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 놓은 당상' (O) '따 논 당상' (X)

바라는 것을 얻거나 차지하는 것이 의심할 나위 없이 확실할 때 쓰는 말이 '떼어 놓은 당상'이다.

그런데 이 말은 '따 놓은 당상','떼어 논 당상','따 논 당상' 등 여러 가지로 쓰인다.

우선 '떼어 놓은 당상','따 놓은 당상' 은 모두 허용되는 말이다.

당상(堂上)이란 조선시대에 정 3품 이상의 벼슬을 가리키는 말인데,지금으로 치면 고위 공직자라 칭할 수 있는 관직인 셈이다.

어원적으로는 '임금이 미리 당상의 자리를 따로 떼어 놓았을 정도로 확실하다'는 데서 온 말이 '떼어 놓은 당상'이다.

이를 후세에 사람들이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따놓은 자리'라는 의미로 적극적으로 해석해 썼는데,이런 용법이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다보니 이 표현도 허용했다.

문제는 '떼어 논' 또는 '따 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틀린 표기다.

'놓다/좋다/닿다/빻다/찧다' 등은 모두 규칙동사다.

이들은 활용할 때 '놓고/놓으니/놓으면/놓지/놓아/놓은' 식으로 받침 'ㅎ'이 탈락하지 않는다.

대개는 이들을 잘못 쓰는 경우가 없지만 유독 관형형인 '놓은'을 쓸 때 이를 줄여 '논'으로 적기 십상이라 문제가 된다.

이것이 틀린 것은 같은 계열인 '좋다/닿다/빻다/찧다' 등의 말이 그 관형형을 '존/단/빤/찐' 식으로 쓰지 않는다는 데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항상 '좋은/닿은/빻은/찧은'으로 활용한다).

관형형이 '논'으로 되는 말은 따로 있다.

바로 동사 '놀다'이다.

즉 '실컷 논 뒤에…' 식으로 쓰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놀다'의 관형형이 '논'으로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사 '졸다/달다/빨다/찌다'의 관형형이 각각 '존/단/빤/찐'이 된다.

착각할 수 있는 것에 '노랗다/동그랗다/어떻다' 등 'ㅎ' 받침을 갖는 일부 말들이 있다.

이들은 관형형으로 '노란/동그란/어떤'의 형태를 취하는데,이는 전혀 다른 계열의 단어들로서 'ㅎ'불규칙 용언이다.

이들은 당연히 관형형으로 받침 'ㅎ'이 탈락한 형태를 취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