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거 무전기 광고인가요?"

중학교 2학년 영어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던진 질문이다.

그 이유는 교과서에 나온 휴대폰이 요즘 학생들이 가진 휴대폰이나,휴대폰 광고에서 흔히 접하는 기종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한 달만 지나도 구식이 되는 시대에 교과서에 게재된 사진은 근 10년 전 크고 투박한 무전기 같은 구형 기종이니 학생들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중·고교 교과서가 안고 있는 문제는 비단 오래된 사진이나 그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 대 인간의 상호 작용으로 부단히 변화하는 현상을 다루는 사회과 교과서는 각종 자료나 통계가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아 공부하는 데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한다.

김자영양(인천여고 2년)은 "법과사회 교과서의 참정권 부분에서 선거권 제한 연령이 법 개정 전의 수치로 표기되어 있어 놀랐다"며 "처음에는 신문에서 읽은 것이 잘못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리부도의 경우엔 수입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 지역별 생산량 변화 등과 같은 통계 자료가 2000년 이전의 것들로 채워져 있어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사회문화 교과서 역시 끊임없이 많은 사회 문제가 일어나고 이익집단 간의 충돌을 빚고 있는데, 제시된 사례는 몇 년씩 지난 것들뿐이어서 변화된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A출판사 작문 교과서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에 대한 희망적인 글을 담고 있고, B출판사의 중3 가정 교과서는 1988년 논문 자료를 인용해 이제는 사라져 가는 석탄 캐는 사람을 단순 노무 종사자의 대표적인 예로 분류해 놓고 있다.

윤미영 선생님(성신여고 사회과)은 "대부분의 교과서에 들어 있는 자료는 일러야 2000년대 초반 자료여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요즘은 어때요?'라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수업 전에 최근 자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번거로운 점이 없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측도 문제가 있다.

과목별로 많은 종류의 교과서가 있어 서로 경쟁이 치열하지만, 각 학교에선 한 번 교과서로 채택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계속 그 교과서를 사용하는 게 보통이다.

때문에 출판사측은 고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의식이 희박해져 교과서 개정에 소홀한 실정이다.

물론 해마다 교과서를 최신 자료와 통계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해묵은 자료나 통계를 몇 년씩 방치하는 것은 심하다는 지적이다.

이지민양(마산 제일여고 2년)은 "교과서를 개편할 때 최소한 시기적으로 근접한 자료를 사용하거나 잘못된 점은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는 학교 공부의 기초이자 논술의 최고 학습서라는 점에서 오류를 수정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구슬 생글기자(마산 성지여고 2년) happy278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