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수능을 치른 고3 여학생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 수능시험을 치렀지만 수능이 끝나고 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수능점수 발표일인 12월13일까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A. 먼저 학생에게 수능시험을 치르느라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초.중.고교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단 하루 만에 평가를 받으려니 너무 힘들었지요? 약간의 휴식을 취하면서 곧 다가올 기말고사를 준비한 다음 곰곰이 자기 자신과 앞으로의 삶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이제 수능시험도 끝났고 성적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진학만 하면 갑자기 성인이 되고,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느낌도 들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십년 동안 인생의 기나긴 여정에 비추어 보면 학생은 이제 겨우 첫 발자국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학생은 앞으로 수십년간 직업 활동을 해야 하고,그 첫단계가 12년 동안 공부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고등학교까지 공부한 것을 기초로 하여 전문적인 교육을 받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먼저 학생들에게 지난 12년 동안 공부하고 20살 가까이 살아온 삶에 대해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인가?''65억명의 지구 인구 가운데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과연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남들과 틀린 나만의 독특함은 무엇일까?' 등의 물음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삶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 보는 것이지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나름대로 인생의 뚜렷한 방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향이 없는 인생은 이것 조금하고,저것 조금하는 식의 갈팡질팡 인생이고 우왕좌왕 인생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무엇을 잘 못하는지 모른 채 인생의 황금시기인 대학 생활을 허비하는 것은 이런 문제를 생각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우리 학생도 역사.경제적인 큰 맥락에서 경제활동과 직업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이런 거시적 시각에서 과연 직업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올바른 직업인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것이 개인이 직업에 어떤 자세로 임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학생이 사회로 진출해 본격적으로 활동할 10년 뒤에는 직업적으로 과연 어떤 트렌드가 나타날 것인지를 알고 그에 대비하는 진로 선택을 해야 하겠지요. 지금 당장은 사회적으로 각광받고 고소득인 직업이라고 해도 10년 뒤에도 그럴 것이란 보장이 없습니다. 예전엔 듣도 보도 못한 신종 직업이 등장하기도 하고,예전에 각광받던 직업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당장의 인기 직업이나 학과에 연연하기보다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직업 전망을 참고하면서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학생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정해지면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 몇 명을 꼽아 학생이 본받고 싶은 '역할 모델'로 설정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15년 뒤에는 본받고 싶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지요. 물론 중간에 상황이 변화되어 꼭 그렇게 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본 받고 싶은 사람의 성공과정을 책자나 신문을 통해 접하다 보면 학생도 나름대로 나아갈 방향과 무엇을 할 것인가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직업인이 되려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자신의 수능성적이나 내신,기타 가정환경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대학.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필요하면 대학입시박람회를 찾아가서 정보를 수집하고 전공하고 싶은 학과가 설치된 대학을 방문해 면담을 할 수도 있지요. 학과와 대학을 소개하는 방송이나 인터넷 자료를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려는 60여만명은 물론 수백만명의 가족.친척들이 학생과 같은 수험생의 진학과 홀로서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 만큼 진지하게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학생은 초등학교부터 고교 3학년까지 12년 동안의 공부를 마감하고 이제 성인으로서 하나의 전환점을 맞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때 자신에 대해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미래를 내다보는 시간을 가져 자신의 인생과 직업생활을 생각하는 설계도를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쓰기를 바랍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설계도입니다. 학생에게도 앞으로 수십년 동안 평생 진로를 꾸며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능 이후 한 달 동안의 집중적이고 진지한 고민과 인생 설계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인생 설계도를 그리고 그에 맞춰 진학할 학과와 대학을 정하면 후회없는 선택이 이루어 지리라 봅니다. 학생에게는 너무 원칙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일지 몰라도 학생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이런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보여 진지하게 부탁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공부한다고 소홀했던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세상을 사는 지혜를 얻으며,사는 동안 꼭 필요한 외국어.컴퓨터.운전능력을 습득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수험생들은 내년 3월 대학 입학 전까지 100일 가까운 시간이 있습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career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