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느 거리를 가 보아도,주황색·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비슷하고 자극적인 네모난 간판이 건물을 뒤덮다시피하고 있다. 이렇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정신 없는 간판들이 거리의 미관을 해치고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간판 난립은 가게 업주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에서 비롯된다. 혹시라도 자기 가게 간판이 다른 가게 간판보다 작으면 위축되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더 주목받기 위해 남들 가게보다 더 크고 더 튀게 간판을 세운다. 한 가게에서 큰 간판을 세우면 이에 질세라 앞다퉈 더 큰 간판을 세워 결국은 건물을 뒤덮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거리는 정돈된 간판 덕분에 우리나라의 거리보다 훨씬 멋스럽고 깔끔한 느낌이 든다. 이들 나라의 간판 관련 법규는 엄격하지 않지만 가게 업주들 스스로 혼자만 주목받기 위해 간판을 세우기보다는 다른 가게들과 조화를 이루어 글자 크기와 간판 크기를 비슷하게 한다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이러한 시민 의식과 함께 간판이 밀집돼 있는 상업 지구와 아예 간판을 달지 못하는 주택 지구,그리고 그 사이에 완충 지구를 만드는 식으로 차등을 두어 간판을 정돈하고 있다.

간판은 그 나라의 거리 문화를 결정 짓고,거리는 외국인들이 그 나라에 대해서 갖는 인상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도 우리나라의 간판 정리는 시급하다. 이제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 스스로 올바른 간판 문화를 만들겠다는 인식을 갖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있으나 마나한 느슨한 간판 관련 법 규정을 색깔 숫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엄격하게 규정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하며,모범적으로 조화롭게 간판 정리를 한 거리의 가게들에 행정적인 지원을 해 주어 가게 업주들 스스로 간판을 바꾸도록 유도해야 한다.

더 발전하여 각 지역의 특색과 이미지를 잘 살리는 동시에 외국처럼 유서까지 담긴 간판을 만든다면 간판이 하나의 지역 상품으로서 관광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고은빛 생글기자(경기 고양외고 2년) koeunbi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