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직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청소년들의 한탄이다.

이제 대학을 가고 직업을 가질 청소년들이 장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로를 정하지 못했으니 불안하기만 하고 그러다가 수능 점수에 맞춰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는 대학에 대충 진학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우리나라의 직업 개수는 1만개가 넘는다는데… 어째서 진로 정하기가 이렇게 힘든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진로교육과 전문 상담교사의 부재 때문이다.

지금까지 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적성검사나 흥미검사를 한 것이 전부다.

그 검사들이 아예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결과가 나온 한 장의 종이를 가지고 진로를 결정하기는 힘들다.

조혜희양(전남여고 2년)은 "적성검사나 흥미검사를 몇 번 했지만 단지 데이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진로 선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진로교육의 부재는 청소년들의 직업 인식 약화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지금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극히 적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나 판사 교사 공무원,그리고 회사원 정도뿐이다.

무슨 직업들이 있는지조차 배우지 못했으니 어떤 학과를 택하고 어떤 직업을 택할지를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진로선택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마땅히 상담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직업정보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진로 문제로 고민하게 될 때 주로 누구와 상담하는가'라는 질문에 31.3%(전체 364명 중 114명)가 친한 친구들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진로상담가 또는 선생님이라고 답한 사람은 9.9%(364명 중 36명)에 그쳤다.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이 진로상담을 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고3이 돼서야 대학진학 상담을 하는 것이 전부다.

박잎푸른양(전남여고 2년)은 "현재의 권위주위적 교육상황에서 선생님에게 개인적 상담을 한다는 것은 부담되고 꺼려지는 일"이라며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정보를 찾아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한 예로 미국에서는 진로 상담교사가 따로 있어 학생의 진로상담에만 전념할 수 있다.

또 개인진로계획기록부를 만들어 본인과 부모,그리고 상담교사가 함께 작성해 나가게 해서 진로결정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하나 없는 우리의 현실과 정반대인 것이다.

청소년 시절 진로를 선택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결정하는 일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거나 청소년·학부모·학교가 모두 참여해 청소년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 확충이 필요한 때다.

김현지 생글기자(전남여고 2년) culiaj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