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전국 818만 관객을 동원한 '친구'는 한국의 대표적인 복고풍 영화다.

그 뒤로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를 비롯하여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 등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복고풍 영화가 줄지어 개봉했다.

그런데 관객들은 이들 영화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교실 내의 권위주의'가 그것이다.

이것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나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의 이른바 '제5공 체제'와 같은 군사적 권위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이후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권위주의적 태도는 대부분 청산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 대구의 한 고교에서 5분 지각 학생에게 200대의 처벌을 내려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교내 권위주의 풍토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교사와 학생들이 간과하고 있는 권위주의적 교육방식은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수업시간은 반장의 '차렷,경례'라는 군대식 구호로 시작된다.

수업 진행 방식 역시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고,이 교육 방식에 반하는 학생들의 질의는 대부분 거부된다.

그리고 권위주의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간은 체육 시간이다.

특히 남학교의 경우 체육 시간을 '체육 활동'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단체 기합이나 단체 훈련 등이 '정신교육' 및 '협동심 강화'라는 미명 하에 강행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대구 남산고 3학년 이민지 학생은 "교사나 학생이 교내 권위주의적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학생들의 인권은 번번이 무시되고,200대 체벌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권위주의는 청소년에게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

'절대 튀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과 획일화된 질서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태도는 21세기 다원화 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또한 경쟁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권위주의를 없애려면 우선 교사와 학생 간에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한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교사와 학생 간에 인간적인 대화는 매우 부족하며 이로 인해 서로간의 신뢰감 역시 형성되지 않고 있다.

마찰이 있을 시에 '몽둥이'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대화가 학생들의 민주적 사고방식 증진에도,교사들의 열린 교육방식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심규일 대구남산고 학생부장은 "현실적으로 대규모 집단을 통제하는 데 권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권위를 넘어서서 '폭력'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수위를 넘어서서는 절대 안 된다.

과거에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항상 권위적인 풍토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권위주의는 논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윤선우 생글기자(대구 남산고3년) swyoun_k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