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0월19일자 A38면

[시론] 비상걸린 외국인 직접투자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이번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간한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전 세계 해외 직접투자(FDI) 유입은 전년 대비 29% 늘어난 9160억달러다.

특히 신흥시장 경제는 사상 최대치인 3340억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투자 유출도 홍콩과 같은 신흥시장 경제의 약진이 두드러졌으며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다국적기업이 선진국 기업을 사들이는 형태의 직접투자는 신흥시장 경제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 대한 FDI 유입은 국내총생산의 8%로 세계 평균의 22.7%보다 훨씬 낮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전년보다 FDI 교역량이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FDI의 증가추세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관찰되는 범세계적 현상이고 아시아가 세계자본 유입의 자석(磁石)과 같은 존재이며 나아가 신흥시장 경제가 주요 자본진출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이번 보고서의 평가에 한국이 해당되는 항목은 하나도 없다.

해외 직접투자가 경제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주식과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와 달리 자본의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장점 외에도 선진기술의 습득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 있다.

경제성장은 자본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 투입의 증가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도 의존하게 되며,같은 성장이더라도 직접비용이 소요되는 생산요소의 투입보다는 높아진 생산성이 성장의 질(質)을 더 높인다.

선진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쌍방향으로 일어나 자본이 교차 거래되는 것은 그만큼 기술 습득을 쉽게 하고자 함에 중요한 이유가 있다.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FDI는 그것이 유입이든 유출이든 또 다른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대(對)중국 해외 직접투자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유독 한국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현상이며 중국에 진출한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반대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한국의 열악한 투자환경이 기업을 중국으로 내몰았으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중국에 대한 진출이 오히려 투자기회를 촉진한 것이다.

며칠 전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즉 기술발전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 미만에 그치고 있다.

그 전 10년보다 많게는 1% 이상 감소한 것이다.

한편 금년 OECD가 발표한 한국의 시간당 산출량으로 표시한 생산성은 거의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낙후된 서비스부문에 주요인이 있으며 해외 직접투자의 유치가 빠른 시간 안에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직접투자는 비록 주식투자처럼 변동성이 크지는 않으나 여전히 발 가는 대로 따라가는 자본(foot loose capital)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투자환경에 민감하다는 말이다.

글로벌경제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정부 간 경쟁은 마치 미인대회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25개국 가운데 24위를 기록해 1년 전보다 5단계가 하락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61개국 가운데 지난해보다 9단계 하락한 38위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의 평가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해외 직접투자는 시장접근 가능성과 비용절감이 중요한 동기지만 규제가 걸림돌이다.

지자체에서 강력히 요구해 온 수도권 규제의 철폐 또는 대폭 완화를 수용하고 토지 이용 등 제조업에 비해 높은 규제가 가해지는 서비스업 진출에 따르는 규제철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원만한 노사관계를 정착하기 위한 정부의 일관된 노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투자 유치계획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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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술 배우고 일자리 창출 등 큰 도움
외국인 한국투자 꺼리면 경제타격 '심각'


외국인 직접투자란 외국 기업이나 투자자가 국내 기업을 인수하거나 새로 한국법인을 설립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포트폴리오 투자)과는 차원이 다르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해 들어온 기업은 외국 기업이 아니라 한국에서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국 기업으로 봐야 한다.

수십년간 한국에서 생산·영업을 해온 모토로라 후지제록스 등이 그런 사례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당장 만회하기 힘든 선진 기술,노하우,경영기법 등을 빠른 시간에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국가 간 무역이 늘어나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되듯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도 국가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

국내의 부족한 투자를 보완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이 칼럼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 자체가 감소했다는 것을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해 72억달러로 전년보다 5억달러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9월까지 2.3% 줄었다.

국내 기업들이 자꾸 중국 등지로 빠져나가는데 외국인 직접투자마저 줄어든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경쟁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작년 외국인 직접투자가 한국의 23배인 1650억달러에 달했다.

몰락하던 영국 경제가 다시 순항하는 이유가 바로 외국인 투자유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 기업 공장에는 토지를 싸게 임대하고 길을 닦아주며 준공식에 영국 여왕까지 참석할 만큼 영국은 외국인 직접투자의 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변 경쟁국들을 보면 지난해 중국이 724억달러(3위),홍콩은 359억달러(6위),싱가포르가 200억달러(11위)를 투자받았다.

한국은 싱가포르의 3분의 1인 72억달러에 그쳐 경제 규모는 10위권인데 외국인 직접투자 성적은 29위다.

그 순위 격차만큼 국내 외국인 투자환경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것들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투적 노사관계,비싼 땅값 등 고비용,간섭과 규제가 많은 정부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거창한 투자유치 계획을 짜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