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3일 유엔(UN)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8대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그는 내년 1월부터 사무총장직을 수행한다.
한국 외교관이 1991년 한국의 유엔 가입 후 15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경제력 신장의 반영이면서 세계무대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유엔은 192개 나라가 가입한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다.
1945년 10월24일 설립된 유엔은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활동을 벌인다.
이런 유엔의 실질적 수장이 바로 유엔 사무총장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어떤 자리인지,반기문 차기 총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구촌 총리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의 최고경영자(CEO)''지구촌의 재상(宰相)''국제분쟁의 조정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엄청나다.
"미국엔 대통령이 두 명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명도도 누린다.
도덕적 권위 면에선 교황에 비교되기도 한다.
유엔 사무국 직원 3000여명을 지휘하며 업무 수행 때 어떤 정부나 국제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국제공무원이다.
유엔 총회를 비롯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참여한다.
유엔 산하기구에 소속된 1만6000여명의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사무총장은 국제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 역할에 있어 독자적 정치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라크전 등 분쟁이 있는 지역에 사무총장이 직접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각종 분쟁에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여느 국가원수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는다.
연봉은 22만7253달러.판공비가 별도로 지급되며 경호도 지원된다.
뉴욕에 있는 관저를 연간 1달러만 내고 사용하는 특권도 누린다.
○무능한 전능자(?)
그렇다고 화려함만 있는 자리는 아니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틈바구니에서 이해를 조정하느라 가슴앓이를 해야 한다.
유엔의 역할에 회의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툭하면 사무총장이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
사무총장의 영어 표현인 'SG(Secretary of General)'가 종종 '속죄양(Scape Goat)'으로 불릴 정도다.
'무능(無能)한 전능자(全能者)'라는 지적도 받는다.
모든 일을 할 수 있지만 아무일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분쟁은 대부분 강대국과 약소국,또는 강대국 간 첨예한 이해싸움이다.
그러다보니 실질적 힘이 없는 유엔 사무총장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를 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입맛이 까다롭기 짝이 없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 곡예를 벌여야 할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반기문 차기 총장의 과제는
당장 북핵 중재가 발등의 불이다.
외교부 장관으로 북핵 문제를 오래 다뤄,조정·중재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갈등 소지가 많아 어떤 솜씨를 보일지 주목된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수십년간 지속돼온 중동 문제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지정학적 불안과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 정착과 전후복구 사업 등 현안을 관리해야 한다.
세계화 등으로 야기된 빈부격차와 인종·종교·지역 간 갈등 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이끌어야 한다.
또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마약 거래나 자금 세탁 등 범죄,지구 온난화 및 만성적인 질병 등 세계평화와 세계인의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한 국제적 대응도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 모두 7명 역임...1명 빼고는 재선 ]
◆ 역대 사무총장
1945년 유엔이 출범한 이후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이 중 제6대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의 부트로스 갈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3회 연임한 사무총장은 없었다.
초기에는 사무총장 선출에 지역순환 원칙이 없었지만 3대 미얀마의 우 탄트 사무총장부터는 아시아(3대)-유럽(4대)-미주(5대)-아프리카(6,7대) 등 지역별로 교대 수임 원칙을 고수했다.
초대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출신의 트리그브 할브단 리(1946년 2월~1953년 4월).그는 1950년 유엔의 한국전 개입을 지지했으며 이를 문제 삼은 소련의 반대로 재선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임기를 3년 연장할 수 있었다.
2대 총장도 유럽인 스웨덴의 다그 함마슐트(1953년 4월∼1961년 9월)가 이어받았다.
3대 총장은 첫 아시아 출신으로 미얀마의 우 탄트가 선임돼 1971년 말까지 10년간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이어 오스트리아의 쿠르트 발트하임(1972년 1월∼1981년 12월)과 페루의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아르(1982년 1월∼1991년 12월)가 각각 4대와 5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집트 출신인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은 6대 총장으로 연임을 시도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의 가나 출신인데,가나가 미국의 입김을 크게 받고 있다는 이유로 프랑스가 강력히 반대했으나 막판에 입장을 바꿔 찬성함으로써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그는 내년 1월부터 사무총장직을 수행한다.
한국 외교관이 1991년 한국의 유엔 가입 후 15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경제력 신장의 반영이면서 세계무대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유엔은 192개 나라가 가입한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다.
1945년 10월24일 설립된 유엔은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활동을 벌인다.
이런 유엔의 실질적 수장이 바로 유엔 사무총장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어떤 자리인지,반기문 차기 총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구촌 총리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의 최고경영자(CEO)''지구촌의 재상(宰相)''국제분쟁의 조정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엄청나다.
"미국엔 대통령이 두 명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명도도 누린다.
도덕적 권위 면에선 교황에 비교되기도 한다.
유엔 사무국 직원 3000여명을 지휘하며 업무 수행 때 어떤 정부나 국제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국제공무원이다.
유엔 총회를 비롯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참여한다.
유엔 산하기구에 소속된 1만6000여명의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사무총장은 국제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 역할에 있어 독자적 정치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라크전 등 분쟁이 있는 지역에 사무총장이 직접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각종 분쟁에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여느 국가원수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는다.
연봉은 22만7253달러.판공비가 별도로 지급되며 경호도 지원된다.
뉴욕에 있는 관저를 연간 1달러만 내고 사용하는 특권도 누린다.
○무능한 전능자(?)
그렇다고 화려함만 있는 자리는 아니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틈바구니에서 이해를 조정하느라 가슴앓이를 해야 한다.
유엔의 역할에 회의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툭하면 사무총장이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
사무총장의 영어 표현인 'SG(Secretary of General)'가 종종 '속죄양(Scape Goat)'으로 불릴 정도다.
'무능(無能)한 전능자(全能者)'라는 지적도 받는다.
모든 일을 할 수 있지만 아무일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분쟁은 대부분 강대국과 약소국,또는 강대국 간 첨예한 이해싸움이다.
그러다보니 실질적 힘이 없는 유엔 사무총장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를 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입맛이 까다롭기 짝이 없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 곡예를 벌여야 할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반기문 차기 총장의 과제는
당장 북핵 중재가 발등의 불이다.
외교부 장관으로 북핵 문제를 오래 다뤄,조정·중재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갈등 소지가 많아 어떤 솜씨를 보일지 주목된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수십년간 지속돼온 중동 문제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지정학적 불안과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 정착과 전후복구 사업 등 현안을 관리해야 한다.
세계화 등으로 야기된 빈부격차와 인종·종교·지역 간 갈등 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이끌어야 한다.
또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마약 거래나 자금 세탁 등 범죄,지구 온난화 및 만성적인 질병 등 세계평화와 세계인의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한 국제적 대응도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 모두 7명 역임...1명 빼고는 재선 ]
◆ 역대 사무총장
1945년 유엔이 출범한 이후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이 중 제6대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의 부트로스 갈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3회 연임한 사무총장은 없었다.
초기에는 사무총장 선출에 지역순환 원칙이 없었지만 3대 미얀마의 우 탄트 사무총장부터는 아시아(3대)-유럽(4대)-미주(5대)-아프리카(6,7대) 등 지역별로 교대 수임 원칙을 고수했다.
초대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출신의 트리그브 할브단 리(1946년 2월~1953년 4월).그는 1950년 유엔의 한국전 개입을 지지했으며 이를 문제 삼은 소련의 반대로 재선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임기를 3년 연장할 수 있었다.
2대 총장도 유럽인 스웨덴의 다그 함마슐트(1953년 4월∼1961년 9월)가 이어받았다.
3대 총장은 첫 아시아 출신으로 미얀마의 우 탄트가 선임돼 1971년 말까지 10년간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이어 오스트리아의 쿠르트 발트하임(1972년 1월∼1981년 12월)과 페루의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아르(1982년 1월∼1991년 12월)가 각각 4대와 5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집트 출신인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은 6대 총장으로 연임을 시도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의 가나 출신인데,가나가 미국의 입김을 크게 받고 있다는 이유로 프랑스가 강력히 반대했으나 막판에 입장을 바꿔 찬성함으로써 사무총장에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