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감정보다 이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성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것을 덕으로 여기는 견해가 세상에 널리 유포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은 이성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성이 감정을 따른다고 보는 것이 더 온당하다.

어떤 대상이 고통이나 쾌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될 경우 인간의 감정은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누리려 한다.

그런데 감정은 특정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그 대상과 인과관계를 맺는 모든 대상과 관련된다.

이성은 그 인과관계를 분석하여 행동을 결정한다.

인간의 행동은 감정에서 비롯되며,이성은 행동의 구체적 방향과 수단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이성을 '감정의 노예'로 일컫기도 하였다.

이성은 감정에 복무하는 이외의 다른 어떤 기능도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내 손가락의 작은 상처를 피하기 위해 전 세계를 파괴하려는 이기주의도 이성에 반하지 않으며,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작은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려는 이타주의도 이성에 반하지 않는다.

이성은 감정의 충실한 도구일 따름이다.

감정의 충실한 도구로서 이성이 하는 역할은 감정의 대상을 모든 면에서 검토하고 그것과 다른 대상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만일 이성이 대상들 간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감정의 명령을 실행하고자 서둘러 결정을 내린다면 그 결과는 감정이 원래 바라던 바와 어긋날 수 있다.

그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성은 행동을 결정하기에 앞서 감정과 관련된 모든 경우를 분석하여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

이성은 그 실행 방안이 감정에 유익한지 확인한 후 감정에 적합한 행동을 결정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성은 감정에 충실히 봉사한다.



[나] 두 친구 갑과 을이 A와 B 중 한 분야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동일한 분야나 다른 분야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갑과 을이 어떤 분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들 각자가 얻을 이윤은 달라진다.

갑이 얻을 수 있는 이윤과 을이 얻을 수 있는 이윤은 다음과 같다.

갑의 이윤
------------------------

------------------------
A B
------------------------
갑 A 12 9
------------------------
B 15 10
------------------------

을의 이윤
------------------------

------------------------
A B
------------------------
을 A 12 15
------------------------
B 9 10
------------------------

갑과 을은 서로 협의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동시에 사업 분야를 정한다.

갑은 을이 A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자신이 A를 택할 경우 12의 이윤을,B를 택할 경우 15의 이윤을 얻을 것이기 때문에 이 두 경우 중 더 큰 이윤을 가져다 줄 B를 택한다.

만일 을이 B를 택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갑은 9와 10의 이윤 중 더 큰 이윤을 얻게 해주는 B를 택한다.

따라서 을이 어떤 사업 분야를 택할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갑은 항상 B를 택할 것이다.

을도 갑의 경우와 같은 방식으로 사업 분야를 정하고,그 결과 B로 진출할 것이다.

따라서 두 사람은 모두 B에 진출하여 각각 10의 이윤을 얻게 될 것이다.

이때 갑과 을의 '의사결정요소'는 자신의 이윤이다.


[다] 공자가 말했다.

"도(道)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도를 행한다면서 사람을 멀리한다면 그것은 도라고 할 수 없다.

군자는 '사람다움'의 기준으로 사람을 다스리되 사람이 그 기준에 맞게 바로잡히면 다스림을 그친다.

도는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않는 것이다.

군자의 도에는 네 가지가 있다.

나는 그 중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자식에게 바라는 바로써 부모를 섬기지 못하고,하급자에게 바라는 바로써 상급자를 대하지 못하고,동생에게 바라는 바로써 형을 위하지 못하고,벗에게 바라는 바로써 벗에게 먼저 베풀지 못한다.

그러니 평소에 어찌 말과 행동에 부족함이나 지나침이 없도록 성실히 노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공자가 일컫는 도의 의미에 대해 그의 제자인 증자는 "선생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충'이란 자신의 진심을 다한다는 뜻이고,'서'란 자신을 미루어 남을 대한다는 뜻이다.

자연에는 만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법칙과 규범이 있다.

모든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이 법칙과 규범을 부여받아 동일한 도덕적 본성을 지니고 태어난다.

'충'은 바로 이 본성을 그대로 따르는 진실된 마음이다.

'서'는 어떤 경우든 한결같이 '충'의 마음을 미루어 남을 대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라] 의사결정의 '최적 모형'은 주어진 조건 하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첫째,목표가 분명해야 하며 목표가 여럿이라면 그것들 사이의 우선순위가 알려져야 한다.

둘째,목표의 구현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는 모든 대안들과 각각의 대안이 가져올 결과가 파악되어야 한다.

셋째,목표 달성의 극대화를 위한 대안들 간의 비교 기준이 명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의사결정은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인간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의 획득에는 지식과 시간의 제약이 따른다.

예를 들면 대안 탐색의 과정에서는 주의력의 한계로 모든 대안을 동시에 고려할 수 없으며 그 중 몇 개의 대안을 순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지식과 시간의 제약은 대안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 수집이 제한적으로 수행되도록 한다.

그로써 최적의 대안 대신에 행위자의 주관적인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만족할 만한 대안이 선택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만족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적 모형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찾는 데 관심을 집중하며 의사결정의 과정보다는 그 결과를 중시한다.

만족모형에서는 인지능력과 지식과 시간 등의 면에서 한계를 지닌 행위자가 복잡한 문제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비교적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는지에 관심을 집중하며,의사결정의 결과보다 그 과정을 중시한다.

만족모형에서는 일정한 탐색 작업을 통해 발견한 대안이 행위자의 기대 수준을 초과한다면 탐색이 정지되고 그 대안이 최종적으로 선택된다.

만일 그러한 대안이 발견되지 않으면 행위자는 자신의 기대 수준을 낮춘 후 탐색작업을 계속하여 만족스러운 대안을 찾는다.

그에 반해 만일 만족스러운 대안이 너무 쉽사리 발견된다면 행위자는 자신의 기대 수준을 조금 더 높인 후 탐색 작업을 수행하여 그보다 나은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만족모형에 따른 의사결정은 적응적 과정을 밟아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마] 정부는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에 대한 보상을 결정하고 75억원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보상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피해 접수를 받은 결과 1000건이 신고되었다.

그런데 접수된 건들 중에는 보상금을 타기 위해 허위로 피해신고를 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고 내용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러한 조사를 마친 직후에 적발된 허위신고를 제외한 모든 접수건들에 대해 보상금을 균등하게 배분할 예정이다.

문제는 조사기간이다.

조사기간이 길어질수록 허위신고를 더 많이 적발할 수 있는 반면에 조사에 드는 비용은 늘어난다.

게다가 보상금 지급 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호·관리비용도 증가한다.

조사 및 보호·관리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배정된 예산 중 실제 보상에 사용될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사기간,보호·관리 비용,허위신고 적발건수,보상금 총액,보상의 효과 사이에는 다음의 표와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
1일째 2일째 3일째 4일째
-------------------------------------------
일별 조사 및
보호·관리 비용(억원) 1 2 3 4
-------------------------------------------
일별 허위신고
적발건수 100 90 80 70
-------------------------------------------
보상금 총액=(예산)-(조사 및 보호ㆍ관리비용)
보상의 효과=(총 접수건수 중 진짜 피해건수) X
(1건당 보상액)
-------------------------------------------
*표에서 일별 통계는 누적분이 아닌 하루 분의 수치임
*4일째 이후에도 일별 조사 및 보호ㆍ관리 비용은 매일
1원씩 증가하고, 일별 허위신고 적발 건수는 매일
10건씩 감소

[논제 Ⅰ] 위 제시문들은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것이다.

(가)의 요지를 밝히고(200자 이내), (가)와 (다)의 견해를 비교하고, 모든 제시문을 참고하여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60점, 1400±100자)

[논제 Ⅱ] 제시문 (나)의 상황에서, 갑과 을이 제시문 (다)의 관점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제시문 (다)의 관점을 어떻게 ‘의사결정요소’로 반영할 수 있는지 수리적으로 추론하고, 그렇게 추론된 ‘의사결정요소’에 따라 사업 분야를 정할 때 갑과 을이 각각 12의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경우를 논술하시오.(15점)

[논제 Ⅲ] 제시문 (마)의 경우 보상의 효과를 가장 크게 하려면 정부가 며칠간 조사해야 하는지를 밝히고,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15점)

[논제 Ⅳ] 논제 Ⅲ에 나타난 사례에 비추어 제시문 (라)의 관점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논술하시오.(10점, 400±50자)

< 논술 문제 해설 (상) >

이기주의ㆍ이타주의ㆍ게임이론 … 단골주제야, 잘 봐둬!

2007년 고려대 수시 2학기 논술 문제의 가장 큰 특징은 수시 1학기 논제에 비해 언어논술과 수리논술의 경계점이 모호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야. 고려대 측에서도 언어와 수리, 그리고 논제간의 통합이라는 취지를 살리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어.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있어 언어적 사고와 수리적 사고가 별개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층 더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력을 테스트하는데 적합해졌다고 봐야겠지. '논제가 진화하고 있다'는 표현을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고대 특유의 이같은 출제 방식은 점차 다른 대학에도 파급될 것이 확실하므로 학생 여러분들은 고대 문제를 잘 봐둘 필요가 있어.

이번 논제는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을 주제로 출제됐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게 돼. 예를 들어 휴대폰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자. 아무것이나 덥석 사는 사람은 없겠지. 디자인과 성능을 따져보고, 제조회사도 고려해야 해. 여러 가지 조건이 맞더라도 결국 가격 때문에 다른 휴대폰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겠지. 더욱 복잡해지는 경우는 휴대폰 판매점에 따라 가격이나 기타 서비스가 달라질 경우야. 인터넷 판매까지 포함할 경우 수천 개 이상의 정보파악이 필요한데, 모든 정보를 다 파악하려다 보면 결국 휴대폰은 영원히 살 수 없을지도 몰라.

더 나아가서 의사결정의 과정에 상대방의 행동까지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협상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지. 가위바위보만 해도 그래. 그런데 상대방이 "나는 보를 내겠다"고 말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때도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져. "상대방은 보를 낼 것이다.

따라서 나는 가위를 낸다.

그것을 상대방이 고려해 주먹을 낼 것이고 그래서 나는 보를 내고, 그러한 사실을 아는 상대방은 가위를 내고…". 이런 식으로 끝없이 전략을 고쳐가야해.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형태의 의사결정을 끊임없이 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과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아. 그래서 요즘 수많은 학자들이 매달리고 있는 것은 게임이론이야. 게임이론은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여 어떤 결과를 달성하는가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나)는 게임이론 중에서 '죄수의 딜레마'와 동일한 상황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갑과 을은 분명히 12의 이윤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0의 이익을 얻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되지.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윤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최선의 공동이익을 창출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애덤 스미스의 "이기적 인간들이 벌이는 경쟁 운동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 된다"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반박하는 이론으로 애용되기도 해. 또한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비협력적 태도가 전략적으로는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내기도 하지. 비관적 세계관이 담긴 이 이론 앞에서 많은 철학자들이 절망할 수밖에 없었어.

제시문 (다)는 공자의 사상을 통해 이기심에 기반한 의사결정 대신 이타심에 기반한 충(忠)과 서(恕)를 제시하고 있어. 모든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조화를 추구하는 본성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인간은 동일한 본성을 가진 타인에 대해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결국 모든 인간은 이기심이 아닌 조화를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게 될 거야. 조화의 관점에서 (나)의 갑과 을의 상황을 다시 검토해 보면 서로 상생을 추구하기 위해 12의 이윤을 얻을 수 있는 A로 진출할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어. 더 나아가서 조화가 상대방이 나보다 더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이타성까지 포함하게 되면 갑과 을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으로 진출할 수도 있을 거야. 현실에서는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은 별로 없겠지.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수리적으로 추론할 것인가에 있겠지. 핵심은 갑과 을이 협의 없이 어떻게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을 거야.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하나 설명해 줄께. 위의 사례는 1회에 한하는 것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단 한번만 일어나지는 않지. 다양한 형태로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지.

이 점에 착안한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62명의 게임이론 전문가들에게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반복하는 게임전략을 제출하도록 했어. 그리고 모든 참여자가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참여자와 반복게임을 다섯 번씩 치르게 했지. 처음부터 끝까지 배신만 하고 게임 상대방은 협조만 한다면 배신한 사람이 최고의 점수를 얻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겠지? 모든 참여자는 이기적인 동시에 나름대로 합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배신을 적게 당하고 협조를 많이 얻어내는 전략을 꾸며야 할 거야.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협조하지 않을 테니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협조하는 전략을 어느 정도 채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즉 상호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이기적인 개인이 자발적으로 남들과 협조하는 이타적 행동을 선택한다는 거야. 이기적 목표를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과 협조전략을 추구할 수있다는 것이지.

제시문 (라)는 사이먼의 '만족화(滿足化) 행동원리'에 대한 내용이야.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과정에서는 순수한 합리성이 아니라 주관적인 합리성이 추구될 수 있을 뿐이며 대안의 선택에 있어서도 최적대안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만족스러운 대안이 선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된 요지야. 앞에서 예로든 휴대폰 구매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거야. 우리는 결국 최적의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을 뿐이지.

이러한 (라)의 관점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구체적 사례로 제시된 것이 제시문 (마)의 태풍피해 주민에 대한 보상문제지. 피해보상금을 지급할 때 가짜 피해자를 가려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빨리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필요해. 서로 상충하는 조건들 속에서 가능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는 과정에 언어적·수리적 사고가 통합적으로 요구되고 있어.

◆ [ 논제 I ] 해설

먼저 (가)의 내용을 살펴보자. (가)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이성보다는 감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감정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성의 역할이라는 것이지. 이러한 주제를 바탕으로 부연설명을 추가해서 요지를 작성하면 될 거야.

우리는 흔히 인간은 이성적이며 감정은 이성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러나 제시문에 의하면 이기주의나 이타주의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야. 확실히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욕구가 먼저 작동하게 되겠지. 욕구가 있고 나서 비로소 이성적 탐색활동이 시작된다는 것이 제시문의 요지야.

다음으로 (가)와 (다)의 견해를 비교하라고 했어. 비교라 함은 유사점과 차이점을 밝히는 것인데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감정이라는 (가)의 주장과 도덕적 본성을 따르고 그에 비추어 남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다)의 주장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일견 잘 떠오르지 않을 거야.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고려대는 전체를 꿰뚫는 주제를 중심으로 논제를 구성한다는 점이야.

이번 논제의 주제는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이니까 이를 바탕으로 (가)와 (다)의 주장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지. 출제의도 자체가 학생들의 다양한 관점을 끌어내는 데 있으니 자신만의 생각을 잘 정립해봐. 이타적 태도를 장려하는 '당위론'으로서의 (다)와 이기심, 이타심을 모두 감정 기원으로 포함시키는 제시문(가)의 '경험적' 태도를 비교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

마지막으로 모든 제시문을 참고하여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모든 제시문을 참고하라는 조건이 주어졌으니 각 내용들을 빠짐없이 잘 취합해서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을 제시해야 할 거야. 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앞에서 설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과 '만족화 행동원리'를 현실적·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 물론 자신만의 창의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음 주에는 논제 Ⅱ, Ⅲ, Ⅳ를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박상철 S·논술 선임연구원 ace@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