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2월8일자 A1면

지금 초등학교 6학년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0학년도부터는 서울지역 비(非) 강남권 중학교 졸업생들도 강남 소재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고등학교 진학시 거주지와 상관없이 서울 전역에서 원하는 학교 2개를 선택,추첨을 통해 들어가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후기 일반계 고등학교 학교선택권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10학년도부터 중3 학생들은 일단 서울 전역을 단일학군으로 보고 2개 학교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전 지역의 각 고교는 전체 정원의 30%(중부 60%)를 이런 1,2순위 지망자 순서로 무작위 추첨한다.

1단계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2단계에서 거주지 소속 학군(현행 11개 학군 기준)에서 희망 학교 2개(복수지원 허용)를 지원하며 각 학교는 정원의 40% 범위 내에서 신입생을 추첨 배정한다.

2단계에서도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과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고등학교는 두 개의 인접학군을 묶은 통합학군 내에서 근거리 원칙에 따라 무작위 추첨방식을 택한다.

한편 이런 방식으로 배정할 때 강남권 고교의 10% 내외는 비강남권 중학교 졸업자로 채워질 전망이다.

문혜정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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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2010년부터 중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크게 넓히겠다고 밝혔다.

먼저 서울시내를 단일학군으로 해 정원의 30%를 추첨으로 배정하고,다음으로 거주지 소속 학군 내에서 40%를 추첨·배정한 뒤 여기서도 누락된 30%의 학생은 지금처럼 근거리 학교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내 11개 학군을 광역화해 학생들이 일반계 고교에 먼저 지원한 후 추첨으로 배정받는 '선지원·후추첨' 방식을 도입한다는 게 그 골자다.

한마디로 거주지에 관계없이 원하는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 확대는 평준화 이후 유지돼 온 근거리 위주의 고교 강제배정 방식을 개혁하는 것으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추첨으로 고교를 배정받는 서울시의 현행 학군제가 그동안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학군 간 학생교류가 불가능해 교육발전지역과 낙후지역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가 하면 교육여건이 좋은 강남지역으로 학생들의 전학이 잇따르면서 부동산 가격 불안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학군조정 방안이 이러한 부작용들을 해소하고 고교 교육 발전에 과연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교원단체,"학군 조정은 기피학교만 양산시킬 것"

교원단체 쪽에서는 이번 방안이 방향부터 잘못 잡혔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넓히려면 이런 방식의 학군조정보다는 현행 고교 평준화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사립고교에 대해서는 학생선발권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특히 이 같은 학군조정이 이뤄지면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로 나뉘게 될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면 선호학교는 소수에 그치게 되는 반면 기피학교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려면 결국 모든 학교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학교선택권 확대로 혜택을 보는 학생은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며 많은 학생들은 먼 거리의 원치 않는 학교에 배정될 것이며,비강남권 학생이 강남 학교에 다닌다고 강남 집값이 잡힐 리도 없다고 지적한다.

◆학부모,"학교선택권 확대로 교육 발전에 기여할 것"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이번 학군제 개편방안이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넓힐 수 있어 고교 교육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교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고교 평준화의 폐해를 일부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동학군을 제외하곤 거주하는 11개 학군에서 추첨으로 고교에 배정하는 이른바 '뺑뺑이'제도는 학군 간 학생 교류를 차단함으로써 공교육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뿐만 아니라 지역 간 교육 격차가 커지면서 '맹모삼천(孟母三遷)'의 심정으로 다른 학군으로 이사가는 학부모가 늘어나고 특수목적고 지원 학생들도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종교재단이 설립한 사립고의 경우 학생·학부모와 학교 간 갈등을 빚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등 개별 학교의 특성이 무시되고 있다.

더욱이 학생의 고교선택권을 확대한 부산 등 다른 도시가 공교육 발전 효과를 거두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교육정책 결정도 이제는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필요도 있다.

◆교육문제 해결 위해선 학교선택권 확대돼야

물론 이번 방안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에 들어가면 강북지역 학생들이 강남 학군으로 몰리면서 강북 학교의 공동화를 유발하고,강남의 집값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세 단계에 이르는 지원·추첨·배정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며,선호 학교의 서열화로 인해 학생들이 느끼게 될 상실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더라도 지역에 따른 학교 간 격차를 줄이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학교선택권을 확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평준화 보완책으로 자사고나 특목고가 운용되고 있듯이,고교 배정제도 역시 시대적 요구에 따라 탄력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교원과 학부모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함으로써 새 제도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구조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교에 대해서는 규모를 감축하거나 특성화고교로 전환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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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고교평준화=지역별로 일반계 고교에 지원한 후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는 제도로, 암기식·주입식 입시 위주 교육의 폐단을 개선하고, 고교 간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해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고교등급제=학교마다 수준이 다름을 인정하고 등급을 정한 다음 이를 대학입시에 반영하는 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 강남과 비강남 지역을 구분하여 특정 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우대하는 것으로 교육청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강남학군(8학군)=서울의 8번째 학교군을 말하며 강남구와 서초구가 그 대상이다.

서울의 현 학군을 순서별로 보면 동부(동대문구 중랑구), 서부(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남부(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북부(노원구 도봉구), 중부(종로구 중구 용산구), 강동(강동구 송파구), 강서(강서구 양천구), 강남(강남구 서초구), 동작(동작구 관악구), 성동(성동구 광진구), 성북(강북구 성북구) 등 11개다.

◆특성화고교=소질·적성·능력이 비슷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또는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고교로, 직업교육 분야와 대안교육 분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