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2월2일자 A3면

내년도 건강보험 보험료 인상률이 6.5%로 결정됐다.

그러나 소득 증가와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자연 조정분까지 합하면 실질 인상률은 약 14%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의 보험료 부담은 월 평균 8129원,자영업자와 농민 등 지역가입자들의 부담은 7029원씩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변재진 복지부 차관)는 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건보료율 인상안(6.5%) 및 의료수가 인상안(2.3%)을 결정했다.

이번 보험료율 조정으로 직장인 월 평균 보험료는 인상률 6.5%에다 평균 소득증가율(7.5%)을 감안했을 때 5만8066원에서 6만6195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지역 가입자들도 월 평균 보험료가 5만208원에서 5만7237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수진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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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읽는 경제학] 건강보험료 언제까지 올려야 하나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약칭 건정심)가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6.5% 인상키로 결정했다.

작년 인상률 3.9%의 2배에 가깝다.

개인의 소득 증가분까지 감안하면 실질 인상률은 두 자릿수로 커지게 된다.

경기후퇴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001년 이후 누적 인상률이 57.8%에 이르는 상황에서 건정심이 또다시 보험료를 이처럼 대폭 올려야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2001년 의료분업 이후 건보재정이 악화되면서 한 해 4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쏟아붓고도 적자재정을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재정지원에다 보험료 인상으로 건보재정이 2003년 흑자로 돌아서자 암 치료비,병원 식대 등을 면제해 주면서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의 대책 없는 보장성(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영역) 확대가 결국 건보재정을 만성적인 적자 상태로 몰고 간 셈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건강보험 재정 조달을 비롯 재정 효율화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없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보험료만 계속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보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해법은 과연 없는가.

정부,"보장성 확대재원 마련하려면 건보료 인상 불가피"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넓히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적정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보장성이 확대되는 2008년까지는 현 수준의 국고 지원을 전제로 하더라도 매년 3~6%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건보료 인상은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보장성 강화,적정부담 체계로의 전환 등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의 건보료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보장성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바닥에 머물러 있다.

건보 혜택을 받은 만큼 돈을 더 내야 하며 보험료를 더 걷어 의료보장 서비스를 강화하는 구조로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보험급여 확충을 위한 추가 재원을 마련하거나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해서도 건보료율을 상향 조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이 맞다고 해서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건보료를 인상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며,국민들로부터 동의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재원확보 노력 없이 건보료만 인상해선 안 돼"

그런 점에서 이번 인상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건정심 회의에서 가입자 대표 7명이 보험료 인상폭에 동의할 수 없다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상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보장성 확대로 지출은 늘어난 반면 담뱃값 인상 무산으로 수입은 예상보다 줄었기 때문이라는 정부의 인상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보장성을 늘리려면 그에 따른 지출을 감당할 재원을 미리 확보해 놓은 다음 일을 벌여나가는 게 순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보험료를 6.5% 인상하더라도 7800억원가량 적자가 날 판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건정심은 지난해 건보료 인상 때 2007년부터 의료기관에 따라 의료수가를 달리 정하는 유형별 수가제를 도입키로 약속해놓고 의료계가 반대하자 이번에도 도입을 미루고 말았다.

이해당사자가 반대한다고 국민을 위한 제도 도입을 마냥 미룬다면 건정심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인상에 앞서 지출구조부터 개선해야

물론 의료복지 확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험급여 적용 대상은 일단 한번 확대하고 나면 축소하기 힘든 만큼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부당국은 건보 재정건전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험 급여율이 70%에 이르는 감기 등 경증환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는 대신 이를 중증환자 지원에 돌리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지출구조 조정을 위해 정부 당국이 추진해 온 유형별 의료수가제 도입도 이제는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

[뉴스로 읽는 경제학] 건강보험료 언제까지 올려야 하나요?
특히 병·의원의 부당청구로 인한 재정누수를 방지하고 의약품의 저가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도 적극 마련해 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직원만 1만명이 넘고, 이들의 인건비를 포함해 관리운영비 또한 연간 1조원에 이를 정도로 방만한 건보공단의 경영을 쇄신하기 위한 자구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당국은 보험료 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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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국민건강보험=질병이나 부상,분만,사망 등으로 의료비를 과다 지출해야 할 경우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보건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된 의료보장제도. 본래는 의료보험이란 이름으로 1989년 7월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돼 왔으나 2000년 7월 지역 및 직장 의료보험이 완전 통합되면서 국민건강보험으로 바뀌었다.

보험료는 능력에 따라 차등 부담하지만 보험급여는 질병,부상 정도 등에 따라 똑같이 받는다.

유형별 의료수가제=건강보험이 가입자를 대신해 병원 약국 등 의료 공급자에게 진료비를 지불할 때 각각의 의료행위(진찰 처치,수술 등)에 대해 가격(의료수가)을 매긴다.

현재는 병원이나 약국 구분 없이 똑같은 의료수가가 적용되고 있지만 이를 4개 의료기관별(대형병원 및 병·의원,치과,한약과,약국)로 차별화하자는 게 유형별 수가제다.

이렇게 되면 약국 등의 의료수가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관련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의료보험 혜택을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정부는 건강보험 급여율(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 지출 비중)을 2008년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보험 적용대상을 계속 늘려오고 있다.

2005년 급여율은 64%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