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11월13일자 A7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난 10년 사이 2.7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2일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분석' 보고서에서 1997년 12.3%에 그쳤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는 34.1%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채무 비율은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부터 2002년(19.5%)까지 10%대를 유지하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23.0%로 올라선 후 2004년 26.1%,작년 30.7%,올해 33.4%로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선진국들의 평균(작년 77.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국가채무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공적자금의 국채 전환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던 데다 재정적자 보전용 국채 발행,외환시장 안정용 자금조달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예산정책처는 분석했다.

김인식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sskis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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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국가채무)이 너무 빨리 늘어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12.3%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33.4%에 이르고 내년엔 다시 34.1%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 비율은 2002년까지만 해도 20%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23.0%로 올라선 이후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물론 기업이나 가계와 마찬가지로 정부도 형편이 어려우면 빚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환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턱대고 빚만 늘어나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일부 선진국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단 적자의 수렁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도한 국가채무는 경제운용에도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나랏빚이 이처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과연 이렇게 빚이 늘어나도 괜찮을까.

공적자금 및 외환시장안정 재원 확보가 주요인

나랏빚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세입 내 세출'이라는 균형재정 원칙을 실천해왔다.

1997년 말 국가채무는 60조3000억원으로 GDP의 12.3%에 불과했다.

그런데 외환위기로 부실 대기업들과 은행들이 쓰러지면서 균형재정 원칙은 물건너가고 말았으며 이로 인해 국가채무도 '국민의 정부' 5년 동안에만 73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져 불과 3년 만에 채무가 114조5000억원이나 늘어났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돈 쓸 곳은 많은데 거둬들일 수 있는 돈이 부족해 정부가 국채발행 등으로 빚을 내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 때인 1998~2001년 사이엔 부실기업으로 인해 투입한 공적자금(155조3000억원)을 국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채무가 급속히 늘어났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02년 이후엔 이 금액이 2조~3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민의 정부에서의 채무 급증은 외환위기 뒤처리를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참여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많은 빚을 냈다.

실제로 2003,2004년 2년 동안 늘어난 부채 69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0조6000억원이 외환시장 안정용으로 조달됐다.

방만한 운용,복지·분배정책으로 채무증가 불가피

물론 우리의 국가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채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인 77.7%를 크게 밑돌고 있는 데다 재정적자로 인한 채무도 그리 큰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지원,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등 불가피한 요인들이 겹쳤다고는 하지만 지난 10년 새 국가채무 비율이 무려 2.7배나 높아진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1만6000달러에 이르는 기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거나 축소된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특히 근래 들어 재정 운용이 방만해지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더욱 가중시킨다.

실제 참여정부 들어서만 공무원 수가 2만5000명 이상 늘어난 것을 비롯해 선심성 복지정책과 분배정책도 줄을 잇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 갖가지 국책사업과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목표로 내건 '비전 2030계획'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불요불급한 재정지출 줄여야

나랏빚이 늘더라도 경제가 잘 돌아가 세수가 증가한다면 그다지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매년 5~13%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크게 떨어졌으며, 참여정부 들어선 매년 5%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아직도 정부당국이 저성장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떨어져 20~30년 후에는 잠재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도 성장보다는 분배·복지정책에 매달리고,시장경제를 강조하기보다 각종 규제로 기업활동을 옥죄려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앞으로 세입기반 확대를 위한 차세대 성장동력 확충에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랏빚이 더 이상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국책사업도 우선순위를 따져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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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국가채무=정부가 중앙은행이나 민간,외국 등으로부터 빌려 쓴 돈을 말한다.

국채,국내외 차입금,국고채무 부담행위(예산확보 없이 국가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는 것),지방정부 채무 등 4가지가 포함된다.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도 나눌 수 있다.

◆금융성 채무=외화자산 매입이나 주택자금 지원 등 담보가 있는 채무를 말한다.

채권이나 자산 등을 갖고 있어 나중에 회수할 수 있다.

따라서 장부상으로는 빚이지만 국민이 실제로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외국환평형기금 발행이 대표적 사례다.

◆적자성 채무=재정을 메우기 위해 발행한 국채로 나중에 갚아야 한다.

공적자금 국채전환비용을 비롯해 일반회계 적자보전,지방정부 채무 등이 있다.

◆공적자금=정부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재정자금.기업여신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해진 금융기관에 정부가 투입하는 자금이다.

정부예산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