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나눠보면 길이 보인다

생글이가 종교를 주제로 글을 쓰면서 존 밀턴의 서사시 '失樂園'을 인용하려고 했다.

인류의 역사와 원죄라는 개념을 나타내는 데 적절할 것이라 생각하고 쓰려는데,아 이런 낭패가 있나,갑자기 '실락원'인지 '실낙원'인지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데서 시간을 잡아먹으면 안 되는데…',생글이는 잽싸게 '쾌락' '오락' 같은 말을 생각하고는 '실락원'으로 적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틀린 표기이고 '실낙원'이 맞는 말이다.

다음 말들은 또 어떨까.

연륙교,연육교? 사륙신,사육신? 공념불,공염불? 과린산,과인산? 무실력행,무실역행? 총류탄,총유탄? 고랭지,고냉지?

이쯤 되면 머리가 복잡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공통점이 있고 요령이 있다.

우선 공통점을 찾아보자.두음법칙을 어렵게 느끼거나 잘못 표기하는 경우는 우리말의 무수한 합성어(2개 이상의 단어가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파생어(접두사나 접미사가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 등 복합어를 쓰는 과정에서 많이 생긴다.

앞에 나온 말들은 다 이런 복합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어를 나눠 볼 수 있다.

단어에 따라 모호한 경우도 있지만 살펴보면 구별이 가능하다.

우선 '연륙교/연육교'.한자론 '連陸橋'이다.

'連陸橋'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말한다.

그러니 '連陸+橋'이다.

혹여 '육교'를 연상해 '連+陸橋'로 볼 수도 있으나 '섬과 뭍'을 연결한 것은 육교가 아니므로 그리 볼 이유는 없다.

'高冷地'도 '高+冷地'인지,'高冷+地'인지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뜻풀이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는 '높고 찬 지역'을 말하므로 '高冷+地'로 설명된다.

그 밖에 '死+六臣, 空+念佛,過+燐酸,務實+力行,銃+榴彈' 등은 비교적 결합 구조를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단어를 나눴으면 나머지는 두음법칙에 따라 적으면 된다.

파생어나 합성어에서는 비록 단어 첫머리가 아니더라도 의미 중심이 놓여 있는 단어를 살려 두음법칙을 적용한다는 게 요령이다.

따라서 '連陸橋'는 '연륙교','高冷地'는 '고랭지'가 되고 나머지는 각각 '사육신,공염불,과인산,무실역행,총유탄'이 바른 표기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