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1]

<제시문 가>를 바탕으로 <자료 Ⅰ>과 <자료 2>에 담긴 현상과 의미를 설명하고, 이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문제점과 그 대응방안을 논술하시오.(750~800자, 125점) (* 자료는 생글생글 18면 참조)

[문제2]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요지를 응용하여 <제시문 다>의 사회역사적 의미를 현대적 관점에서 논술하시오. (750~800자, 125점)

<제시문 가>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전통적 지식이 디지털 형태의 정보로 전환되고 있다.

그런데 지식이 정보로 전환될 때에는 대개 의미의 굴절이 일어난다.

이런 까닭에 지식과 그 지식을 디지털 형태로 전환한 정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식과 정보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정보사회학자들의 설명을 요약하면 그 차이는 다음과 같다.

'지식'은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사유와 실천 활동을 통해 부여한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의미의 집적물이다.

'정보'는 잠재적 수요자를 위해 지식에서 추출한 데이터의 기술적 가공물,이를테면 지식을 요약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의미의 집적물이다.

또한 지식은 체계성과 복합성이라는 그 속성상 지적 훈련을 거친 엘리트만이 접근하고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에 비해 디지털 형태로 전환된 정보는 대중의 접근을 수월하게 하고,전달과 획득에 필요한 시간을 감소시켜 주며,저장과 가공을 용이하게 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인터넷이 학문 발전과 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촉매제가 된 것은 그것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정보교환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범위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편의성과 효율성이 제고된 정보사회가 반드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정보의 경우 제공자와 사용자의 익명성으로 인해 오용되거나 남용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며,그런 일은 실제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정보를 독점적으로 장악한 자가 특정한 목적에 이를 악용할 위험 역시 상존한다.

같은 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는 것처럼,정보의 활용에도 양면성이 있음을 잊지 말자.


<제시문 나>


현대를 대표하는 지성인 가운데 한 사람인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에 따르면,플라톤 이후 과학의 정당화 문제는 권력의 정당화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이를테면 '무엇이 (과학적으로) 참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는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은가'를 결정하는 문제와 더 이상 무관하지 않다.

과학과 윤리학,과학과 정치학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시대의 권력은 그 어느 시대의 권력보다 더 집요하게 과학적 지식,나아가 정보 일반을 소유하고 관리하고 싶어 한다.

특히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이후 이런 욕망은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리오타르의 말을 빌리자면,정보화 시대에서 '지식에 관한 물음'은 필연적으로 '지배에 관한 물음'으로 귀결된다.

요컨대 오늘날 지식과 정보가 떠안은 진리와 윤리라는 이중의 짐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제시문 다>

대통령 각하,마침내 드레퓌스가 군사 법정에 섰습니다.

재판은 완전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적에게 국경을 열어 독일 황제를 노트르담 성당까지 안내한 반역자라 하더라도 이보다 더 쉬쉬하며 재판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국민들은 대경실색한 채 온갖 풍문이 떠도는 이 무시무시한 드레퓌스의 배신 행위에 대해 수군거렸습니다. 물론 그들은 국가의 조치를 존중했습니다.

그들은 그 어떤 가혹한 형벌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 비밀의 방에서 조심조심 묻어야만 했던 그 말할 수 없는 것들,전(全)유럽을 화염에 휩싸이게 할 수도 있다던 그 위험한 것들은 과연 진실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기상천외한 삼류 소설을 실화로 만들기 위해 국방부는 모든 것을 날조했습니다.

군사 법정에서 낭독된 기소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이 사실은 금방 드러납니다.

아!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기소장인지요! 이런 기소장으로 한 인간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그것이야말로 불의의 극치입니다.

드레퓌스는 수개 국어를 구사합니다,유죄.그의 방에서는 위험한 서류가 한 장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유죄.그는 가끔 조상의 나라를 방문합니다,유죄.그는 근면하며 모든 것을 알고자 할 정도로 지식욕이 강합니다,유죄.그는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습니다,유죄.그는 마음의 동요를 일으킵니다,유죄.얼마나 터무니없는 내용이며,얼마나 황당한 주장인지요!

대통령 각하,목하 국방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예컨대 언론 캠페인,흑색선전을 통해 드레퓌스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여전히 전진하고 있고,아무 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오늘에서야 '사건'이 진정으로 시작되는 셈인데, 왜냐하면 오늘에서야 각자의 입장이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

한쪽에는 햇빛이 비치기를 원치 않는 범죄자들이 있고,다른 한쪽에는 햇빛이 비칠 때까지 목숨마저도 바칠 정의의 수호자들이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저는 드레퓌스를 부당하게 법정에 세운 국방부 장관,참모총장,참모차장,기타 사건 관련자들을 공개적으로 고발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을 알지도 못하며,단 한번 만난 적도 없으며,그들에 대해 원한이나 증오를 품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제게 사회악의 표본일 뿐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의 행위는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앞당기기 위한 한 영혼의 외침일 뿐입니다.

―에밀 졸라,'나는 고발한다-대통령 펠릭스 포르 씨에게 보내는 편지'


< 한국외대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논술문제 해설 >

어려운 제시문 당황말고 꼼꼼히 읽는 것이 중요

영어 제시문 출제가 금지된 이후 한국외국어대의 논술시험은 비슷한 유형을 유지해왔어. 제시문은 보통 3~4개가 출제되고,2~3개의 논제가 제시된 거지. 제시문의 분량은 A4용지 두 장을 넘기지 않았어. 또 주제와 관련해서는 2006년 프런티어Ⅱ 전형 논술에서 SARS와 지구 온난화,도하라운드 등 시사적인 의제들이 제시문을 통해 거론된 적이 있어. 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은 고전 제시문들이 출제되고 이것의 현대적 의의를 곱씹어야 하는 논제들이 출제돼 왔거든.

2007년 수시1학기 프런티어I 전형에서도 이러한 논술 출제경향이 고수되었지만,거기에 한 가지 추가된 것이 있어. 제시문에서 보다시피 도표 두 개가 들어간 거지. 각 대학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지향하는 추세에 따라 도표 자료가 흔히 논술에 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 여기까지가 올해 한국외대의 정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참고해야 할 출제경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다면 그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물론 작년에 나온 기출문제들의 논제 형식까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올해 문제가 되었던 시사적 주제들에 대해서 한 번쯤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겠지? 주로 국제 경제 정치 문화와 관련된 시사적 주제들이 특히 중요해. 외국어대라는 학교의 특성 때문이지. 또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등을 통해 그래프며 도표 보는 법을 연습해둘 필요가 있겠지. 하지만 겁먹지는 말아. 보통 머리 아프게 어려운 도표나 그래프를 내지는 않거든. 문제의 변별력은 다른 부분에 있는 게 일반적이야. 그렇다면 그 부분이 무엇일까?

◆ [ 문제 1 ] 해설

논제는 토씨 하나하나까지 의미를 따져서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논술의 기본인 것,알지? 그러니까 먼저 <자료1>과 <자료2>에 담긴 현상을,두 번째는 그 의미,세 번째는 초래될 수 있는 문제점,네 번째로는 그 대응방안을 논술해야만 해. 논제에 담긴 질문이 네 개인 셈이지. 물론 그 중 현상과 의미에 대해서는 <제시문 가>를 바탕으로 논술해야 하겠지.

<제시문 가>는 짧지 않은 한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리고 때론 이런 단락이 의미상 두 단락,세 단락인 경우가 있어. 그럴 경우 의미대로 단락을 나누어서 이해해보도록 해. 그 다음에 다시 그 의미들을 연결시켜 이해하면 저자가 나타내려는 생각의 구조를 더 잘 알 수 있거든. 제시문 분석의 기본은 생각의 구조를 파악하는 거야. 그러면 이 단락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밑에서 삼분의 일이 되는 부분의 "그러나 이렇게 편의성과 효율성이…"를 두 번째 단락의 시작으로 여길 수 있겠지? 그러면 다음으로는 앞뒤 두 단락의 주제를 말해보고,또 각각의 요지를 말해보도록 해. 앞 단락은 정보와 지식의 차이,그리고 뒷 단락은 정보 활용의 양면성,그렇지? 물론 인터넷이 학문발전의 촉매제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는 정보와 지식의 차이와 관련이 되고 동시에 인터넷 활용의 장점을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해서 어느 단락에 포함시켜야 할지 애매하기는 해.

하지만 일단 주제를 앞서 말한 것처럼 제시했다면 이에 걸맞은 요지를 말해봐. 지식과 정보의 차이가 이렇고,그리고 인터넷 활용의 양면성이 저렇고 하는 이야기가 요지가 되겠지. 중요한 것은 그 두 단락의 주제와 요지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파악하는 거야. 따라서 <제시문 가>의 내용을 쓸 때는 지식과 디지털화된 정보의 차이가 인터넷 활용이 지닌 양면성의 논리적 전제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 좋아. 제시문에 깃든 생각의 구조를 나타낼 수 있으니까.

자,이번엔 도표들을 살펴볼 차례야. 도표가 나오면 '한 번 더 생각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길 바래.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번만 생각하거든. 가령 <자료1>은 언급하지 않고 <자료2>만 언급하는 것도 '한 번만 생각한' 경우라고 할 수 있어. 자료는 분명 두 개가 제시되었는데 말이야. 따라서 두 가지를 모두 언급하고,가능하면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언급하는 것이 좋아. 출제자들이 보통 그런 연관성을 고려해 출제하거든. 또 <자료2>에 대해서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계층과 그 이상인 계층 사이의 인터넷 이용률 격차만 강조하고 마는 것이 '한 번만 생각한' 경우야. 결국 '두 번 생각하라'는 이야기는 도표의 대체적인 측면에서 더 나아가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본 다음에 생각을 정리하라는 뜻이야. <자료2>를 자세히 보면,소득이 200만원 이상인 계층은 해가 갈수록 인터넷 이용률이 높아지는 반면 그 이하인 계층은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이 있거든? 어때,'한 번 더 생각하라'는 뜻 알겠지?

이젠 논제에 포함된 네 가지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할 때야. 그런데 좀 애매한 것이 있지? 그 네 가지 중 특히 '현상'과 '의미',그리고 '문제점'과 '대처방안'을 두부 자르듯이 구분해서 각기 답안을 작성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맞아. 그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는 거지. 따라서 그 네 가지 각기 답안을 작성하려고 하기보다는 그것들을 고려해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저 개요를 작성하도록 해. 그리고 난 다음 그 안에 각 요소들이 적절히 포함되어 있는지를 검토한 후 글을 쓰는 게 나을 거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수험생들이 비교적 쉽게 답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 가볍게 답안작성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그치고 다음 논제로 넘어가기로 하자.

◆ [ 문제 2 ] 해설

먼저 <제시문 다>는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이른바 '드레퓌스 사건'이 터졌을 때 작가 에밀 졸라가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야.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이기는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이 논제에 답하기 위해 서양사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야. 교수님들은 많이 아는 학생보다 글을 이해할 줄 알고 혼자 힘으로 생각할 줄 아는 학생을 제자로 받고 싶어 하시거든. 따라서 그런 능력에 대해 변별력을 발휘하기 위해,제시문 자체에 이해의 실마리들을 충분히 집어넣어 두시는 거야. 그러니 제시문이 좀 어려워도 기죽지 말고 덤비라는 이야기지. 한 번 더 읽고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분명히 더 쉬워지거든.

문장이 어렵지 않음에 비해 이 제시문의 요지를 파악하기가 간단치 않기는 해. 하지만 요지 파악은 제시문 이해이고 제시문 이해는 저자가 지닌 생각의 구조를 파악하는 거야. 그 점 잊지 말도록! 저자는 국방부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거야.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 대 진실! 그 둘 중에서 진실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까지가 저자가 지닌 생각의 구조라고 할 수 있어. 제시문이 꽤 길지만 저자의 생각은 복잡하지가 않지? 아니라구? 생각은 단순할지 모르지만 그걸 파악하려다 머릿속이 복잡해 미칠 지경이었다구?

이 제시문이나 소설에서 발췌된 제시문들처럼 특정한 상황을 제시하고 있을 경우,여러분은 그 상황의 핵심적 측면을 포착하려고 노력해야 해. 그리고 저자가 그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옹호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만 해. 그렇게 보면 분명 이 글은 권력을 은폐하려는 권력에 맞서 진실의 가치를 옹호하려는 글이지.

자,이제 마지막 <나>에서도 물론 생각의 구조를 파악해야만 해. 저자는 레오타르의 말을 빌려 과학의 정당화와 권력의 정당화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이때 권력의 정당화는 도덕적 정당화의 문제이기도 해. 그런데 레오타르에 따르면,이 점은 플라톤 이후 언제나 마찬가지였지.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이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현대사회에서는 과학의 정당화가 어떤 식으로 권력의 정당화와 관련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야말로 이 제시문의 핵심이 아닐까? 맞아. 저자는 정보 및 과학지식을 소유 관리하는 정보통신 기술이 특정인의 권력을 정당화시켜주는 쪽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에 이 문제가 곧 진리와 윤리의 문제라고 덧붙이고 있어.

제시문들 사이에는 늘 유기적인 연관성이 있기 마련이야. 교수님들이 제자로 삼기를 원하는 학생은 바로 그 유기적 연관성을 깨달을 수 있는 학생이고,그 능력이야말로 교수님들이 문제의 변별력을 통해 파악하려고 하는 여러분의 핵심적인 능력이야. [문제2]에 답변할 때도 역시 그 점이 중요해. 이때 제시문들을 어떤 식으로 연관시킬지에 대한 실마리는 논제와 제시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해.

그렇다면 [문제2]는 제시문들을 어떻게 연관시키라는 것일까?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다>가 현대의 글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을 거야. 즉,권력에 맞서 진리를 밝혀야 한다는 에밀 졸라의 취지는 과거의 것이지. 논제의 의도는 그 취지를 현대에 어떻게 살릴지를 밝히라는 것이야. 그 취지를 살려야 할 현대적 조건은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에 제시되어 있지.

결국 '지식과 디지털화된 정보의 차이-이로 인한 정보 활용의 양면성-과학 지식 및 정보를 소유·관리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사용-이를 통한 특정인의 권력에 대한 정당화' 이렇게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 사이에 유기적인 연관성을 설정해볼 수 있을 거야. 그렇다면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제시문 다>의 취지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어. 하지만 이 점만은 꼭 기억해. 한 번 더 생각할 것. 제시문에 담긴 생각의 구조를 이해할 것. 제시문들 사이,제시문들과 논제와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따질 것. 교수님들께 그 능력을 보여드려야 해.

이석연 S·논술 선임연구원 blachand@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