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2006년 12월23일자 A1면

정부가 현행 24개월(육군 기준)인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병역제도는 청년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긴밀히 연관된 과제"라면서 "모병제를 제외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생산가능 인구가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감소하고 있고,개인의 총 근로기간 역시 선진국보다 10년 이상 짧다"며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군복무도 있지만 독일의 경우에는 사회복무도 있다"고 언급,대체복무 형태로 사회복무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모병제는 우리 상황에서 너무 이른 제도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방침은 전날 '장가 빨리 보내는 정책,결혼 빨리 하기 제도,직장에 빨리 갈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이 모병제 논란을 일으키자 이날 오후 배경설명을 자청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
[뉴스로 읽는 경제학] 군 복무기간 단축문제로 시끄러운데‥
군 복무기간 단축문제를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을 통해 "군대에서 썩지 않고 직장에 빨리 가고 결혼을 빨리 하는 제도를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청와대가 군복무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야당들은 대선을 겨냥한 선심 정책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가 하면,국방장관을 비롯 각 군 참모총장을 지낸 역대 군 수뇌부들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군 복무 단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증 장애인을 제외한 전원이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사회복무제도 도입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병역제도는 청년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긴밀히 연관된 제도인 것만은 틀림없다.

또 의무 복무기간을 비롯 적정 병력규모 등은 안보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도 있다.

현행 병역법상으로도 군 복무기간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6개월 이내에서 단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이러한 정책발상이 우리의 안보상황과 병력수급 등을 얼마나 면밀히 검토하고 나왔느냐 하는 점이다.


○찬성 쪽,"젊은 인력 활용도 높이기 위해 복무기간 단축해야"

청와대 등은 이번 복무기간 단축 방침이 그리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68만명인 현재의 군 병력을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 2020'에 따라 복무기간을 단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규모 병력 위주의 군 체제를 정예화하고 무기를 현대화해 선진국형 군대로 변모시킨다는 목표로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을 24조7000억원으로,지난해보다 9.7%나 늘렸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복무기간 단축의 필요성은 크다고 강조한다.

한창 활동적으로 일해야 할 나이에,그것도 수십만명이나 군대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군 복무에다 대학 진학 등으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경제 현장에 뛰어드는 시기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훨씬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복무기간 단축은 젊은 인력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대 쪽,"대선 겨냥한 선심성 정책은 용납할 수 없어"

한나라당 등에서는 군 복무기간을 갑자기 줄이면 국방력의 근간인 병역자원의 수급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해와 내년에도 병역자원이 각각 1만9000명,1만6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고 보면 복무기간 단축 문제는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다.

가뜩이나 북핵실험 등으로 안보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복무기간 단축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도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를 비롯 병역특례와 개인적 소신에 의한 병역 거부 등에 따른 병역자원의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군 복무단축을 거론하고 나섰으니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지난번 대선 때도 군복무 단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취임 첫해에 2개월씩 단축한 바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특정한 정파나 정권 차원에서 복무기간 단축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전투수행 능력 등 감안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물론 군 복무기간도 군 구조를 병력 위주에서 첨단기술 중심으로 바꿔가는 국방개혁의 큰 틀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저출산현상을 비롯 국방개혁 추진,국내외 안보 여건,전투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고 있는 만큼 군 복무기간 단축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더욱이 대선을 겨냥해 특정 정파나 정권 차원에서 정략적으로 추진될 경우 병역자원 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임은 물론 사회적 논란까지 야기할 수도 있다.

국민적 동의절차 없이 단축안을 확정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안을 마련하는 단계에서부터 보다 공개적이고,폭넓은 검증과 여론수렴 절차를 밟음으로써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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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풀이 ]

◆국민개병제=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모두가 군무를 맡게 되는 의무병역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병역법이 제정된 후 국민개병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2~3년의 범위에서 복무하도록 돼 있다.

여자는 제외된다.

◆대체복무제(alternative service)=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군 복무 대신 일정 기간동안 사회복지요원이나 사회공익요원,재난구호요원 등으로 일함으로써 군 복무를 대체하는 제도.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대체복무 전반에 대한 원칙 등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국방부 산하 대체복무제도연구위원회가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병제=나라에서 군인을 모집하는 것으로 직업군인제를 말한다.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방개혁 2020=선진 정예 강군을 목표로 2020년까지 추진될 국방 혁신과 군 개혁 등의 청사진을 담고 있는 장기비전이다.

국방개혁 추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소요재원의 확보와 군 병력감축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