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마침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지난달 말 WTO 실무위원회가 "베트남이 회원국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7일 WTO 이사회가 결국 베트남을 150번째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오는 12월 초부터 WTO 회원국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고 의무도 지게 된다.
이번 WTO 가입은 10여년 전 중국의 WTO 가입 선례에서 볼 수 있듯이 베트남이 세계 정치·경제무대에 본격 등장하게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특히 연평균 7%대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에는 날개를 단 셈이다.
○세계 정치·경제 무대에 등장
베트남의 이번 WTO 가입은 2001년 중국의 가입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계의 큰 사건이다.
베트남으로서는 전쟁이 끝난 후 31년 만에 세계 경제 무대에 복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베트남은 1995년 전쟁 상대국이었던 미국과의 수교를 계기로 정치적으로는 국제 무대에 이미 복귀했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WTO 가입과 미국의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PNTR) 승인 등의 문제로 정상적인 국가 대우를 받지 못했었다.
따라서 이번 베트남의 WTO 가입은 이달 중순에 이뤄질 미국의 PNTR 승인과 함께 베트남이 정치 및 경제 모든 면에서 국제 무대의 일원이 됐음을 알리는 중요한 뜻이 담겨 있다.
○경제 발전도 가속화
베트남의 경제 발전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7.5%라는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2010년까지 연평균 8% 이상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베트남은 성장을 위해 수출 증진과 외국인 투자유치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선결 과제인 WTO 가입을 이뤄낸 것이다.
WTO에 가입하면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외국 자본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각종 규제와 관세 등이 줄어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섬유·봉제·신발류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베트남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관련 분야 규제가 사라지면 수출이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WTO 가입이란 호재를 타고 이미 크게 늘어났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는 48억달러로 지난해의 4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올 연말까지는 당초 목표치인 50억달러를 훌쩍 넘어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베트남은 30세 이하 청년 인구가 전체의 64%를 차지하는 데다 교육을 받은 질 좋은 노동력이 풍부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베트남은 중국과 인도 이상으로 세계 경제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투자 대상국으로 꼽힐 전망이다.
○장밋빛 전망 뒤의 문제점
하지만 베트남의 WTO 가입이 반드시 장밋빛 전망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은 섬유 신발 등 경쟁력이 있는 업종의 수출과 투자가 증가하는 한편,이들 품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없애야 하고 수입 원자재값도 함께 올라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해외의 고급 섬유제품과 신발이 밀려들어올 경우 오히려 저임금을 무기로 한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점는 베트남이 취약한 금융 통신 자동차 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대항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WTO 가입으로 베트남은 주요 서비스 업종의 개방이 불가피해졌고 이 분야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베트남 기업들 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베트남 정부는 어느 정도 자국 기업들의 보호를 위한 자구책을 만들고 유예 기간을 두어 외국 기업의 진출을 당장은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 장기적으로는 자금과 능력 면에서 월등한 외국 기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베트남의 이번 WTO 가입은 단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처럼 일단 개방으로 경제를 어느 정도 궤도 위에 올려 놓은 뒤 이후의 문제는 차근차근 대책을 세워 나가겠다는 것이 현재 베트남 정부의 전략인 셈이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
[ 8400만명 시장...교역.투자 크게 늘듯 ]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9억3000만달러)에 불과한 실정.하지만 WTO 가입 이후 베트남의 수입 관세가 대폭 낮아져 앞으로 베트남 현지생산을 위한 국내 기업의 원자재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80년 이후 올 9월까지 19억6000만달러로 전체 투자의 3%에 머물고 있는 대(對)베트남 투자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WTO 가입을 기점으로 베트남의 경제성장 가속화에 따른 내수시장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은 아직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0달러가 채 안될 정도로 낮은 수준이지만 8400만명의 인구 대국으로 조만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인 기회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위협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
베트남의 WTO 가입에 따라 베트남 시장을 겨냥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고 베트남 경제의 고속 성장에 따른 베트남 내 생산비용 급증도 우려된다.
특히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업체 중 대부분이 베트남의 저렴한 생산비용을 이용해 가공 생산을 한 뒤 재수출하는 방식임을 고려할 때 베트남 내 생산비용 증가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투자의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가공 생산의 경우 베트남의 WTO 가입에 따른 이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한편 향후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WTO 실무위원회가 "베트남이 회원국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7일 WTO 이사회가 결국 베트남을 150번째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오는 12월 초부터 WTO 회원국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고 의무도 지게 된다.
이번 WTO 가입은 10여년 전 중국의 WTO 가입 선례에서 볼 수 있듯이 베트남이 세계 정치·경제무대에 본격 등장하게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특히 연평균 7%대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에는 날개를 단 셈이다.
○세계 정치·경제 무대에 등장
베트남의 이번 WTO 가입은 2001년 중국의 가입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계의 큰 사건이다.
베트남으로서는 전쟁이 끝난 후 31년 만에 세계 경제 무대에 복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베트남은 1995년 전쟁 상대국이었던 미국과의 수교를 계기로 정치적으로는 국제 무대에 이미 복귀했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WTO 가입과 미국의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PNTR) 승인 등의 문제로 정상적인 국가 대우를 받지 못했었다.
따라서 이번 베트남의 WTO 가입은 이달 중순에 이뤄질 미국의 PNTR 승인과 함께 베트남이 정치 및 경제 모든 면에서 국제 무대의 일원이 됐음을 알리는 중요한 뜻이 담겨 있다.
○경제 발전도 가속화
베트남의 경제 발전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7.5%라는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2010년까지 연평균 8% 이상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베트남은 성장을 위해 수출 증진과 외국인 투자유치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선결 과제인 WTO 가입을 이뤄낸 것이다.
WTO에 가입하면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외국 자본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각종 규제와 관세 등이 줄어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섬유·봉제·신발류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베트남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관련 분야 규제가 사라지면 수출이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WTO 가입이란 호재를 타고 이미 크게 늘어났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는 48억달러로 지난해의 4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올 연말까지는 당초 목표치인 50억달러를 훌쩍 넘어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베트남은 30세 이하 청년 인구가 전체의 64%를 차지하는 데다 교육을 받은 질 좋은 노동력이 풍부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베트남은 중국과 인도 이상으로 세계 경제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투자 대상국으로 꼽힐 전망이다.
○장밋빛 전망 뒤의 문제점
하지만 베트남의 WTO 가입이 반드시 장밋빛 전망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은 섬유 신발 등 경쟁력이 있는 업종의 수출과 투자가 증가하는 한편,이들 품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없애야 하고 수입 원자재값도 함께 올라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해외의 고급 섬유제품과 신발이 밀려들어올 경우 오히려 저임금을 무기로 한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점는 베트남이 취약한 금융 통신 자동차 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대항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WTO 가입으로 베트남은 주요 서비스 업종의 개방이 불가피해졌고 이 분야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베트남 기업들 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베트남 정부는 어느 정도 자국 기업들의 보호를 위한 자구책을 만들고 유예 기간을 두어 외국 기업의 진출을 당장은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 장기적으로는 자금과 능력 면에서 월등한 외국 기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베트남의 이번 WTO 가입은 단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처럼 일단 개방으로 경제를 어느 정도 궤도 위에 올려 놓은 뒤 이후의 문제는 차근차근 대책을 세워 나가겠다는 것이 현재 베트남 정부의 전략인 셈이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
[ 8400만명 시장...교역.투자 크게 늘듯 ]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9억3000만달러)에 불과한 실정.하지만 WTO 가입 이후 베트남의 수입 관세가 대폭 낮아져 앞으로 베트남 현지생산을 위한 국내 기업의 원자재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80년 이후 올 9월까지 19억6000만달러로 전체 투자의 3%에 머물고 있는 대(對)베트남 투자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WTO 가입을 기점으로 베트남의 경제성장 가속화에 따른 내수시장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은 아직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0달러가 채 안될 정도로 낮은 수준이지만 8400만명의 인구 대국으로 조만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인 기회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위협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
베트남의 WTO 가입에 따라 베트남 시장을 겨냥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고 베트남 경제의 고속 성장에 따른 베트남 내 생산비용 급증도 우려된다.
특히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업체 중 대부분이 베트남의 저렴한 생산비용을 이용해 가공 생산을 한 뒤 재수출하는 방식임을 고려할 때 베트남 내 생산비용 증가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투자의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가공 생산의 경우 베트남의 WTO 가입에 따른 이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한편 향후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