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이 장수 왕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 비단이 팔아 모은 돈~ 퉁퉁 털어서 다 줬어/ 띵호와~ 띵호와~."

좀 오래 된 노래이지만 우리네 아버지 세대에서는 국민가수로 통했던 김정구 선생의 히트곡 '왕서방 연서'의 도입부다.

여기 나오는 '띵호아'는 지금도 종종 쓰이는 말인데,보통 사람들은 이를 '띵호와,띵오와,띵호야' 등 여러 가지로 쓰기도 한다.

그렇게 된 데는 이 말이 사전에 오르지 않은 탓이 크지만 말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고 대충 입에 익은 대로 쓰는 우리 언어습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외래어 표기에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은 이 말을 정확히 써야 한다며 '팅하오'라고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말은 원래 중국말 '挺好阿[ting hao a]'가 한국에 와서 발음이 변형된 것이다.

각각의 한자는 挺은 '매우',好는 '좋다',阿는 문장 어미에 붙어 감탄을 나타내는 말로 그 뜻은 '매우 좋다'쯤 된다.

이것을 우리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팅하오아'가 되는데,한국 사람들이 '팅'을 된소리로 하면서 '띵'으로,'하오아'는 축약이 되면서 '호아' 정도로 발음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말이 쓰인 지 오래 됐고 대개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유적으로 감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미 국어 속에 뿌리 내린 말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물론 유사한 다른 선례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가령 中國人[zhong guo ren:중궈런]을 어원으로 하는 '짱꼴라'(일제 강점기에 중국 사람을 얕잡는 뜻으로 이르던 말),中國[zhong guo:중궈]에서 변형된 '짱깨'('자장면'을 속되게 이르는 말.보통 '중국인'을 낮춰 부를 때 쓰기도 한다) 같은 말들이 그런 예이다.

이들은 '표준 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정식 단어이다.

따라서 굳이 어원을 따져 외래어표기법에 맞는 표기를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된소리 남용이라는 굴레를 씌워 이미 쓰는 말을 배척하거나,외래어표기법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태도는 우리말의 자연스러움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