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이야기할 때 지능형로봇 나노산업 문화콘텐츠산업과 함께 빠지지 않는 분야가 'BT'로 일컬어지는 바이오산업이다.

산업자원부는 2015년 국내 바이오산업 규모가 수출 250억달러에 달해 세계 7위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환경은 열악하다.

어마어마한 연구개발비가 들지만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대거 증시에 진출했고 바이오기업들은 황금알을 금방 낳을 것 같은 거위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곧이어 터진 '황우석 쇼크' 이후 증시에 들어온 바이오기업들은 움츠러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은 장기적인 시간이 요구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증시에 뛰어든 바이오기업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에서는 마크로젠 이노셀 세원셀론텍 같은 바이오기업들이 활약했다.

하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성체줄기세포 연구업체이면서 제대혈업체인 메디포스트가 사실상 직접 증시에 뛰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또 지난해 말 바이로메드 바이오니아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수익성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들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물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도 한몫 거들었다.

이와 동시에 나래시스템 쓰리쎄븐 알앤엘바이오 리젠 제넥셀 메디프론 폴리플러스 스카이뉴팜 헤파호프 큐로컴 코람스틸 코암나노바이오 우수씨엔에스 뉴젠비아이티 이오리스 등이 바이오업체를 인수하거나 피인수돼 바이오기업으로 변신했다.

지금은 줄잡아 40여개 기업들이 '바이오'라는 명함을 내밀고 있다.


○왜 증시에 들어오나

바이오기업들이 증권시장에 들어오는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자금력이 신약 개발의 성공과 밀접하다는 얘기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전(前 ) 임상 선도물질 개발 단계부터 실질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까지 평균 11.5년,약 1700억원이 소요된다.

단계별로는 전 임상 선도물질 개발에 2.5년,20억원이 필요하고,전 임상 독성실험에 1년,40억원이 들어간다.

성공률은 각각 1% 미만,5~12.5%에 그친다.

이 과정까지 성공하면 임상실험 1·2·3단계를 거친다.

단계마다 평균 1년(120억원)·2년(120억원)·3년(1000억원)이 소요된다.

1단계는 안정성 측정,2단계는 질병환자 유효성 및 부작용 측정,3단계는 유효성 및 장기간 복용의 부작용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기간과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성공률이 높아져 각각 20~30%,40~55%,50~75%까지 상승한다.

이어 마지막 단계로 신약 허가심사를 거치면서 시판 후 부작용 조사,추가 임상시험에 2년간 400억원이 소요된다.

여기까지 이르면 성공확률은 일반적으로 80~95%로 분석된다.

바이오 신약 개발은 한마디로 '시간과 돈을 먹는 하마'다.

아무리 우수한 연구진을 보유해도 자금력이 달리면 신약 개발은 요원한 것이다.

때문에 미국 등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신약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바이오업체들은 신약 물질 개발과 임상 1·2단계까지 공략하고 여기서 얻은 결과를 다국적 제약업체에 로열티를 받고 넘기는 것을 시도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증권시장의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당장 신약을 개발할 것이란 기대감을 접고 연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성급한 투자자들의 등쌀에 곤욕을 치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실적을 올리거나 주가를 관리하라는 무언의 압력도 가해진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발기부전제를 팔고 건강식품을 제조하는 등 '외도'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은 '확률게임'이라고 지적한다.

다음 단계로 갈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또 성공 확률은 낮지만 성공하면 대박이 뒤따른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바이오기업에 인내를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기업은 한 가지 신약에 집중하기보다는 몇 가지 신약을 동시에 연구한다.

나름대로 한 가지에 '올인'할 경우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바이오창업투자회사,증권시장이 바이오기업의 원만한 자금 조달을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 임상단계에서 임상단계를 거치는 것만도 수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바이오기업에 실적의 잣대를 너무 일찍 들이대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들도 신약 개발이 적어도 5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

물론 바이오기업도 시류에 편승해 주가를 부양하는 근시안적인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김진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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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개업체 임상시험 끝내고 허가 기다려 ‥ 신약 개발 구체화 ]

코스닥에 상장된 일부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이미 끝내고 품목허가를 기다리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임상 2단계가 예정돼 있거나 진행 중인 곳도 적지 않다.

이르면 내년 중 국내 바이오기업이 만든 신약 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약이 나온다고 해서 반드시 상업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내 임상시험만 거친 신약은 시장 규모가 작아 글로벌 제약사처럼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쓰리쎄븐의 자회사 크레아젠은 신장암 치료제인 '크레아젠백스-RCC'의 임상을 끝내고 현재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회사측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3월께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를 활용한 '맞춤형 항암제'다.

바이넥스도 수지상세포를 활용한 폐암 치료제의 임상 2상을 마치고 현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대장암 치료제 임상 2단계를 다음 달까지 마친 후 내년 말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뉴젠비아이티의 자회사인 뉴젠팜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각각 전립선암 치료제와 관절염 치료제의 임상 2단계를 추진 중이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관절염 치료제 '카스티템'의 임상 2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계획대로 라면 내년 6∼7월께 임상시험을 끝내고 연말에는 제품이 나오게 된다.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크린에어텍의 자회사인 KMSI도 연골 재생 및 골관절염 치료제의 임상 2단계와 3단계 허가서를 식약청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