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께끼나 하~드." 1970년대 산업이 발전하면서 '아이스크림'이 본격적으로 선뵈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낯익은 것은 '아이스케이크'였다.

그것도 실제론 '아이스께끼'라 불렀고 또는 그냥 '하드(hard)'라 하기도 했다.

지금의 위생 기준으로 보면 거의 다 불량식품이라 할 수 있는 이 '아이스께끼'나 '하드'는 소위 말하는 콩글리시다.

콩글리시란 '한국식으로 잘못 발음하거나 비문법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아이스께끼'(표기법상으로는 '아이스케이크'이고 북한에선 '아이스케키'라 한다)나 '하드'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사라졌지만 우리 주위엔 콩글리시로 분류되는 말이 널려 있다.

'컨닝(표기법상으로는 커닝이라 해야 한다),리모컨,아이쇼핑,화이팅(표기법상으론 파이팅),핸들,백미러,빵구(표기법상으론 펑크),아르바이트,아파트,파마,미팅,오토바이,레미콘,샐러리맨,카퍼레이드,와이셔츠,선팅,추리닝,돈가스,에어컨,팬티' 등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들만 찾아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만큼 우리말 속에 넓고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 말 가운데는 일본식 영어(쟁글리시)도 함께 포함돼 있다.

그것이 콩글리시이든,쟁글리시를 들여다 쓰는 것이든 부정확한 표현이나 표기라는 점에서 외래어 오남용의 또 다른 측면으로 비판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비판의 요지는 한마디로 '외래어를 쓰려면 제대로,정확히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파이팅!'은 여러 상황에서 구호로 자주 쓰이고 그만큼 우리말 속에서 유용한 기능을 하는 단어다.

하지만 콩글리시의 대표적 사례로 이 말만큼 공격을 받은 경우도 없을 것이다.

'파이팅'의 쓰임새로 볼 때 바른 표현은 '웨이 투 고(Way to go)' 정도라고 하지만 이런 말을 인위적으로 도입해봐야 말맛도 나지 않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결국 국립국어원에서는 순화어로 '아자!'를 제시했지만,언중(言衆) 사이에 '파이팅'을 대체해 정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실 '핸들'이니 '아파트'니 '파이팅'이니 하는,이미 언중의 쓰임새로 굳은 말들까지 오용의 범주에 넣어 순화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대 효과에 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크다.

백미러를 '리어 뷰 미러(rear view mirror)'라고 한다든지,미팅을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라고 써야 옳다든지 하는 지적은 어찌 보면 지적 유희에 가깝다.

미팅 자체도 번개팅이니 소개팅이니 여러 파생 신어로 갈라져 나가고 있는 판에 콩글리시라는 점 때문에 굳이 본래 말을 찾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말이 '외래어'라는 점,즉 외국어가 아니라 우리가 국내용으로 쓰는 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 영국의 옥스퍼드사전에 '핸드폰'이란 말이 신어로 등재됐습니다.

'핸드폰'은 콩글리시라고 해서 우리가 버린 말입니다.

'샐러리맨'도 일본식 영어지만 올랐습니다.

본토에서는 '언어의 풍부함'을 위해 남이 만든 말이더라도 과감히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의 외래어 정책은 너무 경직돼 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안상순 사전 편찬가)

핸드폰의 원래 말은 '셀룰러 폰(celluler phone,줄여서 셀폰이라고도 한다)' 또는 '모바일 폰(mobile phone)'이다.

정부 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원회에서 순화어로 '휴대전화'를 제시했지만 일상에서는 여전히 핸드폰이다.

'휴대전화' 또는 '휴대폰'은 일부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쓰일 뿐 언중 사이에선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 스스로는 소위 콩글리시라 해서 또는 일본어식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영어 말들을 정작 본토에서는 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외래어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