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집값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를 전후해 오르기 시작한 수도권 집값은 최근 들어 일주일 만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아파트가 속출하고,몇 년 동안 꿈쩍도 않던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주택도 가격이 들먹거리는 등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온 나라가 집값 걱정이다.
올 들어서도 10월 말 현재 아파트 값이 서울은 13.6%,수도권은 12.8%나 올라 작년 한 해 상승률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정부도 2003년부터 30여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여전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 대책이 나온 직후에만 잠시 안정 기미를 보이다 또다시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집이 없는 20~30대 사회 초년병이나 저소득 서민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집값은 왜 계속 오르기만 할까.
정말 잡을 수 없는 것일까.
◆집값 왜 오를까
최근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급 불균형'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의 기본원리인 수요-공급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까.
어디를 가도 타워크레인이 우뚝 서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이 널려 있는데 아직도 집이 부족하다는 게 사실일까.
불행하게도 대답은 '그렇다'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4728만명)의 절반에 가까운 2277만명이 살고 있다.
가족(가구) 수로 따지면 746만1000가구에 이르지만 수도권에 지어져 있는 주택 수는 578만2000가구에 불과하다.
보통 가구(혈연 가구)에 필요한 주택 수를 계산하는 '주택보급률' 역시 서울은 89.7%,수도권 전체로는 96.8%에 그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의 주택보급률(평균 110~120%)과 비교하면 여전히 집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이처럼 절대 주택 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울 강북 등 서민 주거지역의 전세난 △판교·은평뉴타운·파주신도시 등 신규 분양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 등이 집값을 자극하고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넓게 퍼지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급증해 수도권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 기반 확보가 중요한 이유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을 필요한 만큼 늘려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실제로 쌀 배추 같은 농산품과 자동차 휴대폰 같은 공산품은 수요가 증가하면 정부 비축분을 풀거나 수입을 늘리고,기업들도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한다.
하지만 주택의 경우 이런 방법을 쓸 수 없다.
외국에서 집을 수입할 수도 없고,공장에서 찍어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부산에 있는 아파트를 서울로 옮겨올 수도 없다.
결국 수요가 몰리는 곳에 집을 새로 지어 공급해야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착공부터 입주까지 2~3년이나 걸린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른바 '시장 조절자' 역할을 하는 정부가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에 주력하면서 집값 불안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간 30여 차례에 걸쳐 발표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은 대부분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었다.
물론 주택 수요가 지나치게 늘면 이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려 과열을 막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아기의 몸이 뜨거우면 해열주사를 놓고,차가우면 두꺼운 옷을 입혀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수요 억제 정책이 지나칠 경우 주택 공급마저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8·31 대책 발표 이후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거래 건수가 크게 줄었다.
매물이 줄어든 상태에서 이른바 쌍춘년 효과,뉴타운 개발 바람 등으로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수급 불안이 심화했다.
쌍춘년이란 음력으로 입춘(立春)이 두 번 겹치는 해를 말한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백년해로한다고 해서 올 들어 신혼부부가 크게 늘었다.
이러다 보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며 중·소형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매매가격이 올랐고,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집 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여 수요와 공급 사이에 불균형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신규 분양 시장도 마찬가지다.
2004~2005년 중 수도권 주택 공급실적은 당초 목표치(58만2000가구)보다 17만9000가구나 적은 40만3000가구에 그쳤다.
올해도 9월 말까지 연간 목표치(25만3000가구)의 37.6%에 불과한 9만5192가구만을 공급해 3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주택 공급의 양대 축(軸)이라는 신규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 거래 시장이 동시에 위축된 셈이다.
◆정부 정책 신뢰 회복이 급선무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불안심리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정부가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들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자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됐고,이른바 '강북발(發)' 집값 불안이라는 말처럼 서민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3일 신도시 분양가 인하,신도시 조기 공급,용적률(대지 위에 지을 수 있는 주택의 지상층 총면적 비율) 확대 등을 통해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고,공급 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볼 수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 기반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수요 억제 정책이라도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강황식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
[ 수도권 매년 30만가구 지어야 수요 충족 ]
수도권에서는 왜 주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까.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주택시장에서는 어떤 수요가 발생하는지,또 공급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선 주택 수요는 크게 △집 없는 사람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실수요) △지금보다 더 넓거나 좋은 집을 구하려는 수요(교체수요)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수요(가수요) △집을 사고 팔아 이익을 남기려는 수요(투자 또는 투기수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반면 주택 공급은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을 새로 짓는 방식(신규 분양)과 이미 지어져 있는 집을 사고 파는 방식(매매)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수도권의 경우 인구나 가구에 비해 주택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보니 실수요와 교체수요가 항상 넘쳐난다.
정부가 2004년에 내놓은 중장기 주택종합계획(2003~2012년)을 보면 수도권에서는 매년 30만가구가 새로 지어져야 이 같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면 불안심리나 시세차익 기대감 등이 커져 가수요와 투기수요가 덩달아 늘어난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퍼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추석 연휴를 전후해 오르기 시작한 수도권 집값은 최근 들어 일주일 만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아파트가 속출하고,몇 년 동안 꿈쩍도 않던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주택도 가격이 들먹거리는 등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온 나라가 집값 걱정이다.
올 들어서도 10월 말 현재 아파트 값이 서울은 13.6%,수도권은 12.8%나 올라 작년 한 해 상승률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정부도 2003년부터 30여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여전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 대책이 나온 직후에만 잠시 안정 기미를 보이다 또다시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집이 없는 20~30대 사회 초년병이나 저소득 서민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집값은 왜 계속 오르기만 할까.
정말 잡을 수 없는 것일까.
◆집값 왜 오를까
최근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급 불균형'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의 기본원리인 수요-공급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까.
어디를 가도 타워크레인이 우뚝 서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이 널려 있는데 아직도 집이 부족하다는 게 사실일까.
불행하게도 대답은 '그렇다'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4728만명)의 절반에 가까운 2277만명이 살고 있다.
가족(가구) 수로 따지면 746만1000가구에 이르지만 수도권에 지어져 있는 주택 수는 578만2000가구에 불과하다.
보통 가구(혈연 가구)에 필요한 주택 수를 계산하는 '주택보급률' 역시 서울은 89.7%,수도권 전체로는 96.8%에 그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의 주택보급률(평균 110~120%)과 비교하면 여전히 집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이처럼 절대 주택 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울 강북 등 서민 주거지역의 전세난 △판교·은평뉴타운·파주신도시 등 신규 분양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 등이 집값을 자극하고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넓게 퍼지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급증해 수도권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 기반 확보가 중요한 이유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을 필요한 만큼 늘려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실제로 쌀 배추 같은 농산품과 자동차 휴대폰 같은 공산품은 수요가 증가하면 정부 비축분을 풀거나 수입을 늘리고,기업들도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한다.
하지만 주택의 경우 이런 방법을 쓸 수 없다.
외국에서 집을 수입할 수도 없고,공장에서 찍어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부산에 있는 아파트를 서울로 옮겨올 수도 없다.
결국 수요가 몰리는 곳에 집을 새로 지어 공급해야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착공부터 입주까지 2~3년이나 걸린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른바 '시장 조절자' 역할을 하는 정부가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에 주력하면서 집값 불안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간 30여 차례에 걸쳐 발표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은 대부분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었다.
물론 주택 수요가 지나치게 늘면 이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려 과열을 막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아기의 몸이 뜨거우면 해열주사를 놓고,차가우면 두꺼운 옷을 입혀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수요 억제 정책이 지나칠 경우 주택 공급마저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8·31 대책 발표 이후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거래 건수가 크게 줄었다.
매물이 줄어든 상태에서 이른바 쌍춘년 효과,뉴타운 개발 바람 등으로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수급 불안이 심화했다.
쌍춘년이란 음력으로 입춘(立春)이 두 번 겹치는 해를 말한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백년해로한다고 해서 올 들어 신혼부부가 크게 늘었다.
이러다 보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며 중·소형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매매가격이 올랐고,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집 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여 수요와 공급 사이에 불균형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신규 분양 시장도 마찬가지다.
2004~2005년 중 수도권 주택 공급실적은 당초 목표치(58만2000가구)보다 17만9000가구나 적은 40만3000가구에 그쳤다.
올해도 9월 말까지 연간 목표치(25만3000가구)의 37.6%에 불과한 9만5192가구만을 공급해 3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주택 공급의 양대 축(軸)이라는 신규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 거래 시장이 동시에 위축된 셈이다.
◆정부 정책 신뢰 회복이 급선무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불안심리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정부가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들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자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됐고,이른바 '강북발(發)' 집값 불안이라는 말처럼 서민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3일 신도시 분양가 인하,신도시 조기 공급,용적률(대지 위에 지을 수 있는 주택의 지상층 총면적 비율) 확대 등을 통해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고,공급 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볼 수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 기반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수요 억제 정책이라도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강황식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
[ 수도권 매년 30만가구 지어야 수요 충족 ]
수도권에서는 왜 주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까.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주택시장에서는 어떤 수요가 발생하는지,또 공급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선 주택 수요는 크게 △집 없는 사람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실수요) △지금보다 더 넓거나 좋은 집을 구하려는 수요(교체수요)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수요(가수요) △집을 사고 팔아 이익을 남기려는 수요(투자 또는 투기수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반면 주택 공급은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을 새로 짓는 방식(신규 분양)과 이미 지어져 있는 집을 사고 파는 방식(매매)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수도권의 경우 인구나 가구에 비해 주택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보니 실수요와 교체수요가 항상 넘쳐난다.
정부가 2004년에 내놓은 중장기 주택종합계획(2003~2012년)을 보면 수도권에서는 매년 30만가구가 새로 지어져야 이 같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면 불안심리나 시세차익 기대감 등이 커져 가수요와 투기수요가 덩달아 늘어난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