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를 지망하려는 학생들은 한 번쯤 '경제학은 차가운 학문이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뜨거운 가슴은 버리고 차가운 머리만 들고 오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는 경제학이 '차가운 이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말들이다.

경제학에서 그래프와 수식을 통해 측정해 내고자 하는 개념은 '효율성'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효율성을 측정해 내는 과정은 '뜨거운 가슴'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차가워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금은 사치품에 부과하는 게 옳은가, 쌀과 같은 필수품에 부과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에서 경제학은 '필수재는 수요 그래프가 비탄력적이므로 필수재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 효율성의 상실이 적다'고 말한다(엄밀히 말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효율성이 극대화된 상태다). 뜨거운 가슴의 대표적인 예가 실업 대책이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오히려 실업 대책을 줄이는 것이 실업 문제 해결에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경제학이 겉으로 보기에 쌀쌀맞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학은 궁극적으로 차가운 학문은 아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은 가장 따뜻한 가슴을 가진 학문"이라고 반박한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따뜻한 가슴이 원하는 행복한 세상은 차가운 이성을 통해서만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며 "차가운 이성을 제공하는 것이 경제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누구나 잘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데 필수적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한 채 따뜻한 가슴만 내세우면 비효율성이 발생해 결국은 모두가 못사는 사회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경제학'이란 '따뜻한 가슴'이 설정한 목표를 '차가운 이성'으로 이룩하려는 학문이라 볼 수 있다.

실업 대책을 놓고 볼 때 경제학이 실업자들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 대책을 줄이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업자들이 생겨난 근본 원인이 노동 시장의 수요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를 활성화시켜 노동 시장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나 노동운동가들은 문제의 본질은 생각하지 않은 채 실업 대책의 확대를 요구한다.

경제학이 걷고 있는 길은 비경제학도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차가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피도 눈물도 없는 시장주의자'라며 경제학도를 배척하기 일쑤다.

그러나 경제학도는 오히려 '차가운 이성이 부재한 따뜻한 가슴'이 초래할 불운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차가운 이성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도들이여,자신감을 갖자.경제란 궁극적으로 가장 따뜻한 학문이다.

이승호 생글기자(서울대 사회과학계열 1년)_moonbird_@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