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Now! Second Life."(제2의 인생을 만들어보세요)

미국 IT(정보기술) 벤처기업 린든 랩이 창안한 인터넷 사이트 '세컨드 라이프'가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변화의 진앙지로 주목받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재미있는 경제활동을 하면서 돈도 벌어들이는 '사이버 비즈니스'를 급팽창시키고 있는 것.

온라인 게임 리니지처럼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얼핏보면 단순한 게임처럼 느껴지지만 세컨드 라이프에선 실제보다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이처럼 경제적 동기를 자극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세컨드 라이프는 누리꾼들의 참여 유도가 가장 큰 특징인 '웹2.0'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

세컨드 라이프에선 자신의 아바타(인터넷에서 사용자를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현실에서 가능한 것은 물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특히 집을 사고 물건을 만들어 파는 등 경제활동이 가장 근본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고,이를 통해 실제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의 삶과 구분짓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로 단돈 9.95달러를 투자해 2년여 만에 연 매출 250만달러의 기업을 키운 사람도 등장했다.

3년 전 탄생한 세컨드 라이프는 최근 들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한달 만에 50% 이상 급증,현재 158만명을 웃돌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잇따라 진출

이처럼 인기가 치솟자 유명 가수는 사이버 공연을 열고,정치인은 사이버 기자회견을 갖기도 한다.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가꾸려는 기업들엔 세컨드 라이프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제조기업들은 주로 신제품 마케팅 창구로 활용하고 서비스기업들은 현실세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출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인텔 아디다스 IBM 도요타자동차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다.

언론사들도 가세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기자를 상주시키며 취재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세컨드 라이프의 섬 하나를 빌려 음악 페스티벌과 파티를 열고 있다.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

세컨드 라이프는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고 세금이 존재하지 않으며,자유로운 거래가 보장되는 곳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 사업 기회를 만들고 비즈니스에 도전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서 창업하는 기업 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6528개사였던 것이 10월엔 1만2364개사로 배로 불어났다.

이 기업들은 매월 10∼2000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흑자기업이라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순익 상위 10대 기업들은 연간 2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한 달에 새로 등장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총 1000만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23만개 정도가 활발하게 거래된다.

이 같은 거래로 올해 세컨드 라이프의 전체 시장 규모는 6000만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거래는 자체 통화인 '린든달러'로 이뤄진다.

린든달러는 자체 외환시장인 린덱스에서 미국 달러화로 바꿀 수 있다.

달러화에 대한 환율은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기준 환율이 미 달러당 270린든달러 정도다.

개인계정 만든 뒤 9.95달러 내야 사업 가능

일단 세컨드 라이프 홈페이지(www.secondlife.com)에 접속,개인 계정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업이 가능한 정회원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제공한 뒤 매달 9.9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정회원은 세컨드 라이프 내 공간에 512㎡ 규모의 개인 소유 토지를 제공받으며 이곳에서 각종 사업을 펼칠 수가 있다.

토지를 더 많이 사들여 사업을 크게 벌일 수도 있다.

한국 관련 그룹도 4개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담겨져 있고 실제 게임을 할 때는 한국어를 전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세컨드 라이프를 이용하려면 영어는 필수적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

■ '다다월드'를 기억하십니까?

사이버 세상에서 실제로 사업이 이뤄지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나왔다.

컨셉트 측면에서 세컨드 라이프와 거의 똑같은 사이트가 등장해 실제로 서비스를 했다.

다다월드(www.dadaworlds.com)가 바로 그것이다.

이 사이트는 세컨드 라이프보다 2년 빠른 2000년 사이버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았지만 한때는 '또 하나의 세상'이라며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다다월드를 만든 사람은 광운대 건축공학과 신유진 교수(49).신 교수는 미국에서 들여온 3차원 채팅 프로그램에 건축기술을 추가해 사이버 월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다다월드는 '정보기술(IT) 붐'에 힘입어 1년여 만에 회원(시민) 10만명을 달성했다.

2000년에는 400개 점포를 분양했는데 눈 깜짝할 새 다 나갔다.

분양가는 평당 10만원.10평짜리는 100만원,20평짜리는 200만원을 받았다.

다다월드를 통해 국토를 확장하겠다던 신 교수의 꿈이 무산된 것은 'IT 버블'이 꺼졌기 때문이었다.

분위기가 급랭하자 계약을 했던 사업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주를 포기했다.

다다월드 사이버 세상은 한순간 폐허로 변했다.

다다월드가 실패한 또 다른 요인은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신 교수가 구상한 3차원 사이버 세상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초고속인터넷 전송 속도가 수십 메가(1Mbps는 1초에 1메가비트를 전송하는 속도)는 돼야 했다.

또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는 고성능 컴퓨터도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엔 인터넷 속도가 초당 1메가를 밑돌았고 컴퓨터는 다다월드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해 늘 버벅거렸다.

다다월드에는 아직도 200여명의 사이버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