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는 ‘다우의 개’(Dogs of the Dow)와 같은 주식에 투자하라는 기사가 실렸다.

삼성증권에서 쓴 투자전략 리포트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췌해 쓴 기사였는데, 작게 소개돼 눈에는 잘 띄지 않았지만 사실 주식에 관심있는 투자자나 주식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알아두면 아주 유용한 투자 격언이다.


○'다우의 개'란 무엇일까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부라고 불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정석(定石) 투자법의 하나다.

'다우의 개'란 해마다 배당을 많이 주는 우량주식인데도 주가는 더디게 움직여서 투자자들을 애태우게 하는 종목을 일컫는데,우량주임에도 불구,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에서 '개'라는 표현이 붙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우의 개' 주식이란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지수의 구성종목 30개 중 전년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10개 종목을 말한다.

배당수익률은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수치로,배당을 받을 경우 현 주가 대비 실질수익률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또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10개 종목 중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5개 종목을 'Small Dogs of the Dow'(작은 다우의 개)라고 부르는데 주로 소액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 좋은 종목들이다.

○'다우의 개' 전략 구사 방법

'다우의 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만 거치면 된다.

1단계는 매년 마지막 거래일에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중 직전 사업연도에 지급한 배당금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이는 종목 10개를 선정,균등한 금액으로 배분한다.

그런 다음 2단계는 20개 종목을 다음해 마지막 거래일까지 보유한다.

3단계는 다음해 마지막 거래일에 보유종목을 매도한 후 1단계와 같은 방식으로 10개를 또 고른 후 균등한 금액을 나눠 투자한다.

그렇다면 '다우의 개' 전략의 성과는 어떨까.

얼핏 보면 상당히 재미 없어 보이는 '다우의 개' 전략은 실제 투자에서는 아주 위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다우의 개'에 속하는 10개 종목으로만 포트폴리오(투자종목 묶음)를 구성했을 때의 장기 수익률이 그 어떤 포트폴리오보다 뛰어난 것으로 입증된 것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과거 30년간,다우지수는 1년에 평균 12% 정도 올랐는데 이 '다우의 개' 종목들은 평균 18%,'작은 다우의 개' 종목들은 22%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다우의 개' 전략이 이처럼 높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량기업인 데다 △배당을 많이 줄 만큼 이익도 좋고 △주가가 낮기까지 하니 당연히 주가가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당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곽태선 세이에셋코리아 사장은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배당에 비해 주가가 낮은 데다 기업 이익도 안정적이어서 주가 상승 가능성도 높다"며 "당장 주가 움직임이 느려 지루해 보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접근하면 이보다 더 훌륭한 투자 수단이 없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우의 개' 전략의 한계

그러나 '다우의 개' 전략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가령 1999년 말이나 2000년 초 IT버블 때처럼 주가가 이상 급등할 때는 이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물 반,고기 반' 식으로 아무 종목이나 눈감고 골라 투자해도 엄청난 수익률을 내는 초강세장에서는 오히려 '다우의 개' 종목들의 수익률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의 개' 주식들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폭발력을 갖고 있기보다는 강세장에서도 철저히 배당과 기업가치에 근거해 한발 한발 더디게 움직이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다우의 개' 전략은 시장의 인기주들이 무차별적으로 상승하면서 매우 큰 폭의 수익을 내는 과열 국면이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꽤 안정적인 수익을 낼수 있는 좋은 투자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 2001년에 샀다면 매년 20% 수익률 >

'다우의 개' 전략을 우리나라 시장에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삼성증권이 자체 모델 포트폴리오를 이용해 가상 실험을 해봤다.

2001년 마지막 거래일에 1억원을 투자해 전년도 말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10개 종목을 균등 매입,올해 12월5일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 1억원의 원금은 2억4574만7000원이 돼 있었다.

기간 수익률로 따지면 146%에 해당한다.

연 평균 수익률로 보면 매년 20%의 수익률(배당소득세와 거래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105%,연 평균 수익률이 15.6%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힘 안 들이고 제법 '짭짤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할 수 있다.

기간별로 나눠봐도 '다우의 개' 전략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앞섰다.

투자 첫 해인 2002년의 경우 '다우의 개' 전략의 연간 수익률은 5.47%로 시장평균 수익률(-9.54%)을 크게 웃돌았다.

2003년에도 '다우의 개' 전략의 수익률은 38.35%로,시장평균(29.19%)을 10%포인트 가까이 초과했다.

200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초 강세장으로 대부분의 주식이 큰 폭 상승했던 2005년에는 미국에서 IT버블 때처럼 '다우의 개' 전략이 유일하게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2006년 마지막 거래일을 불과 2주가량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다우의 개' 전략을 구사할 경우,유망종목으로 LG화학 KT&G POSCO SK㈜ 대구은행 LG전자 신한금융지주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KCC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