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국가경쟁력과 관련해 권위있는 해외 양대 평가기관이 올 들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나란히 하향 조정했다.

양대 평가기관은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IMD는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지난해 29위에서 38위로 9계단 낮췄고,WEF는 19위에서 24위로 5계단 내렸다.

시기는 IMD가 5월,WEF가 9월이다.

국가경쟁력이 낮아졌다고 해서 무조건 비관할 일은 아니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세계 10위권의 국내총생산(GDP)을 만들어내고 있으며,수출과 수입 등 교역에서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 여파로 인해 한국에선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보는 시각들이 많지만 외국에선 한국 경제의 역동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의 하락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경쟁력 하락은 국가 간 무한경쟁 시대에서 한국이 점차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 순위의 핵심 포인트가 효율성에 있으며,올 들어 한국의 경쟁력 순위 하락이 효율성 저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상황이 다소 심각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IMD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자.IMD의 평가 부문은 크게 4가지.정부행정 효율성,기업경영 효율성,경제운용 성과,발전 인프라 등이다.

이 가운데 발전 인프라는 평가대상 61개국 중 지난해 23위,올해 24위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운용 성과는 올해 41위로 하위권이긴 했지만 지난해 43위에서 약간 개선됐다.

그러나 정부행정 효율성은 지난해 31위에서 올해 47위,기업경영 효율성은 30위에서 45위로 각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행정 효율성 부문 중에선 가격통제(57위),환율 안정성·보호주의(각 55위),인종·성 차별 정도(58위) 등은 최하위권이었다.

기업경영 효율성 부문에선 노사관계 생산성과 금융전문가 항목이 각각 61위로 전체 평가대상국들 중 맨꼴찌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평가 결과에 대해 △정부가 운용 중인 각종 제도가 경쟁과 자율을 촉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제한함에 따라 비효율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노사관계 불안과 금융전문가 부재가 향후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하락은 한국의 주요 경쟁국들의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은 지난해보다 4계단 높아져 17위에 랭크됐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12계단,10계단 높아져 19위와 29위에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태국마저도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32위였다.

WEF의 평가 결과도 IMD와 비슷하다.

한국은 거시경제 환경과 혁신잠재력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시장 효율성 등에서는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시장 효율성이란 노사 관계,각종 법과 규제 체계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지난해 32위에서 올해는 43위로 11단계 낮아졌다.

특히 노사 협력관계는 작년 81위에서 올해는 114위로 악화됐다.

시장 효율성 다음으로 부진한 항목은 제도 분야.정부 등 공공 부문의 효율성을 의미한다.

작년 38위에서 47위로 9단계 떨어졌다.

이 밖에 인프라,거시경제 환경,고등 교육,기술 준비도,기업활동 성숙도 등도 지난해보다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거시경제 환경(13위)과 혁신잠재력(15위),기술 준비도(18위) 등에서는 상대적 우위를 보였다.

특히 대학진학률(2위),인터넷 사용자(4위),초등학교 입학률(4위),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9위),정보통신 관련 법령(11위) 등은 상위권이었다.

이 같은 양대 평가기관의 진단은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세계무대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제도를 개선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 산업정책연구원.국제경쟁력연구원 공동으로 평가 ]

◆ 국내에선

국가경쟁력은 통상 '국내 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사회구조,제도,정책 등을 제공하는 국가의 능력'으로 정의된다.

'국력'이 경제력 뿐 아니라 정치력 군사력 등 종합적인 국가의 힘을 지칭하는 데 비해 국가경쟁력은 이보다 다소 작은 개념으로 쓰인다.

때문에 국력은 크지 않지만 국가경쟁력은 높은 나라가 있는 것이다.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관은 세계적으로 두 곳이 있다.

국제경영개발원(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과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IMD는 경영학 석사과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국제경영대학원이라고도 불린다.

IMD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두 연구기관이 1990년에 통합돼 설립됐지만,통합 전 연구기관의 연혁까지 합치면 50년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IMD는 국가 간 경쟁력 순위를 매기는 세계경쟁력 연감을 1989년부터 발간해 오고 있다.

IMD는 각국의 경제 관련 통계자료와 유력인사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설문은 대개 매년 2,3월에 이뤄지고 평가 결과는 5월에 나온다.

WEF는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분야 유력인사들이 모여 세계경제 발전방안 등을 논의하는 국제 민간 회의다.

1971년 만들어졌으며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다.

매년 1,2월 스위스의 유명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하는 '다보스 포럼'으로 유명하다.

국가경쟁력과 관련해선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매년 내고 있다.

통계와 설문의 방법을 이용하기는 IMD와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산업정책연구원과 국제경쟁력연구원이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공동으로 내놓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의 경쟁력 순위는 작년과 올해 모두 22위였다.

이 평가는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