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어진 눈시울'은 어느 곳일까

'눈시울을 붉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자. '눈시울'이 대체 어디를 가리키는 거야? 아마 십중팔구는 눈의 흰자위 부분이 붉게 충혈된 모습을 보고 이 말을 쓰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곳은 '눈자위'인데? 눈동자 주위의 흰 부분,그 언저리는 분명 '눈자위'다.

하지만 우리는 '눈자위가 붉어졌다'란 말보다 '눈시울…'을 훨씬 많이 쓴다.

우리 몸의 일부이면서도 우리가 정확히 집어내기 힘든 '눈시울'을 사전에선 이렇게 풀어준다.

'눈을 뜨거나 감을 때 벌어지거나 맞닿는 눈의 위아래 부분.이곳에 속눈썹이 난다.'(금성판 뉴에이스국어사전, 2003년) '눈언저리의 속눈썹이 난 곳.'(표준국어대사전,1999년)

풀이를 보고 나면 오히려 의문이 더 생긴다.

'눈시울'이란 속눈썹이 나는 부분이라는 것인데,이곳이 슬프거나 감동을 받았을 때 붉어진다는 걸까?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겉에서 보이지도 않는 곳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을까? '눈시울이 붉어지다'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보다는 차라리 '눈시울을 적시다,눈시울이 뜨거워지다'란 표현이 제격이다.

물론 이 표현은 실제로도 많이 쓰인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시울'이란 약간 굽거나 휜 부분의 가장자리를 뜻한다.

흔히 눈이나 입 언저리를 이를 때에 쓴다(눈시울,입시울). 이 중 '입시울'은 고어 형태인데,현대어에서는 '입술'로 바뀌었다.

'시울'의 뜻을 염두에 두고 보면 '눈시울'은 '속눈썹이 나는 부위를 포함해 눈의 주변부,그 언저리'로 의미를 넓혀 해석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 경우 우리가 말하는 '눈시울을 붉히다,눈시울이 붉어졌다'란 말을 비롯해 '눈시울을 적시다,눈시울이 뜨거워졌다'란 말까지도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지금의 사전 풀이대로만 믿고 따르면 '눈시울이 붉어지다'란 표현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는다.

일부에서 이 말을 틀린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