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40점)

복지국가는 국가 구성원들의 경제·사회적 안전과 평등의 증진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평등의 개념을 달리 사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사회복지 정책을 둘러싼 많은 논쟁들은 바로 이러한 평등의 개념에 대한 논란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등이 어떤 개념에 기초하느냐에
따라 사회복지 정책의 효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례 1 > 자영업자인 A는 봉급 생활자인 B보다 소득 수준이 높다.

하지만 정부가 소득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어,A와 B는 동일한 세금을 내고 있다.

세금 부담에 있어서 A와 B 간의 불공평 정도를 완화하기 위해 A의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 사례 2 > C와 D는 모두 일정한 기술을 습득한 후에야 올라갈 수 있는 어떤 지위(status)를 얻고 싶어 한다.

C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상 그러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어려운 반면,D는 상대적으로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C에게 재정적 후원을 통해 기술 습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 사례 3 > E와 F는 모두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E는 젊은 시절 국민연금에 가입해 월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납부해서 현재 상당 수준의 연금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F는 젊은 시절 생활이 어려웠던 관계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서 현재 아무런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F와 같은 사람의 적정한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이전의 소득 수준이나 보험료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정액(定額)의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문제 1] 위의 제시문에 근거하여, 각각의 사례에 내포되어 있는 평등의 개념적 차이를 설명하고, 이 가운데 우리 사회가 가장 비중 있게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논술하시오. (40점,답안지 16~18줄 사이로 작성할 것)

II.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60점)

아래 글 (가)와 (나)는 다산 정약용의 흠흠신서(欽欽新書)의 일부이고, 글 (다)와 (라)는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일부이다.

[ 가 ] 형부(刑部)는 서씨의 아내 유모(乳母) 허씨가 유아를 깔아 죽인 사건을 심리(審理)해 교후(絞候)로 처단할 것을 물었다.

이는 곧 법률에 의해 처리할 일이나 다만 깔아서 치사케 한 이 유아 외에 대를 이을 아들이 있고,또 진정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일이라면 선례(先例)에 의해 심리할 때 관용할 여지가 있으나,이 사건의 유아가 외아들로서 다른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미욱한 유모가 조심하여 기르지 아니해 마침내 깔아 죽게 했으니 매우 원통할 일이다.

고의로 죽게 하여 그 가정으로 하여금 금대(今代)가 끊어지게 했다면 이 사실을 가려 결정하도록 아니할 수 없다.

<다산 정약용의 견해> 상고하여 보면 고의(故意)냐 아니냐를 가려 결정할 일이요,독자(獨子)냐 아니냐를 물을 것은 없다.

아마도 잘못인 것 같다.

[ 나 ] 고려(高麗)의 폐왕 우(廢王 禑)의 원년,이보림(李寶林)이 경산부(京山府)의 수령으로 있을 때 길에서 여자의 곡성(哭聲)을 듣고 "곡성이 슬프지 아니하니 반드시 부정이 있다"하고 데려다 신문하니 간부(奸夫)와 함께 남편을 모살(謀殺)한 자였다.

<다산 정약용의 견해> 상고하여 보면 이 조(條)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신통(神通)하다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기록은 간략해 알 수가 없다.

[ 다 ] 무릇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의 말이 비록 크게 놀랄만한 일이라도 한 쪽 편의 말만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시비곡직(是非曲直)을 일체 논단하지 말고 다만 제결(題決)하기를 "양 당사자로 하여금 각기 전후(前後) 소장(訴狀)을 가지고 대질시켜 처리할 터이니 여기에 한 자(字)라도 더 첨가해서는 안 된다"고만 할 것이다.

[ 라 ] 착각해 그릇 판결했다가 그 잘못을 이미 깨달으면 감히 과실을 얼버무리지 않는 것도 역시 군자의 행실인 것이다.

(중략) 생각건대 다른 일은 잘못을 그대로 두어도 다만 자기 한 사람의 허물이 될 뿐이지만 옥사(獄事)는 잘못을 그대로 두면 남의 생명을 해치는 것이다.

반드시 하늘의 재앙이 있을 것이니 이런 일은 의당 특별히 살펴야 할 것이다.

[문제 2] 위에 제시된 다산 정약용의 저술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논술하시오. (30점,답안지 14~16줄 사이로 작성할 것)


[문제 3] 한 인종주의자는 1991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표된 살인 범죄 통계인 <표 1>을 인용하면서 백인의 사형 선고율이 흑인에 비해 높다고 주장하였다.

<표 1>

가해자/선고 사형 기타 사형 선고율(%)
백인 53 430 11.0
흑인 15 176 7.9

이에 한 인권주의자는 위에 발표한 통계를 보완하여 <표 2>를 제시하였다.

<표 2>

피해자 가해자 사형 기타 사형 선고율(%)
백인 백인 53 414 11.3
흑인 11 37 22.9
흑인 백인 0 16 0.0
흑인 4 139 2.8

다산 정약용이 제시한 관점을 적용하여 인종주의자의 주장을 반박하고, 인권주의자가 <표 2>를 통하여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논술하시오.(30점)


[ 중앙대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논술문제 해설 ]

중앙대학교 2007년도 수시 1학기 논술문제는 예년과 비슷한 경향으로 출제되었어.

그래서 지금까지의 출제 경향에 맞춰서 차근차근 준비했던 아이들은 문제를 접했을 때 어려움이나 생소함을 느끼지는 않았을 거야.

오히려 출제 경향에 대한 중앙대학교측의 얘기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딱히 수리논술 문제라고 부를 수 있는 문제가 나오지 않은 점이 의외라고 할 수 있지.

이제 문제를 하나 하나 들여다볼까.

먼저 [문제 1]을 보면 '위의 제시문에 근거하여, 각각의 사례에 내포되어 있는 평등의 개념적 차이를 설명하고, 이 가운데 우리 사회가 가장 비중 있게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논술하시오'라고 되어 있어.여기서 주의할 것은 본인이 기존에 알고 있던 평등의 개념적 차이를 쓰라는 게 아니라 '위의 제시문에 근거하여, 각각의 사례에 내포되어 있는' 평등의 개념적 차이를 설명해야 된다는 점이야.

<사례 1>에는 비례적 평등이 나와 있어.비례적 평등은 개인의 욕구, 노력, 능력, 기여에 따라 사회적 자원을 상이하게 배분하는 것이야.흔히 공평이라고 부르지.

<사례 2>는 기회의 평등이야.기회의 평등은 결과가 평등한가 아닌가의 측면은 배제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정상의 기회만을 똑같이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개념이지.

<사례 3>에는 결과의 평등이 나와 있어. 결과의 평등은 평등의 개념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개념으로 평가되는데, 모든 사람을 똑같이 취급하여 사람들의 욕구나 능력의 차이에는 관계 없이 사회적 자원을 똑같이 분배하는 것을 의미해.이렇게 평등의 개념적 차이를 설명한 뒤, 이 가운데 우리 사회가 가장 비중 있게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본인의 견해를 쓰면 될 거야.여기에는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자신의 견해 또는 가치관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풀어 쓰느냐가 관건이 되겠지.

[문제 2]는 다산 정약용의 저술을 보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논술하는 문제야.

(가)에서는 유아를 죽인 원인이 고의냐 아니냐를 가려서 해야지 독자냐 아니냐를 따져서 할 것이 아니라고 했어.죽은 유아가 독자냐 아니냐는 참고 사항은 될 수 있겠지만 결정적 판단 기준은 될 수 없다는 거야.이것은 잘못된 정보 내지는 잘못된 판단 근거와 기준으로 의사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야.

(나)에서는 곡성이 슬프지 않다고 해서 남편을 죽였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했어.이 말은 의사 결정에 있어서 정보들 간의 상관 관계를 잘 따져 봐야 한다는 얘기야.상관 관계가 없거나 약한 정보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하면 당연히 잘못된 판단이 나오겠지.

(다)는 소송에서 양쪽의 진술을 모두 들어야 한다고 했어.의사 결정에 있어서 주요 정보가 누락되거나 혹은 고의로 외면하면 안 된다는 얘기겠지.

(라)는 판결에 잘못이 있을 경우 얼버무리면 안 된다고 하고 있어.따라서 의사 결정에 착오가 있으면 바로 수정하라는 얘기야.

그런데 문제를 다시 보면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논술하시오'라고 되어 있어서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고려할 점을 물어봤다고 볼 수 있는데, (라)는 의사 결정을 한 후의 얘기야.

그럼 (라)는 의사 결정을 위해 언제, 어떻게 고려할 점일까? (라)에서는 만약 의사 결정이 잘못되었으면 바로 수정해야 합리적 의사 결정이 된다는 얘기야.잘못된 의사 결정을 해 놓고 얼버무리거나 하면 '합리적 의사 결정'이 될 수 없으니까.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남들과 차별화된 글이 될 것이고, 교수님들도 "녀석, 참 날카롭군"이라고 평가하실 거야.

여담이긴 한데, 다산 정약용은 지금 우리가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저런 얘기를 왜 했을까? 그건 다산이 살던 당시에는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원칙이나 기준이 안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거야.조선 시대가 장자(長者) 위주의 양반 사회였던 걸 고려해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은 어쩌면 다산이 문제 삼고 있는 사안들이 '문제'가 아니라 '합리적 판단'이라고 생각했겠지.

[문제 3]에는 다산 정약용의 글 중에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판결을 내리는 것과 주요한 정보를 무시하고 판결하는 것을 경계하는 관점을 적용하면 되겠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종주의자의 통계는 범죄를 판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 중에서 피해자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실수로 누락한 채 가해자의 인종에만 주목해서 발표한 통계이고, 인권주의자는 이를 보완한 통계라 할 수 있어.재판이라는 게 그렇잖아.누가 가해자냐 피해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여기서 인권주의자의 통계를 이렇게 바꾸어서 좀 더 살펴볼까?

가해자/피해자 백인 흑인
백인 97%(467명) 3%(16명)
흑인 25%(48명) 75%(143명)

어때? 느낌이 많이 다르지? 살인 범죄에서 인종 구분에만 의한 분류를 해 보면 위와 같이 돼.이걸 보면 가해자가 백인인 살인 범죄의 97%가 백인을 피해자로 하고, 가해자가 흑인인 살인 범죄의 75% 역시 흑인이 피해자임을 알 수 있어.

이 자료를 이용해 보면 백인과 흑인 인종 간 살인 범죄의 연관성을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그리고 인권주의자가 제시한 <표 2>를 잘 보면 백인이 백인을 살해했을 때 사형 선고율이 11.3%이고, 흑인이 흑인을 살해했을 때는 사형 선고율이 2.8%야.이걸 보면 흑인이 살인 사건을 저질렀을 때 백인에 비해 꼭 사형 선고를 많이 받아서 인종 차별을 받고 있다고는 할 수 없어.

결국 인종주의자는 <표 1>을 통해 마치 백인이 흑인보다 살인 범죄에서 사형 선고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려 했다고 볼 수 있고, 인권주의자는 <표 2>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거라 할 수 있어.이러한 분석까지 자신의 글에 들어가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야.

중앙대학교 논술 문제는 분량이 적은 여러 문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분량에 얼마나 잘 맞춰서 쓰느냐가 관건이야.그 때 가장 필요한 건 '압축성'이라고 할 수 있지.정해진 분량에 자신의 생각을 다 쓰려면 압축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든.생각을 정리해서 압축할 줄 모르면 글이 논리도 없이 마냥 늘어지게 마련이야.중앙대학교를 지원할 아이들은 이 '압축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될 거야.

김경환 Sㆍ논술 청담학원 원장 pass@nons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