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4000만명을 돌파했다.

1998년 6월 1000만명, 1999년 8월 2000만명, 2002년 3월 3000만명을 넘어선 뒤 이제는 전체 인구(4857만명)의 82.3%가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

휴대전화는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사용할 만큼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같은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조급한 냄비 문화, 빈번한 사건·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과소비가 자리 잡고 있어 무조건 반길 일만도 아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휴대전화 보유율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다.

휴대전화를 갖지 않은 800여만명 가운데 영·유아나 초등학생(392만명) 유치원생(54만명) 및 고령자 등을 빼면 성인은 물론 중·고교생들도 대부분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청소년의 휴대전화 보유율은 1999년 12.1%에서 올해 초 79.4%로 높아졌다.

요즘 청소년들은 휴대전화가 필수적이란 주장도 있지만 사실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씀씀이는 지극히 소비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제적 능력이 없고 자기 판단이 미숙한 청소년에게는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

우선 휴대전화에 몰입함으로써 정신적 불안,병리 현상을 수반한 학습 방해를 가져온다.

작년 초 휴대전화를 구입한 김진성군(울산 성신고)은 "특별히 문자 메시지나 전화가 오지 않아도 휴대전화를 자주 꺼내 보게 되고 오랫동안 진동이 울리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또 수업 시간에 문자가 오면 즉시 답장을 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 한눈을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구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화역기능대응단장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가지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한 달에 300건,많게는 500건 이상의 문자를 보내는 청소년이 대부분이어서 학업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소년들 사이에선 휴대전화를 보유하지 않거나 옛 기종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위화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젊은 층, 특히 청소년일수록 휴대전화는 본래 기능(통신)보다 패션 상품, 과시 용품의 성격이 강하다.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서 일하는 박모씨(울산 삼산동)는 "주로 청소년들이 매장을 방문하는데 휴대전화를 고를 때 가격이나 품질보다는 새로운 디자인인지를 따지며 한 번 사서 1년 넘게 쓰는 학생이 드물 정도로 교체 주기가 짧다"고 귀띔했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 대화가 부족한 가족·학교라는 사회 구조 안에서 자기만의 공간인 휴대전화는 청소년들의 유일한 탈출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휴대전화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학업 차질, 과도한 통화료 등의 부작용은 청소년 스스로 자제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청소년들이 올바른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사회 차원의 교육도 휴대전화 인구 4000만명 시대에 절실히 요구된다.

윤승철 생글기자(울산 성신고 2년) tmdcjf23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