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민 은행의 기적] 올해 노벨평화상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열심히 일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그것이 바로 담보입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빈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운동가인 무하마드 유누스(66)와 그가 창설한 그라민은행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빈곤층의 자립·자활을 돕는 빈민은행 운동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서울평화상 수상을 위해 한국을 다녀간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는 각종 인터뷰와 강연으로 국내에도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경제학자인 유누스 총재가 가난 퇴치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자선도 혁명도 아닌 자활의 종자돈이 되는 소액무담보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이었다.

1976년 첫 대출을 시작한 이래 그라민은행은 30년간 총 660만명의 빈민들에게 57억달러를 대출해줬고,이 중 58%가 가난에서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라민은행은 돈을 갚지 않았다고 월급을 차압하거나 법적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대출고객은 그야말로 담보로 내놓을 게 전혀 없어 기존 은행은 문턱에도 못 가본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대출 회수율이 99%에 달해 선진 금융기관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는 자활의지와 믿음을 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라민은행의 소액무담보대출은 세계로 퍼져나가 현재 37개국에서 1억 가구에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그라민은행의 성공사례는 복지제도 개혁을 놓고 고민중인 선진국들이나 복지제도 확대를 추진중인 한국에 시사하는 것이 많다.

유누스 총재는 "가난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 하며,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그 돈을 꿔주는 게 그라민은행의 기본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자선이나,무조건적으로 생계를 지원하는 복지 제도에 반대한다.

스스로 일어설 방법을 일깨우지 않고 돈만 주는 방식으로는 수억,수십억달러를 퍼부어도 빈곤을 퇴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과도한 복지혜택으로 '일 안하는 사람'을 양산하는 복지모델로는 빈곤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복지는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일깨우고 도와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라민은행의 놀라운 기적과 바람직한 복지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