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를 찾아 각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사회문화 현상에 적용하여 논술하시오．(1800자 안팎, 150분)
(가)
『주역』의 화택규(火澤目癸) 괘는 태하리상(兌下離上)의 괘다. 상리괘(上離卦 )는 불(火)이고 하태괘(下兌卦 )는 연못(澤)이다.[…]
규(目癸)는 노려볼 규. 등지다, 배반하다의 뜻. 곧 서로의 의견이 어긋나서 반목하다, 노려본다는 의미다.[…]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밑으로 흘러가니 이것은 서로의 의사가 합쳐지지 않고 반목해서 서로 배반하는 상태다.[…]
규괘를 한 개인으로 보고 해석하면 곧 그 마음이 순일(純一)하지 못해서 사욕과 도리(道理)가 갈등하므로 생각이 통일되지 못해 바른 길을 못 찾는 상태다.
이래서는 원만한 인격을 이루기 어렵다.
집단이나 한 국가로 보고 해석해도 내용은 같다.[…]
군자는 이 상(象)을 법도로 삼아, 귀결되는 바는 설사 같다 할지라도 그 하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선처해야 한다.[…]
사람이 행복을 구하는 뜻은 비록 같다 해도 그 행위는 모두 다르다. '같으면서 다름(同而異)'은 이런 의미다.[…]
이 우주와 인생에는 시간과 공간, 환경의 변화 때문에 동일한 것이라곤 존재할 수 없다.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인성(人性)도 비록 근원은 동일할지라도 말단에 이르러서는 서로 어긋남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규괘는 이런 도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어긋남을 인식하면서 화협(和協)의 도리를 찾아야 한다.[…]
규의 상태는 고금왕래(古今往來)에, 인류 사회에 면면히 계속되고 있다.
「단전」에는 […] '다르면서 같음(異而同)'의 도리를 말했으며 「대상전」에는 '같으면서 다름(同而異)'을 말했으니, 이 도리를 터득하면 인간만사에 통용되어 큰 허물을 범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성인이 "어긋남(?)의 때의 쓰임이 위대하다"라 했다. […]
「계사전」에서는 "나무를 굽혀 활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화살을 만들어서 활과 화살을 이용함으로써 천하를 위협하니, 아마 이것은 규괘에서 취함이니라"고 언급하였다.
―남동원， 『주역 해의』
(나)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축복의 단지를 곁에 두시고, 말씀하시길,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주겠노라,
이 세상 여기저기 흩어진 부를
이 한 줌에 다 모으리라."
그래서 먼저 힘이 길을 뚫자, 이어서 아름다움,
다음엔 지혜, 명예, 쾌락이 흘러 들어갔다.
거의 동이 날 무렵, 하나님은 잠시 멈추셨다.
모든 보물 중에 혼자만 남아,
안식이 맨 바닥에 있음을 보시고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만약 내가
이 보석조차 인간에게 부여한다면,
나보다도 내 선물들을 더 숭배할 것이니,
자연을 지은 하나님 대신, 자연에서 안식할 것이요,
결국 우리 둘 다 패배자가 되리라."
"그러므로 다른 축복은 누리나,
늘 목마른 불안에 젖게 하리라.
인간은 풍요롭되 피로에 시달리게 하라. 그리하여 적
어도,
선(善)이 그를 인도치 못하면, 피로함이 그를
내 품에 던질 수 있도록."
―조지 허버트， 『도르래』
(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불안의 현상 가운데 몇 가지만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의 관심을 그런 현상들에 국한시켜야 한다.
예를 들자면 그런 현상들은 아이가 혼자 있거나 어두운 곳에 있거나 또는 어머니처럼 아이가 잘 알고 있는 사람 대신 알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타난다.
이 세 가지 예들은 단 한 가지의 조건, 즉 아이가 좋아하고 갈망하는 누군가가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는 경우로 축약할 수 있다.
[…]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대상 상실의 문제 외에도 더 고찰할 것이 있다.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지 어머니가 자기의 모든 욕구를 지체 없이 만족시켜 준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위험으로 느끼고 보호받고 싶어하는 상황은 욕구로 인해 긴장이 증가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아무 해결도 할 수 없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
자극이 심리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채 불쾌감을 유발하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아이들에게는 필경 태어날 때의 경험과 유사할 것이고, 따라서 위험 상황의 되풀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 해소되어야 할 자극이 축적되는 것, 이것이 위험의 진정한 본질이다.
이로부터 불안의 반응이 나타난다.
불안은, 출생시 이 반응이 체내의 자극을 해소하기 위해 폐를 활성화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 또한 축적된 자극을 호흡기관과 발성기관으로 돌려 엄마를 부르게 되는 과정을 유도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
위대한 발견은 생각들이 서로 부딪치고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겨난다.
플람스테이드와 핼리의 실용적인 천문학 해석은 뉴턴으로 하여금 혜성의 움직임을 이론적으로 설명해내게 했고, 그 후 하늘에 있는 모든 물체들 상호간에 작용하는 만유인력 법칙을 주장하게 하였다.
혹성과 혜성들의 궤도가 공히 타원형인 이유는 이 법칙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뉴턴의 이 '중력론'은 주어진 데이터에 대한 전적으로 순수과학적인 논증은 아니었다.
사뭇 신비롭게 들리는 이 '보이지 않는 인력' 개념은 유럽 전역이 유달리 불안정했던 때인 17세기 후반에 당혹스러울 정도로 자주 나타났던 혜성에 대해 우주적 신비 등을 내세워 설명하려던 미신장이들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았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초판에서 뉴턴은 우주의 조화와 균형이 곧 깨어질 수도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그 예로 최근 하늘에 나타난 일련의 놀라운 현상들, 즉 혜성의 잦은 출현을 들었다.
그리고 핼리는 1697년에 영국 왕립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에 혜성과 같은 크기의 물체가 충돌할 때"의 효과를 "다시 태초의 카오스 상태로 지구가 환원될 수도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특히 1680~81년 혜성은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뉴턴도 여든 살이 넘었을 때 조카 존 컨듀잇에게 1680년에 태양을 스치듯 비켜간 혜성에 의해 지구가 거의 멸망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 혜성이 중력에 의해 태양으로 끌려들어갔더라면 그 결과 지구는 엄청난 화염으로 멸망했으리라는 것이다.
핼리도 같은 생각이었다.
[…]
핼리와 뉴턴은 둘 다 1680년에 왔던 혜성이 다시 나타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결국 '그 혜성의 여파'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믿었다(핼리의 계산에 의하면 그 혜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은 575년이었다). 컨듀잇은 뉴턴과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언제 이 혜성이 태양으로 떨어질지 알 수는 없네. 어쩌면 그 혜성이 대여섯 바퀴는 더 돌고 난 후일 수도 있지. 그게 언제이건, 혜성이 떨어진다면 태양의 열이 치솟아 지구는 다 타버리고, 생명체란 하나도 살아 남지 못할 것이네."
―리자 자딘，『기발한 탐구; 과학혁명의 구축과정』
* 연세대 2006학년도 정시 논술문제 해설
논제의 공통주제는 '불안' … 콕 집어내기 어려웠지!
연·고대 정시 논술에서는 공통 주제를 알려 주지 않으므로 수험생이 제시문으로부터 직접 뽑아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전체 논술시험 평가요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배점도 높을 수밖에 없다.
연세대측은 2006학년도 정시 논술이 끝난 후 논제의 주제를 '불안'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여러 제시문에서 공통적인 핵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개념을 정확히 포착했는가이다.
실제로 어떤 학생은 '불안'이라는 키워드를 잡아내고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 답안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글 전체가 이 공통 주제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서술되었는지 여부이다.
하나의 글로서 잘 엮어내지 못하면 군데군데 논리와 직관들이 번득이더라도 전체적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중요한 평가요소는 내용과 전개 방식의 독창성이다.
독창성이라면 거창한 것을 연상하는데, 일상 경험 가운데 주제를 다루는 데 적합한 것들을 떠올려 잔잔하게 써 나가면 의외로 재미도 있고 독창적인 글이 된다.
◆제시문 해설 및 공통주제 도출과정
(가) 다소 시사적인 의미도 함께 지녔던 제시문이다.
교수신문이 2005년 12월19일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에 적합한 사자성어로 '上火下澤(상화하택)'을 꼽아 발표한 직후에 시험이 치러졌기 때문이다.
당시 신문지상에 양극화와 행정도시 건설 관련 잡음 등 사회적 갈등이 심했는데, 이 점에 대해 교수 사회가 우려를 표명하는 맥락이었다.
당시 여러 신문에 '위와 아래가 서로 반목함' '서로 등을 돌림'과 같이 해석해 갈등 양상을 직접 지칭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던 당시 분위기를 미리 언론보도 내용을 통해 알고 있던 학생이 논점 포착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제시문의 논지는 오히려 불과 물이 서로 달라 갈등하는 가운데 발전이 있다는 의미였다.
오히려 갈등의 순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같은 말을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시사적이되, 시사를 외워서는 해석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나) 두 번째 제시문은 두 개의 대립어로 쉽게 읽힌다.
'안식'과 '피로(불안)'이다.
그런데 시나 우화, 소설을 언어화할 때는 '의미'가 중요하다.
하나님이 어째서 안식을 주지 않았는지, 그 의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안식을 주면 자연에 머물러 하나님께 귀의하지 않으리라는 대목이 그 부분이다.
풍요에 안주하여 선(善)과 하나님을 잊을까 염려하였다고 읽힌다.
(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글은 유아가 어머니를 불러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에 '위험'과 '불만', 혹은 '불안'이 일정한 기능을 한다는 의미다.
어떤 단어가 프로이트의 논지를 대표할까? 아이가 어머니를 찾는 데는 구체적인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불만족과 더불어 막연한 불안감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어머니에게 의지하여 생존하는 것이다.
(라) 마지막 글은 다른 제시문과 어울리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불안' '갈등' '위험' '피로' '불만' 등의 후보 가운데 전체 주제의 핵심어를 선정하는 데 이 제시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 거꾸로 이 글을 '뉴턴의 과학적 업적이 미신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읽을 것이냐, 혹은 '혜성 충돌의 불안감이 과학적 발견의 동기가 되었다'로 읽을 것이냐는 다른 제시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학생들이 이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논술에서 복수의 제시문과 자료가 제공될 때에는 제시문 하나 하나의 의미를 개별적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다른 제시문과의 상대적·의미상의 위치를 어림하고 비교하면서 읽어야 한다.
여러 개의 자료가 하나의 논제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안 작성 요령
공통 주제의 추출이 끝나고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자신만의 글로서 독자적인 목차를 작성해 나가되 중요한 부분에서 제시문을 분석한 결과를 사용해야 한다.
고려대 논제는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밝히고'라는 대목이 있으므로 제시문들을 분석하는 작업이 자신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에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작년 연세대 지시문은 그런 말이 없으므로 자신만의 서론과 목차에 따라 글을 구성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불안'이 발전의 원리(제시문 가)로서, 풍요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의 근원(제시문 나)으로서, 생존(생명)에 필수적인 요소(제시문 다)로서, 지적·과학적 발전의 동기(제시문 라)로서 어떻게 우리 삶과 역사에 긍정적 기능을 해 왔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하면 될 것이다.
단, 글 전체를 다 읽고 나면 논지가 한 문장으로 요약되도록 뚜렷한 방향을 가진 글을 쓰자. 아무리 잘 이해했어도 쉽고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연세대 정시 논술은 전통적으로 공통 주제를 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들 한다.
공통 주제를 도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제시문을 분석하고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는 구조가 고려대 정시와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제시문의 출처가 동·서·고·금, 과학·철학·문학 등으로 매우 폭이 넓고 시·그림도 분석 대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연세대 정시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시와 소설 등의 문학 작품과 회화를 분석적으로 감상하고 의미를 끌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너무 어렵지 않은 문학평론, 미술평론 문장을 읽어서 어떻게 예술작품의 의미를 분석하고 감상을 언어화하는지 이해해 본다.
그런 다음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읽고 한두 단락으로 의미를 정리하는 연습을 하면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 공통 주제를 콕 집어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주제를 포착한 뒤에는 일상적인 주변의 일과 시사 이슈, 역사적 사건들을 떠올려보면서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적어나가면 충분하다.
간혹 일부 논술학원에서 논제를 적중했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을 하더라도 흔들릴 필요 없다.
논술 시험의 주제는 제시문을 하나만 바꿔도 미묘하게 변하고, 그에 따라 다른 제시문의 독해 방향이나 답안의 주안점도 달라지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윤대경 S·논술 압구정점 부원장 ydkby2@nonsul.com
(가)
『주역』의 화택규(火澤目癸) 괘는 태하리상(兌下離上)의 괘다. 상리괘(上離卦 )는 불(火)이고 하태괘(下兌卦 )는 연못(澤)이다.[…]
규(目癸)는 노려볼 규. 등지다, 배반하다의 뜻. 곧 서로의 의견이 어긋나서 반목하다, 노려본다는 의미다.[…]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밑으로 흘러가니 이것은 서로의 의사가 합쳐지지 않고 반목해서 서로 배반하는 상태다.[…]
규괘를 한 개인으로 보고 해석하면 곧 그 마음이 순일(純一)하지 못해서 사욕과 도리(道理)가 갈등하므로 생각이 통일되지 못해 바른 길을 못 찾는 상태다.
이래서는 원만한 인격을 이루기 어렵다.
집단이나 한 국가로 보고 해석해도 내용은 같다.[…]
군자는 이 상(象)을 법도로 삼아, 귀결되는 바는 설사 같다 할지라도 그 하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선처해야 한다.[…]
사람이 행복을 구하는 뜻은 비록 같다 해도 그 행위는 모두 다르다. '같으면서 다름(同而異)'은 이런 의미다.[…]
이 우주와 인생에는 시간과 공간, 환경의 변화 때문에 동일한 것이라곤 존재할 수 없다.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인성(人性)도 비록 근원은 동일할지라도 말단에 이르러서는 서로 어긋남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규괘는 이런 도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어긋남을 인식하면서 화협(和協)의 도리를 찾아야 한다.[…]
규의 상태는 고금왕래(古今往來)에, 인류 사회에 면면히 계속되고 있다.
「단전」에는 […] '다르면서 같음(異而同)'의 도리를 말했으며 「대상전」에는 '같으면서 다름(同而異)'을 말했으니, 이 도리를 터득하면 인간만사에 통용되어 큰 허물을 범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성인이 "어긋남(?)의 때의 쓰임이 위대하다"라 했다. […]
「계사전」에서는 "나무를 굽혀 활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화살을 만들어서 활과 화살을 이용함으로써 천하를 위협하니, 아마 이것은 규괘에서 취함이니라"고 언급하였다.
―남동원， 『주역 해의』
(나)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축복의 단지를 곁에 두시고, 말씀하시길,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주겠노라,
이 세상 여기저기 흩어진 부를
이 한 줌에 다 모으리라."
그래서 먼저 힘이 길을 뚫자, 이어서 아름다움,
다음엔 지혜, 명예, 쾌락이 흘러 들어갔다.
거의 동이 날 무렵, 하나님은 잠시 멈추셨다.
모든 보물 중에 혼자만 남아,
안식이 맨 바닥에 있음을 보시고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만약 내가
이 보석조차 인간에게 부여한다면,
나보다도 내 선물들을 더 숭배할 것이니,
자연을 지은 하나님 대신, 자연에서 안식할 것이요,
결국 우리 둘 다 패배자가 되리라."
"그러므로 다른 축복은 누리나,
늘 목마른 불안에 젖게 하리라.
인간은 풍요롭되 피로에 시달리게 하라. 그리하여 적
어도,
선(善)이 그를 인도치 못하면, 피로함이 그를
내 품에 던질 수 있도록."
―조지 허버트， 『도르래』
(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불안의 현상 가운데 몇 가지만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의 관심을 그런 현상들에 국한시켜야 한다.
예를 들자면 그런 현상들은 아이가 혼자 있거나 어두운 곳에 있거나 또는 어머니처럼 아이가 잘 알고 있는 사람 대신 알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타난다.
이 세 가지 예들은 단 한 가지의 조건, 즉 아이가 좋아하고 갈망하는 누군가가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는 경우로 축약할 수 있다.
[…]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대상 상실의 문제 외에도 더 고찰할 것이 있다.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지 어머니가 자기의 모든 욕구를 지체 없이 만족시켜 준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위험으로 느끼고 보호받고 싶어하는 상황은 욕구로 인해 긴장이 증가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아무 해결도 할 수 없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
자극이 심리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채 불쾌감을 유발하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아이들에게는 필경 태어날 때의 경험과 유사할 것이고, 따라서 위험 상황의 되풀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 해소되어야 할 자극이 축적되는 것, 이것이 위험의 진정한 본질이다.
이로부터 불안의 반응이 나타난다.
불안은, 출생시 이 반응이 체내의 자극을 해소하기 위해 폐를 활성화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 또한 축적된 자극을 호흡기관과 발성기관으로 돌려 엄마를 부르게 되는 과정을 유도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
위대한 발견은 생각들이 서로 부딪치고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겨난다.
플람스테이드와 핼리의 실용적인 천문학 해석은 뉴턴으로 하여금 혜성의 움직임을 이론적으로 설명해내게 했고, 그 후 하늘에 있는 모든 물체들 상호간에 작용하는 만유인력 법칙을 주장하게 하였다.
혹성과 혜성들의 궤도가 공히 타원형인 이유는 이 법칙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뉴턴의 이 '중력론'은 주어진 데이터에 대한 전적으로 순수과학적인 논증은 아니었다.
사뭇 신비롭게 들리는 이 '보이지 않는 인력' 개념은 유럽 전역이 유달리 불안정했던 때인 17세기 후반에 당혹스러울 정도로 자주 나타났던 혜성에 대해 우주적 신비 등을 내세워 설명하려던 미신장이들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았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초판에서 뉴턴은 우주의 조화와 균형이 곧 깨어질 수도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그 예로 최근 하늘에 나타난 일련의 놀라운 현상들, 즉 혜성의 잦은 출현을 들었다.
그리고 핼리는 1697년에 영국 왕립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에 혜성과 같은 크기의 물체가 충돌할 때"의 효과를 "다시 태초의 카오스 상태로 지구가 환원될 수도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특히 1680~81년 혜성은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뉴턴도 여든 살이 넘었을 때 조카 존 컨듀잇에게 1680년에 태양을 스치듯 비켜간 혜성에 의해 지구가 거의 멸망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 혜성이 중력에 의해 태양으로 끌려들어갔더라면 그 결과 지구는 엄청난 화염으로 멸망했으리라는 것이다.
핼리도 같은 생각이었다.
[…]
핼리와 뉴턴은 둘 다 1680년에 왔던 혜성이 다시 나타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결국 '그 혜성의 여파'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믿었다(핼리의 계산에 의하면 그 혜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은 575년이었다). 컨듀잇은 뉴턴과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언제 이 혜성이 태양으로 떨어질지 알 수는 없네. 어쩌면 그 혜성이 대여섯 바퀴는 더 돌고 난 후일 수도 있지. 그게 언제이건, 혜성이 떨어진다면 태양의 열이 치솟아 지구는 다 타버리고, 생명체란 하나도 살아 남지 못할 것이네."
―리자 자딘，『기발한 탐구; 과학혁명의 구축과정』
* 연세대 2006학년도 정시 논술문제 해설
논제의 공통주제는 '불안' … 콕 집어내기 어려웠지!
연·고대 정시 논술에서는 공통 주제를 알려 주지 않으므로 수험생이 제시문으로부터 직접 뽑아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전체 논술시험 평가요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배점도 높을 수밖에 없다.
연세대측은 2006학년도 정시 논술이 끝난 후 논제의 주제를 '불안'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여러 제시문에서 공통적인 핵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개념을 정확히 포착했는가이다.
실제로 어떤 학생은 '불안'이라는 키워드를 잡아내고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 답안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글 전체가 이 공통 주제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서술되었는지 여부이다.
하나의 글로서 잘 엮어내지 못하면 군데군데 논리와 직관들이 번득이더라도 전체적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중요한 평가요소는 내용과 전개 방식의 독창성이다.
독창성이라면 거창한 것을 연상하는데, 일상 경험 가운데 주제를 다루는 데 적합한 것들을 떠올려 잔잔하게 써 나가면 의외로 재미도 있고 독창적인 글이 된다.
◆제시문 해설 및 공통주제 도출과정
(가) 다소 시사적인 의미도 함께 지녔던 제시문이다.
교수신문이 2005년 12월19일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에 적합한 사자성어로 '上火下澤(상화하택)'을 꼽아 발표한 직후에 시험이 치러졌기 때문이다.
당시 신문지상에 양극화와 행정도시 건설 관련 잡음 등 사회적 갈등이 심했는데, 이 점에 대해 교수 사회가 우려를 표명하는 맥락이었다.
당시 여러 신문에 '위와 아래가 서로 반목함' '서로 등을 돌림'과 같이 해석해 갈등 양상을 직접 지칭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던 당시 분위기를 미리 언론보도 내용을 통해 알고 있던 학생이 논점 포착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제시문의 논지는 오히려 불과 물이 서로 달라 갈등하는 가운데 발전이 있다는 의미였다.
오히려 갈등의 순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같은 말을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시사적이되, 시사를 외워서는 해석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나) 두 번째 제시문은 두 개의 대립어로 쉽게 읽힌다.
'안식'과 '피로(불안)'이다.
그런데 시나 우화, 소설을 언어화할 때는 '의미'가 중요하다.
하나님이 어째서 안식을 주지 않았는지, 그 의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안식을 주면 자연에 머물러 하나님께 귀의하지 않으리라는 대목이 그 부분이다.
풍요에 안주하여 선(善)과 하나님을 잊을까 염려하였다고 읽힌다.
(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글은 유아가 어머니를 불러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에 '위험'과 '불만', 혹은 '불안'이 일정한 기능을 한다는 의미다.
어떤 단어가 프로이트의 논지를 대표할까? 아이가 어머니를 찾는 데는 구체적인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불만족과 더불어 막연한 불안감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어머니에게 의지하여 생존하는 것이다.
(라) 마지막 글은 다른 제시문과 어울리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불안' '갈등' '위험' '피로' '불만' 등의 후보 가운데 전체 주제의 핵심어를 선정하는 데 이 제시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 거꾸로 이 글을 '뉴턴의 과학적 업적이 미신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읽을 것이냐, 혹은 '혜성 충돌의 불안감이 과학적 발견의 동기가 되었다'로 읽을 것이냐는 다른 제시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학생들이 이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논술에서 복수의 제시문과 자료가 제공될 때에는 제시문 하나 하나의 의미를 개별적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다른 제시문과의 상대적·의미상의 위치를 어림하고 비교하면서 읽어야 한다.
여러 개의 자료가 하나의 논제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안 작성 요령
공통 주제의 추출이 끝나고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자신만의 글로서 독자적인 목차를 작성해 나가되 중요한 부분에서 제시문을 분석한 결과를 사용해야 한다.
고려대 논제는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밝히고'라는 대목이 있으므로 제시문들을 분석하는 작업이 자신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에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작년 연세대 지시문은 그런 말이 없으므로 자신만의 서론과 목차에 따라 글을 구성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불안'이 발전의 원리(제시문 가)로서, 풍요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의 근원(제시문 나)으로서, 생존(생명)에 필수적인 요소(제시문 다)로서, 지적·과학적 발전의 동기(제시문 라)로서 어떻게 우리 삶과 역사에 긍정적 기능을 해 왔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하면 될 것이다.
단, 글 전체를 다 읽고 나면 논지가 한 문장으로 요약되도록 뚜렷한 방향을 가진 글을 쓰자. 아무리 잘 이해했어도 쉽고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연세대 정시 논술은 전통적으로 공통 주제를 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들 한다.
공통 주제를 도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제시문을 분석하고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는 구조가 고려대 정시와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제시문의 출처가 동·서·고·금, 과학·철학·문학 등으로 매우 폭이 넓고 시·그림도 분석 대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연세대 정시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시와 소설 등의 문학 작품과 회화를 분석적으로 감상하고 의미를 끌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너무 어렵지 않은 문학평론, 미술평론 문장을 읽어서 어떻게 예술작품의 의미를 분석하고 감상을 언어화하는지 이해해 본다.
그런 다음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읽고 한두 단락으로 의미를 정리하는 연습을 하면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 공통 주제를 콕 집어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주제를 포착한 뒤에는 일상적인 주변의 일과 시사 이슈, 역사적 사건들을 떠올려보면서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적어나가면 충분하다.
간혹 일부 논술학원에서 논제를 적중했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을 하더라도 흔들릴 필요 없다.
논술 시험의 주제는 제시문을 하나만 바꿔도 미묘하게 변하고, 그에 따라 다른 제시문의 독해 방향이나 답안의 주안점도 달라지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윤대경 S·논술 압구정점 부원장 ydkby2@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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