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난 9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경제전문 외신들은 즉각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무디스,피치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반응을 긴급 타전했다.

"한국의 현재 신용등급은 북한 핵위협이 반영된 것이다.현 단계에선 한국의 국가신용도와 전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S&P)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이 제어되는 한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와 북한의 대응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무디스)

그나마 당장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소식에 국내 금융시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향후 사태 진전을 주시하겠다는 말 때문에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순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이처럼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을 졸였다 놓았다 하는 이유는 뭘까.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매기는 국가신용등급이란 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국가신용등급은 한 국가의 채무이행 능력과 의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성적이다.

그러나 국가신용등급은 '신용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 그 영향력은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를 돌이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기업들의 연쇄부도 사태로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자 S&P와 무디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일제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췄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자 우리나라 기업이나 은행 등에 돈을 빌려주고 있던 외국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빚독촉을 시작했다.

외국 빚에 몰린 한국에 대해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다시 신용등급을 강등시켰고,이는 달러의 급속한 해외 유출을 유발했다.

결국 정부 금고에 달러가 바닥났고 한국은 '국가 부도' 직전의 사태를 맞게 됐다.

이것이 다름아닌 혹독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체제를 부른 외환위기였다.

당시 외환위기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취약한 경제가 국가부도 위기로 급속히 이어지게끔 한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국가신용등급은 우리 경제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신용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경제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 듯이,국가도 신용이 떨어지면 글로벌 경제에서 밀려나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나라의 명운도 가르는 국가신인도는 누가 왜 어떻게 매기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차병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