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다.

외신들도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전망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8일자)는 욕심을 많이 낸 것 같다.

올해 최고의 아이디어와 리더(인물), 상품은 물론, 반대로 최악의 아이디어까지 선정해 발표했다.

최고의 아이디어에는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경제활동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가상공간인 '세컨드 라이프'(www.secondlife.com)가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창업한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은 유튜브 덕에 베스트 리더가 됐다. 반면 소니에게 510억엔에 달하는 손실을 안긴 리콜 사건의 원인인 리튬이온전지는 올해 최악의 상품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아이디어 분야

세컨드 라이프 외에도 인터넷과 관련된 새로운 움직임이 올해의 베스트 아이디어(총 13개)에 많이 포함됐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무료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등도 이용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아껴준다는 점에서 올해의 좋은 아이디어에 뽑혔다. 마이스페이스닷컴 등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사이트)들이 주도하는 웹2.0 바람이 기업들로 급속히 확산돼 인력 관리와 마케팅의 수단으로 적극 이용되고 있는 것도 베스트 아이디어로 뽑혔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가 빈곤퇴치를 위해 도입한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와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에 기업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 등도 좋은 아이디어에 들었다. 반면 스톡옵션 행사 기준일을 주가가 낮은 날로 소급 적용해 경영자들의 재산을 불려주는 백데이팅(Backdating)은 최악의 아이디어가 됐다.

○리더 분야

유튜브 공동 창업자 두 사람은 창업 18개월 만에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를 받고 구글에 매각해 엄청난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다는 점을 평가받아 베스트 리더(총 27명)로 뽑혔다. 역시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와 중국판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닷컴의 CEO 로빈 리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전력을 가진 CEO들도 베스트 리더가 됐다.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포드자동차 부활의 임무를 맡은 보잉 출신의 앨런 멀럴리,GE와 3M 등에서 성공적인 CEO로 이름을 날리다 지난해부터 보잉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제임스 맥너니가 그들. 물론 각각 포드와 보잉에서 다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워낙 매스컴에서 주목받다 보니 베스트 호칭이 붙어버린 것 같다.

여성 베스트 리더로는 펩시콜라의 사상 첫 여성 CEO에 오른 인도계 인드라 누이,미국 최대 에탄올 생산업체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의 패트리샤 월츠 등 6명이 뽑혔다. 최악의 리더는 직원들의 전화통화 내역 불법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패트리샤 던 전 HP 회장 등 15명이었다.

○상품 분야

에어백이 달린 혼다의 최고급 오토바이 '골드윙' 등 20개 상품이 베스트로 선정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고성능 스포츠카 '테슬라 로드스터'도 주목받았다. 이 밖에 △전세기와 일반 여객기의 중간 성격인 에어택시(여객기 택시) 시대를 열 것으로 주목받는 소형 제트기 '이클립스 500' △영국 진공청소기 회사 다이슨이 내놓은 권총 모양의 휴대용 진공청소기 △전 세계 4개 지역을 대형 PDP 화면으로 연결하는 시스코의 차세대 영상회의 시스템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레고의 인공지능형 로봇 '마인드 스톰' 등이 포함됐다.

최악의 상품은 소니 리튬이온전지와 미 프로농구(NBA) 선수들이 땀에 쉽게 미끄러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새로운 공인구,스포츠전문 채널 ESPN이 시도했다 실패한 휴대폰을 통한 스포츠경기 생중계 서비스 등 5개였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공항도시.기업형 국가.영리목적의 자선단체 등

◆ 뉴욕타임스가 꼽은 '2006년 아이디어'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2006년의 아이디어'를 꼽았다. '에어로트로 폴리스(공항도시)''기업형 국가''영리목적의 자선단체''유명인사들의 아프리카 지원'이 그것.

'에어로트로 폴리스(Aerotropolis)'는 에어포트와 메트로폴리스의 합성어. 인근 도시의 배후시설인 기존 공항과 달리,공항이 독자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 9월 문을 연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공항이 대표적이다. 이 공항과 주변 지역은 쇼핑몰,사무실빌딩,호텔,병원,전시장,창고,주거지역 등 도시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추게 된다.

'기업형 국가'(Corporate State)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키고 있는 변화를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주요 기업들에 자신의 측근을 포진시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기업인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의 회장은 푸틴의 비서실장 출신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맡고 있다. 이고르 셰친 크렘린행정부 실장은 러시아 2위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의 회장이다. '국가 자본주의'라는 말로도 불린다.

고유의 사업으로 돈을 벌어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는 영리목적의 자선단체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은 지난 9월 '구글닷오르그'(Google.org)란 자선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10억달러의 종자돈으로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 연료를 더 절약할 수 있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키로 하는 등 공익사업에 돈을 쓰기로 했다. 조지 클루니,마돈나 등 유명인사들이 앞다퉈 아프리카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도 올해의 아이디어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