들은 연간 1억명으로 전 세계 여행객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소비하는 여행 비용은 1000억유로(약 13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동안 유럽 내 여행으로 인한 자연스런 소득 분배가 중단될 경우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남유럽 국가들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북유럽에서 혹한(심한 추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남유럽에선 혹서(심한 더위)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2071년 유럽의 기온이 현재보다 3도 높아질 경우 연간 추가 사망자 수는 8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규제해 기온 상승을 2.2도로 억제하더라도 연간 추가 사망자 수는 3만6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으로 2071년 기온이 2.2도 오를 경우 남유럽에서 혹서로 2만9000명이 더 사망하게 되고,북유럽에선 혹서 사망자가 2만7000명 늘고 혹한 사망자는 2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곡물 수확량은 북유럽에선 70% 늘어나는 반면 남유럽에선 최대 80%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남유럽의 해수면 높이도 최대 1m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그 피해액이 2080년까지 최대 425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고서는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0.19%의 비용으로 배출가스 규모를 25% 줄일 수 있다"면서 "전 세계 배출가스 규모를 2050년까지 1990년보다 25%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 현상이 감지돼 환경론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지난 6일 낮 기온은 22.2도까지 올라가 역대 1월 기온 중 최고를 기록했다.

또한 뉴욕시에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단 한 차례의 눈도 내리지 않았다.

한겨울인 12월에 뉴욕에 눈이 내리지 않은 것은 1877년 이후 129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눈이 내리지 않은 곳은 뉴욕 뿐만이 아니다.

폴란드 바르샤바,헝가리 부다페스트,독일 베를린,오스트리아 빈,스웨덴 스톡홀름에도 아예 눈이 내리지 않거나 눈 구경을 거의 하지 못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최대 스키리조트인 블루마운틴 리조트도 올 겨울 눈이 전혀 내리지 않았다.

이 리조트는 개장 65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 중 스키장을 폐쇄하고 직원 1300명을 해고해야만 했다.

토론토시의 지난 5일 최고 기온은 11도로 종전 최고 기록인 1997년 1월5일의 10.1도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부 콜로라도주 덴버에는 최근 폭설과 함께 강풍이 불고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이 전복되고 사람이 매몰되는 등 더위와 추위를 넘나드는 기상 이변이 세계 각지에서 속출하고 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

[ 100년 역사의 빙상대회도 중단 위기 ]

* 얼마나 심각한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스케이트 마라톤 대회의 명맥도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얼어붙은 운하를 따라 네덜란드 프리스 지역 마을 11곳을 통과하는 200km 스케이트 마라톤 대회인 '엘프스테덴토흐트(Elfstedentocht)'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다시는 개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 대회는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가장 어려운 대회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참가자 수천명이 밤을 새워 달려야 하는 난코스로 유명한 대회다.

네덜란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는 300년 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연중 평균 기온이 11.2도였으며,이 같은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1997년 1월4일 열렸던 엘프스테덴토흐트 대회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헹크 크로스 대회 조직위원장은 "평균 기온이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단 하루만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회가 개최되려면 경주 구간인 운하 200km가 모두 최소 15cm 이상 두께로 얼어붙어야 하지만 지금은 얼음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지난 100년 동안 총 15차례 대회가 열렸지만 21세기에는 단 4차례만 경주를 할 수 있으리라는 게 네덜란드 기상청의 현재 전망이다.

네덜란드 기상청은 "겨울이 따뜻할수록 앞으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비관적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