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항 1,2)


[A-1] '민중예술'이란 도시화·산업화되기 이전의 교육받지 못한 계층의 사람들이 벌이는 시,음악,회화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민중예술의 본질적인 속성 가운데 하나는 그것을 향유하고 보존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예술을 수용하는 주체이자 곧 그것의 창조적인 참여자가 되며,그러면서도 일개인을 부각시킨다거나 개인적 저작권을 주장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대중예술'은 어느 정도 교육받은 대중,일반적으로 도시에 살며 집단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적 또는 유사(類似)예술적 산물로 이해되고 있다.

민중예술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거의 구별되지 않고 이들 사이의 경계는 항상 유동적이다.

반면 대중예술의 경우 예술적으로 전혀 비창조적이고 완전히 수동적인 대중과 그들의 요구에 부응해 예술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사람들이 엄격하게 구분됨을 알 수 있다.

민중예술,특히 민요는 그것을 향수하는 계층에서 생산돼 나타난다.

그러나 대중가요는 상위계급의 정서에 의존하며 이 계급에 속하는 전문가로부터 생산된다.

이것은 참으로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예술의 이 같은 두 양식 사이의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차이는 그 예술을 향수하는 계급의 각기 다른 특성에 있다.

한편 교육받은 자,전문가,감식가(鑑識家)들의 '고급예술'은 민중예술 및 대중예술과는 중대한 차이를 보인다.

삶의 문제와 싸움,인간존재의 의미를 포착하려는 노력을 반드시 내포하며,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삶의 방법을 변화시키려는 요구와 부딪치게 하는 심각하고도 진정한,그리고 책임 있는 예술은 대부분 놀이와 장식에 지나지 않는 민중예술 혹은 오락 아니면 시간을 때우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 대중예술과는 거의 공통성이 없다.

(중략) 진정한 예술작품에 포함된 처절한 경험을 아는 사람은 값싼 효과의 악용을 쉽게 참을 수 없게 되고,나눌 수 없으며 더럽혀질 수 없는 오직 하나의 예술을 고수하려고 한다.

게다가 다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아놀드 하우저,'예술사의 철학'


[A-2] 고급문화는 창작자의 지향적 문화라 할 수 있으며,고급문화의 심미적(審美的)인 판단이나 비평적 기준은 이 창작자의 지향성에 근거하고 있다.

창작자의 의도만이 결정적인 것이고 수용자의 가치는 거의 관계 없다고 보는 창작자 지향의 비평은 수용자들의 압력으로부터 창작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의 창조활동을 더 용이하게 해주기는 하지만,이는 모든 예술창조자가 어느 정도는 그들의 수용자에게 반응하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너무 간과한 감이 없지 않다.

반면 대중예술은 대체적으로 사용자의 지향적 문화이며 수용자의 가치와 원망(願望)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아마도 고급문화가 대중예술이나 대중문화에 대해 갖는 적대감의 주요한 이유가 되며 대중문화 비판론이 소리를 한 옥타브 높이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대중문화 비판론은 오직 고급문화의 이익에만 편중한 주장인 것이다.

고급문화 옹호자도 누구나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추구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자기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를 마치 공중(公衆)의 이익처럼 위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고급문화의 번영을 꾀하려는 노력만으로 조직될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본래 심미적 충동을 가지고 있다.

즉 그들의 소망과 공포의 상징적 표현에 대한 수용성(受容性)이라든지,사회에 대한 지식과 소망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그리고 가능하다면 일상적인 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욕망 등을 인간은 갖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어느 사회나 그 성원(成員)에게 예술,오락 및 정보를 반드시 공급해 주게 마련이다.

사회의 성원 스스로가 예술이나 오락 및 정보를 만들어내는 창조자일 수도 있겠고,그러한 창조자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수행하도록 사회가 어떤 사람을 뽑을 수도 있겠고,그렇지 않으면 현대사회에서처럼 사회가 그 같은 창조적 작업만 전담하는 사람을 전문적으로 양성할 수도 있다.

더구나 한 사회의 예술이나 오락 및 정보는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제 가치나 성원들의 필요와 성격으로 이루어지는 형식 및 내용에 있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사회든 그 사회의 심미적 기준은 사회의 여타 부분과 서로 관계돼 있다.

그러므로 유목종족(遊牧種族)이 지니는 미(美), 예술,여가는 금일의 공장노동자나 지식인들의 미,예술,여가 등과는 다른 것이라는 게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질적인 사회일수록,또 전근대적인 사회일수록 문화적 다양성은 적다.

이에 비해 노동의 분화와 이질성 다양성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있는 사회에서는 여러 종류의 심미적 기준이 있어 사람들은 이들 중에 어떤 것을 고를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돼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적절한 심미적 기준의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허버트 갠스,'대중문화와 고급문화'


[B] 내가 보기에 현재 우리 문화(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상층문화(上層文化)의 부재(不在)다.

한동안 기층문화(基層文化) 혹은 민중문화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있어 왔다.

대학가에서 기층의 예술문화인 탈춤이나 사물놀이,굿 등이 각광받은 것도 이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상층문화는 외면받았다.

하지만 어떤 사회고 상층과 기층은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고 병존해야 그 문화가 건강해지는 법이다.

양층(兩層)의 문화가 음(陰)과 양(陽)처럼 서로를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기층문화가 자유분방하고 비격식적(非格式的)인 경향을 지향한다면,상층문화는 형식에 충실하고 규범적인 경향이 짙다.

만일 상층문화만 존재한다면 그 문화는 격식에만 치우쳐 역동성이 부족하게 될 것이고,기층문화만 존재한다면 방종적인 저급한 문화만 양산될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것은 이 두 문화가 융합되면서 서로의 단점은 상쇄되고 장점은 배가(倍加) 돼 격식이 있으면서도 자유분방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가까운 과거에 이런 문화가 있었던 적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조대(正祖代)였다.

상층은 기층문화에 관심이 있었고,기층은 사회적 조건의 향상으로 상층문화적인 요소를 많이 흡수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남겨진 이 시기의 문화유산들은 그 전범(典範)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조대 이후를 지나면서 우리 문화는 탄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우리나라는 이 시대에 맞는 상층문화가 없다는 게 문화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현재 기층문화는 대단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음악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통적인 것으로는 이전의 풍물을 현대화한 사물놀이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중음악도 그 인기는 엄청나다.

대중가요 가수들의 인기도라든가 노래방 성업 등을 통해 보면 현재의 한국인들은 이런 속악(俗樂)에만 전적으로 취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더 고전적이고 규범적인 음악은 그 활동이나 문화적 확산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따라서 향유하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하다.

이 시대의 음악문화에 규범을 제시하고 전체의 방향을 이끌어 나가는 상위의 음악문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창작 국악이니 창작춤이니 하는 것들이 많이 시도되기는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어필'되고 호소되는 바가 거의 없다.

철저하게 소외된 예술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 속에서 향유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최준식,'한국미,그 자유분방함의 미학'


[문항 1] 제시문 [A-1]과 [A-2]를 참고하여 제시문 [B]에서의 견해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배점 30% 400~500자)

[문항 2] 어느 광역시의 시의회에서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 대중에술공연장을 지을 것인지, 오페라 하우스 등 고급예술공연장을 지을 것인지에 대하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만약 당신이 그 시의회의 일원이라면 어느 쪽 의견을 지지하겠는가? 제시문 [A-1] · [A-2]와 [B]를 참고하여 근거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시오

(30% 400~500자)


[C]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확한 방향이나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이 시대 최고의 도전은 서양문화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지금 문화적으로 엄청난 격변기에 있다.

우리 역사에는 정신사적으로 볼 때 두세 번의 큰 분수령이 있었는데,앞의 두 가지는 4세기의 불교 수입과 14세기의 성리학의 수용이다.

마지막,그러나 가장 강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19세기 말 서양문화의 유입이다. 서양문화가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서양문화를 소화해내지 못했다.

역사의 격변기에서 식민지 경험이나 전쟁 같은 너무 큰 변화를 자주 겪다 보니 아직 서양문화를 주체적으로 해석해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전통문화,특히 상층문화는 격변기를 지나오는 동안 철저하게 단절됐다.

우리 것은 끊어지고 남의 것은 소화해내지 못하고.이게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항 3] 제시문 [B]에 이어지는 제시문 [C]를 완성하려고 한다.

알맞은 내용을 쓰되, 반드시 다음 제시어 중 네단어 이상을 사용하여 글을 완성하시오

(배점 40% 400~500자)


◆전통문화(傳統文化) 상층문화(上層文化) 주체(主體) 맥락(脈絡) 계승(繼承) 수용(受容) 융합(融合) 복원(復原) (※유의사항:제시어 사용은 한글과 한자 모두 가능하며,어떤 제시어를 사용했는지 답안지에 밑줄을 그어 표시하시오)


이번에는 지난해 치른 서강대 2006학년도 수시 2-Ⅱ 논술문제와 함께 서강대에서 고득점 답안이라고 선정한 학생의 글을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서강대에서 원하는 논술과 좋은 논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거야.


【A-1】은 '민중예술'과 '대중예술' 그리고 '고급예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민중예술'과 '대중예술'의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차이는 각각의 예술을 향수하는 계급의 각기 다른 특성에 있다는 거지.또한 '고급예술'은 민중예술 및 대중예술하고는 철학적인 문제의식의 유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거야.

【A-2】는 대중예술은 사용자 지향적이고 수용자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데,이것이 대중문화가 비판을 받는 이유인데,그런 대중문화 비판론은 오로지 고급문화의 이익에만 치우친 주장이라는 거지.왜냐하면 인간은 모두 본래 심미적 성향이 있는데,그러한 심미적 만족을 위해 어느 사회나 그 구성원에게 예술,오락 및 정보를 제공해 주면 되기 때문이야.

【B】에서는 현재 우리 문화(계)는 상층문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어.어떤 사회이든 상층문화와 기층문화가 같이 어우러져야 그 문화가 건강해지는 법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거지.또한 예술은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 속에서 향유해야 발전한다고 보고 있어.

【C】는 서양문화가 이 시대 최고의 과제라는 거야.서양문화가 유입된 지 한 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는 서양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더욱이 전통문화,특히 상층문화는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철저히 단절되어버린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보고 있어.그럼 이 문제에 고득점을 한 학생이 쓴 실제 답안을 살펴보자.



상층문화가 실생활에서 향유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A-1]을 보면 고급예술이 교육받은 상위계층을 위한 문화며 풍요로운 이들을 위한 문화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고급문화는 대중에게 널리 향유되기 어려우며 모두를 위한 문화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또한 음악문화 규범을 제시하고 방향을 이끄는 문화가 상위 음악문화라는 말 역시 문제가 있다.

문화는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급'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으며 선동의 힘은 대중적 지지 속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부 사람들을 위한 문화가 옳은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A-2]에서와 같이 대중문화 비판론은 고급문화 측면에서 주장하는 것이며 고급문화는 수용자를 위한 문화가 아닌 창작자 위주의 일방적인 문화이므로 대중문화보다 못한 면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층문화가 대중적 지지를 받길 바라는 것보다 대중문화가 더욱 전문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사회에서는 고급문화 수요보다 대중문화 수요가 현저히 많다.

고급문화는 철저히 창조자만을 위한 문화여서 그것을 수용하는 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중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 대중문화는 다수 수용자를 갖는다.

이렇게 볼 때 어느 광역시에서 고급예술 공연장과 대중예술 공연장 중 하나를 짓는다면 대중예술 공연장을 짓는 것이 더 바람직한 선택이다.

대중예술 공연장을 통해 일상의 삶에 찌들어 있는 대중이 욕망을 표출하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대중은 하나로 묶여 건강한 공동체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고급예술 공연장은 계층 간 격차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자신들이 대중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대중을 철저히 무시할 수 있다.

또 대중은 그런 그들만의 공간을 시기와 질투에 찬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러니 사회적 공동체 실현은 불투명해지고 말 것이다.

고급예술 공연장보다 대중예술 공연장을 짓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서양문물을 수용하기 이전 전통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 전통적 뿌리를 바르게 알고 계승하는 일이 현재 우리 문제점을 극복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나서 역사 격변기 동안 우리가 서양문물을 수용한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 관점에서 문제점을 찾아보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주체적 수용자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철저하게 단절돼 있는 상층문화에 대한 탐구도 이루어져야 한다.

대중문화가 상층문화에 대한 동경과 모방에 의해 탄생한 것을 감안하여 상층문화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잊혀가고 무관심해온 옛 상층문화에 대한 고찰과 복원이 필요하다.

우리 문화는 역사적 격변기 속에서 변형된 것이 많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오늘날 새롭게 수용한 문물을 옛것과 합리적으로 융합하여 더욱 참신한 문화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

어때? 우선 깔끔하고 명확하지? 이 학생은 논술문에서 분명한 자기 생각,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어.서강대 입학처장도 "서강대 논술의 고득점 비결은 '공격적인 글쓰기(Aggressive writing)'라고 강조하는 바야.분명하게 자기주장을 하고,그 주장에 대한 논거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거야.그러니까 여기저기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데 그치기보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주장을 글 속에서 밀고 나가야 해.특히나 [문항 2]에 대한 답안을 보면 '광역시'에서 고급예술 공연장과 대중예술 공연장 중 하나를 짓는다면 대중예술 공연장을 지어야 한다고 하고 있어.그 근거로 대중예술 공연장을 통해 대중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거야.문제에서 '어느 광역시'라고 했지? 이것도 놓치면 안 되는 핵심어야.교수님들은 이 문제를 '광역시' 차원에서 보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라고 하신 거잖아.그런데 '광역시'에는 일반 대중들이 많을까,아님 상류층이 많을까? 당연히 일반 대중들이 많을테니까 이 학생은 더 많은 대중들을 위해 대중예술 공연장을 지어야 한다고 하고 있어.'광역시'라는 단어에 교수님들 나름의 출제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거고,이 학생은 그걸 놓치지 않고 자신의 문제의식을 담은거야.다음 기사를 볼까?

9월 서강대 수시 2학기 논술고사 답안지 3700여장을 채점하던 교수 10명은 깜짝 놀랐다.

논술 1번 환경 관련 문제에 대해 2000장가량의 결론이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근대화를 추진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기엔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서강대 측은 이렇게 답변한 학생들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

채점위원 Z교수는 "(수험생)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것이었는데 학생들은 너무 보편적인 답변만 써놓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흔한 표현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환경을 만들자'였다.

Z교수는 "이렇게 비슷한 표현이 무더기로 나온 것은 논술학원에서 '개발'이란 주제가 나오면 무조건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답하도록 가르쳐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잘 쓴 답변으로 "내가 시장이라면,주민들의 의견을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물어 이러저러한 개발을 하거나 보존을 하겠다"는 식으로 자기 언어,자기 논리를 편 것을 들었다.

판에 박은 듯한 결론은 3번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청산별곡 등 네 가지 글을 주고 넷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해 나머지를 비판하라는 문제였다.

절반이 넘는 답안이 "서로의 입장과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였다.

서강대 측은 "나머지를 비판하라고 요구했는 데도 학생들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 했다"며 "학원 논술 강의에서 가르치는 전형적인 양시론(兩是論)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영수 입학처장은 "사교육에서 배운대로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이는 답안지는 대부분 불합격 처리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6년 11월8일)

이제 교수님들이 원하시는 논술이 어떤 건지 알겠니? 자신의 시각으로,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이 좋은 논술이라는 거야.이제 수능도 끝나고 본격적으로 논술을 준비해야 할텐데 좋은 논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라구.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위에 나온 학생 답안이 정답이라거나 모범답안이라는 게 절대 아냐.그러니까 절대 좌절하거나 시간이 없으니까 뭘 외워서 쓸 생각은 말라구.급할수록 정도를 지켜야 하는 법이니까.

김경환 Sㆍ논술 청담학원 원장 pass@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