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회의를 열어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의 지급준비율을 현행 5%에서 7%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장기주택마련저축 근로자우대저축 등 장기저축성 예금에 대해서는 지급준비율을 현재 1%에서 0%로 인하했다.

바뀐 지급준비율 제도는 오는 12월23일부터 적용된다.

지급준비금이란 시중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자금을 말한다. 원래 고객예금 보호를 위해 도입됐으나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 수단으로 가끔 이용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것은 1991년 이후 16년 만이다. 은행들은 지급준비금이 늘어남에 따라 연간 2200억원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이에따라 대출금리도 0.1~0.2%포인트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작년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다섯 번에 걸쳐 콜금리를 인상했으나 금융기관의 여신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지준율 인상조치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 여력이 조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급준비율이 높아진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235조9353억원에 달하는 반면 지준율 적용이 폐지되는 장기저축성 예금은 17조9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쌓아야 하는 지급준비금은 현재 19조5000여억원에서 24조3000여억원으로 4조8000여억원 늘어나게 된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팀 부장은 "지급준비금은 무이자로 적립된다"며 "콜금리(연4.5%) 수준으로 운용할 수 있는 4조8000여억원을 무이자로 둬야 하기 때문에 2000억원 이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성태 총재도 "은행들의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며 "시장금리가 어느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이 발벗고 나섰습니다. 통화량 조절정책으로는 크게 공개시장조작 재할인율 지급준비율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수단은 공개시장조작인데 매달 콜금리 목표 수준을 정해 놓고 시장에 채권(통화안정증권)을 팔거나 사들여 자금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지금준비율은 모든 은행에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규정도 고쳐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의 통화량 환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