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불붙고 있다.

해외 투자펀드인 론스타(Lone Star)는 외환은행을 싼 값에 샀다가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4조원대 매각차익을 올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 조작,로비 등 탈법·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니 처벌해야 한다고 검찰이나 정치권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2003년 당시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한 외환은행 책임자들이나 이를 허가한 정부 관계자는 "매각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이를 문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론스타 수사를 위해 검찰이 청구한 론스타 본사 경영진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을 법원이 두 차례나 기각하면서 이번 사태는 법원과 검찰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론스타는 론스타대로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도 파문이 일고 있다.

도대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헐값 매각 의혹 왜 생겼나

외환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에 대출했다 돌려받지 못하는 '부실자산'이 쌓이기 시작했다.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이 1998년 말 6.79%로 건전한 은행의 기준인 8%를 밑돌았다.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에 실패한 외환은행은 2002년 론스타가 투자 의향을 보이자 기나긴 협상을 시작했다.

문제는 론스타가 정식 금융회사가 아닌 '사모(私募)펀드'라는 데 있었다.

국내 은행을 인수하려면 해외 유수의 은행이거나 다른 금융회사와 합작투자해야 자격이 주어지는데 론스타는 그러한 자격에 해당하지 않았다. 다만 은행법에는 매각 대상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사모펀드도 인수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다. 예전에 제일은행을 뉴브리지펀드가 샀다 SCB에 되판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꾸준한 자구 노력에 힘입어 2003년 3월 말 BIS 비율이 8.48%를 기록,예외도 인정받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청와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외환은행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2003년 7월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가장 비관적인 경영 전망을 토대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6.16%로 결론짓고 은행법 예외조항에 따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수출입은행(지분율 32.5%)과 한국은행(10.67%)이 대주주여서 사실상 정부가 주인이었고,독일 코메르츠방크도 32.55%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론스타는 이들로부터 외환은행 주식 50.5%를 주당 4245원,모두 1조3800억원에 샀다.

◆2년여 만에 4조원 매각차익이 논란 불씨

세월이 흘러 은행 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국내외 금융사들의 경합 끝에 국민은행에 넘기기로 계약을 맺었다.

론스타는 올 3월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70.87%(4억5706만주)를 주당 1만5200원에 팔기로 국민은행과 계약을 맺었다.

2년여 만에 4조원의 차익을 올리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정부는 왜 사실상 국가 재산인 외환은행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팔아야 했나? 그것도 외환은행의 가치(BIS 비율)를 끌어내려 론스타에 인수자격을 부여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냥 놔뒀으면 외환은행은 건전한 은행으로 정상화할 수 있었거나 적어도 더 비싼 값에 국민은행에 팔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이 바로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과 정부 관계자들은 "당시 외환은행의 부실이 심해져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실 우려를 낳았던 외환은행에 대한 처리는 외자유치뿐이었고,론스타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론스타도 "부실 은행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등 한국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검찰은 매각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외환은행과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공모해 헐값 매각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또 론스타도 정치권이나 정부에 로비를 하거나 실무자에게 뇌물을 주는 등 불법 행위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론스타의 회계자문 회사나 법률자문 회사에 포진한 전직 경제부총리 등 거물급 인사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막바지에 접어든 검찰 수사가 이러한 의혹들을 명쾌히 밝혀낼 수 있을지,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차질을 빚을지 사태 추이를 계속 지켜보자.

정태웅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


론스타는 어떤 곳인가

1991년 설립된 론스타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다.

론스타는 텍사스주의 별칭이다.

론스타는 사모펀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펀드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부실채권 정리 분야에서는 세계적 투자금융 회사인 골드만 삭스나 도이체방크를 능가한다는 평이다. 론스타는 막강한 현금동원력으로 전 세계 14개국,6000여곳에 총 180억달러 규모(2004년 기준)의 부동산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론스타 창업자인 존 그레이켄 회장은 미국 내 정·관계 인사들과 돈독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기할 것은 론스타 투자 자산의 75%가 아시아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점. 특히 한국의 기업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금액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 5646억원어치를 인수,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의 부실채권 입찰에 참여해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또 2001년 현대산업개발 소유의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를 6632억원에 인수한 뒤 2004년 말 28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했는데,조세회피지역(소득에 대해 세금이 없는 국가나 지역)인 벨기에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 비난 여론을 사기도 했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beje@hankh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