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0월21일자 A2면

정부는 현재 전국 67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인 교원평가제를 2008학년부터 모든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일 교원소청심사소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정책추진방향(시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교원평가 시안을 확정하고 2007년까지 법제화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시안에 따르면 평가 대상은 모든 초·중·고교 교사며 유치원 교사와 상담·보건·영양 교사는 제외된다.

평가에는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이 참여하며 평가 주기는 3년이다.

동료교사는 수업 참관 등의 방식으로,학생과 학부모는 설문 조사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형태로 평가에 참여한다.

평가 결과는 개별 교사와 해당 학교 교장 및 교감,해당 교육청에 통보되며 평가 결과가 극히 미흡한 교원은 의무적으로 연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
교원평가제 놓고 시끄러운데…
교원평가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3년 주기로 평가하며 인사나 연봉과는 연계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교원평가안을 확정해 2008학년부터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키로 한 데 대해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측은 교원평가가 교사의 능력 개발에 기여했는지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서둘러 법제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교원평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졸속으로 입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간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연대는 3년 주기로 교원을 평가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일이라며 연내 법제화 및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또한 교원평가 결과를 승진과 호봉 등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가와 경쟁을 통해 교원의 자질을 개선하고 능력을 개발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교직원단체와 학부모모임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교직원단체는 교육부가 평가제를 강행한다면 시민,교육단체 등과 손잡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교원단체,"교사평가로 교육의 질 개선 못해"

전교조와 교총은 학생과 학부모가 개별 교사를 단편적 수준의 문항들로 이루어진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평가하는 시스템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시범 실시 기간도 8개월로 너무 짧아 이를 제대로 검증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 교육 내용에 대한 질적 평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편적 평가를 통해 교사의 인성과 능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교사들이 수업 진행 과정에서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교육의 성과를 입시 성공의 여부로 판단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계량적 교사평가제는 교육 현장을 더 황폐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 상태에서 평가제가 실시될 경우 교단의 갈등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교사 양성 과정을 정상화하고 현장 교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재교육과 자율 연구 지원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교원평가제를 강행하기보다는 교육개혁 방안부터 먼저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단체,"평가 결과 인사,보수에 반영해야"

학부모단체는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고 교육 수요자를 평가자에 포함시킨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평가 결과를 교원 능력 개발에만 활용하고 인사나 성과급 지급 등과는 연계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또 평가 주기를 3년으로 해서는 교육현장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 힘들고 교육혁신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들이 대부분 1년에 1~2회씩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매년 평가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지나치다는 교육당국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교원평가제는 제 기능을 상실한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임에도 교원단체가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가 미래가 걸린 교육개혁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특히 전교조가 교원평가제 공청회 진행을 방해하고 나선 것은 어떤 평가도 거부하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평가하고 반영해야

우리 사회에서 교원평가 논의와 관련해 교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이미 오래다.

교육 개혁은 말할 것도 없고 교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교원평가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시안이 '교원의 능력 개발 지원 및 전문성 신장'이란 당초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애써 평가를 해놓고도 연수계획 등 정책수립에나 활용한다면 오히려 교장 교감을 교직사회의 허수아비로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교원평가제를 해마다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인사,호봉 등에 반영하는 등 시안을 수정 보완해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 용어풀이 ]

◆교원평가제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에 대해 평가하는 것으로 교장과 교감은 학교 운영 전반을,교사는 수업계획 실행 평가에 대해 각각 평가받는다.

모든 초·중·고교의 교장 교감 교사는 3년에 한 번씩 다른 교원과 학부모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교장 교감은 학교 운영 만족도를,중·고교 담임 교사는 학급 경영 만족도를,중·고교 비담임 교사는 수업 만족도를 각각 평가받으며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 평가를 받는다.

평가 결과는 능력 개발에만 활용된다.

평가 방법과 지표는 단위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근무성적평정

승진이나 전보 등에 활용하기 위해 근무 실적,직무 수행 능력 및 태도,청렴도 등을 매년 평가하는 것으로 근무평정이라고도 한다.

평정 결과는 비밀이며 정기 평정과 수시 평정이 있다.

◆다면평가제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 주체를 다양화하는 인사 평가제도로,360도 평가라고도 한다.

상사만이 조직원을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교사 다면평가제의 경우 평교사는 평교사와 부장교사가,부장교사는 부장교사와 평교사가 각각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다면평가 점수는 근무평정에 포함된다.

◆일본의 교원평가제

다면평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교원은 일정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이 과정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해당 교원을 퇴출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