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2학기도 끝났고 이제 정시만이 남았다.

각 대학의 2007학년도 정시 논술 문제는 과연 어떻게 출제될까? 2007학년도 수시 유형으로 출제될까? 아니면 2006학년도 정시 유형으로 출제될까? 또는 2008학년도 예시 문항 유형대로 출제될까? 이것이 문제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 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의 2006학년도 정시와 2007학년도 수시,2008학년도 예시 문제들을 살펴보면 각각의 문제 유형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2008학년도 논술에 대해선 입시설명회와 예시문항 발표를 통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지만,정작 2007학년도 정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다.

지금까지 대학들이 미래 출제 경향을 앞당겨 논술 문제에 반영해 온 관행에 비춰볼 때,2006학년도 정시의 '재래식 문제'보다는 2007학년도 수시와 2008학년도 예시 문제와 같은 '신식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각 대학별로 살펴보면 조금씩 출제 경향에 차이가 있다.

주요 대학별로 예상 출제 유형과 대비 전략을 살펴보자.


< 서울대, 제시문보다는 논제 중심 >

서울대는 국립대로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내야 하므로 논술 시험의 유형을 끊임없이 변화·발전시키고 있다.

이번 수시 2학기 서울대 문제의 제시문으로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글 두 개가 주어졌으나 한자가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까다롭지 않은 내용이었다.

반면 논제는 주어진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제시문과 같은 성격의 글을 창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제시문에 의존하지 않는 논제 중심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배경 지식이나 모범 답안의 암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시험 유형으로 기존의 한국식 논술과는 다른 프랑스 바칼로레아 유형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2007학년도 정시에서는 어떤 문제가 나올까? 역시 한자가 많은 고전이 출제될까? 예측은 어려워 보인다.

확실한 것은 서울대는 학원식 논술을 따돌리기 위한 극도의 신중함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틀에 박힌 방식의 공부보다는 '열린 방식'의 공부와 준비가 도움이 될 것 같다.


< 연세대, 비중 낮지만 문제 어려워 >

연세대 정시는 다른 대학들에 비해 논술 시험의 비중이 가장 낮은 편이다.

이 점이 수험생들에게 위안이 될지,아쉬움이 될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논술 비중은 낮아도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위안으로 삼은 학생들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연세대측의 설명에 따르면 논술 시험은 꾸준한 독서와 사고를 통해 다양한 지적 경험을 쌓은 학생들이면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되고,2007학년도에도 지난 몇 년간의 연세대 논술고사 기조를 유지하되 수험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문제를 출제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6학년도 정시 문제에서는 '주역', 조지 허버트의 '도르래', 프로이트의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 등 동·서양의 인문학 고전과 그림, 광고 등의 이미지 자료를 제시문으로 보여주고 그 속에서 공통된 주제를 찾을 것을 요구했다.

꾸준한 독서와 사고를 통해 다양한 지적 경험을 쌓은 학생들을 뽑고자 하는 대학측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연세대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평소 꾸준히 책을 많이 읽어서 독해력을 키우는 정공법 외에 묘수는 없다.

단, 서양미술사 책 한 권 정도는 보아 두면 그림 제시문에 대한 대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고려대, 인문학적 소양 요구 >

고려대는 언어와 수리가 통합되어 출제되었던 수시 1, 2학기와는 달리 정시에서는 언어 논술로만 출제할 예정이다.

2008학년도 이후로는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통합교과형으로 출제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3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고자 2007학년도 정시까지는 과거 출제 유형을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려대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2006학년도 고려대 정시에서는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중국 선진 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국어(國語)' 중 '정어(鄭語)', 수(數)의 계열에서 발견되는 규칙적 질서를 아름다움의 본질로 설명한 M.C.비어슬리의 '미학사', 사회주의와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에크의 저서 '자유헌정론' 등 네 개의 제시문을 통해 수험생들로 하여금 '질서'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논제는 이 제시문들을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공통 주제를 밝히고 제시문의 논지들이 어떠한 상호 연관 속에 있는지를 설명한 다음,공통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학측에서 발표한 출제 의도를 보면 일정한 분량의 제시문들은 수험생들의 이해력과 분석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고,그 논지들의 상호 연관 관계를 설정하도록 한 것은 수험생들의 심층적 사고 능력을 측정하고자 한 것이다.

또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한 것은 논리력과 표현력을 평가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올해 수시에서 다뤄졌던 주제를 살펴보면 수시 1학기에서는 '정의와 효율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존 롤스의 '정의론'과 J.S. 밀의 '공리주의'에 기반한 제시문을 출제하였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번호와 지난주 생글생글의 '고전 읽기'를 통해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참조하기 바란다.

수시 2학기에서는 '의사 결정의 기준과 방법'이라는 주제로 논제와 제시문을 구성하였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게임 이론 '죄수의 딜레마' 역시 생글생글에서 몇 차례 다룬 내용이었으므로 한 번쯤 다시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 서강대, 문제유형 변화무쌍 >

서강대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문제 유형 면에서 변화를 많이 주는 데다 수시 1학기, 2학기, 2-Ⅱ에서는 인문사회, 경제경영, 자연계열별 논술고사를 따로 실시하기까지 했다(단,정시에서는 인문사회 계열만 논술고사를 실시하고 있다).이런 상황이다 보니 서강대를 목표로 논술을 준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현재 발표되어 있는 정시 관련 내용은 2006학년도 정시와 문제 개수나 글자 수는 유사할 거라는 정도이다.

2006학년도 정시 문제는 500~600자 1문제와 800~900자 1문제가 출제되었다.

2006,2007학년도 서강대 문제의 제시문을 살펴보면 장자나 박지원, 맹자, 플라톤, 마르틴 부버 등 사상가들의 원문이 단골로 출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자 등의 고전 자료는 원문을 직접 읽기보다는 그동안 생글생글 '고전 읽기'를 통해 어떠한 점을 생각하며 읽어내야 할지 꾸준히 게재하였으므로 참고하기 바라며, 생글생글i 홈페이지(www.sgsgi.com) 고전 독파 코너를 통해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서강대는 소수의 독창적인 답안에는 큰 점수를, 그리고 다수의 평이하고 틀에 박힌 답안에는 적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