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지문 <나>를 참조하여 <가>의 ①과 ②에 표현된 놀이판의 유사한 특성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밝히고,이를 바탕으로 <다>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 문화 형성의 길을 제시하시오.

------------------------------------------------------

①조선시대 김홍도의 풍속화 '씨름'과 전라도 광주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고싸움놀이

②2006년 월드컵 축구 경기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시민들

인간은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일 뿐 아니라 놀이를 즐기고 재미를 추구하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이기도 하다.

인간의 놀이정신은 사회에서 문화 활동을 수행하는 원동력이다.

㉠ 놀이의 바탕에는 자유와 규칙이 자리하고 있다.

자유는 쉬고 싶고 멋대로 놀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고,규칙은 놀이를 같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약속을 추구하는 정신과 연관된다.

㉡ 놀이의 감성적 자유와 이성적 규칙의 결합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놀이정신이 공동체에서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축제이다.

㉢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물질적 이익이 일상처럼 따르지 않을지라도 자발적인 행위를 통해 공동체적인 관계를 계속 형성한다.

축제를 벌이며 전혀 모르던 사람들끼리도 진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 축제의 시·공간을 지나면 호모루덴스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축제의 의례에서 죽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평상시 사회관계의 모든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났던 이들은 현실의 공동체에서 다시 태어난다.

㉤전통 농경사회가 엄격한 신분 질서 아래 평민이 농업 생산을 담당하는 사회였다면,산업사회는 대중이 사회의 전면에 나서서 화석연료와 전기,내연기관을 동력으로 하여 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이룬 시대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네티즌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바탕으로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유통하고 있다.

농경사회는 신성이나 도(道)와 같은 절대적 진리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신이나 도가 곧 진리였으며,이에 어긋나는 것은 이단이었다.

반면에 산업사회의 인간은 자신이 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이성을 통하여 절대적 진리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정보화 사회에서 사람들은 절대적 진리에 대하여 회의하고 상대적 진리를 추구한다.

㉥한국의 전통 농경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서로 친밀하게 유대를 맺고 상부상조하였다.

농민들은 두레나 품앗이를 통해 함께 일하였으며 공동의 놀이를 즐기고 동제나 마을 굿을 치르면서 하나가 되었다.

산업화와 근대화,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농촌 공동체는 차츰 해체되었다.

전통의 가치와 질서가 차지하던 자리를 서구적 가치와 질서가 대체하였으며,개인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능력을 개발할 기회가 늘어났다.

한국 사회는 근대화를 완성하기 전에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정보화 사회에서 대중은 가상현실을 경험하고 문자보다 이미지에 끌리고 이성보다 감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가 혼재한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성에 바탕을 둔 사고와 실천을 하는가 하면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의지대로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한국의 지난 50년은 문화 융합의 장이었다.

선진국에서 300여년에 걸쳐 진행된 것을 50여년 만에 압축시켜 이룩한 ㉧한국의 근대화는 융합의 시너지 못지않게 급격한 분열을 낳았다.

서구화와 산업화는 물질적 근대화의 열매와 새로운 씨앗을 맺고 있지만,이에 걸맞은 정신적 토대가 자리 잡지 못하면서 문화지체로 인한 병리현상이 사회적,개인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1950년 출판 당시 미국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를 진단한 리스먼(D Riesman)의 '고독한 군중'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산업사회와 서비스 중심 사회가 시대적으로 중첩되어 있던 50여년 전의 미국은 내면지향형과 타인지향형 사회의 장점과 단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내면지향형 사회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개인이 내면화한 행동규범으로 일반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사회이고,㉨타인지향형 사회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행위에 매우 민감해지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증대하는 사회이다.

자본주의는 급격한 노동의 분화와 함께 계층 갈등을 심화하고,제4권력으로 부상한 매스미디어는 대중들의 생각을 좌지우지하기에 이르렀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행으로 탄생한 핵가족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율적 주체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성과 감성의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파편화한 대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보화 사회의 첨단을 걷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은 타인지향형 사회의 '고독한 군중'으로서 공동체로부터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개인의 욕망을 우선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더불어 개인적 성향과 공동체적 성향을 함께 지닌 '다중적인 누리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아바타처럼 복수의 주체로 존재하면서 상황과 필요에 따라 그 모습을 바꿔가며 자신을 표출한다.

이러한 성향을 지닌 일부 개인들은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면서 해킹,스팸 유포,명의 도용,개인정보 유출,명예 훼손 등을 일삼는다.

또한 어릴 때부터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놀이인 온라인 게임을 즐기면서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들기 일쑤다.

산업사회의 고독한 군중과 정보화 사회의 다중적인 누리꾼은 군중 속에 숨어 있고 컴퓨터에 기생한다.

----------------------------------------------------------

한양대 논술은 특정한 시사적 문제를 던져주고 이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는 데 그 특징이 있어.그런데 문제를 이해·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시문과 그 해결방안을 담은 제시문까지도 같이 곁들여 있기 때문에 제시문을 세밀하게 이해·분석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지.

다음으로 한양대는 1600자 정도의 장문의 글을 요구해.그렇지만 논제를 뜯어보면 질문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장문의 글이라 해도 결국 세분화된 논제에 대한 답을 한 문단씩으로 잡아서 쓰면 전체적인 글이 이루어지는 거야.그러니까 1600자를 어떻게 쓰나 하고 겁먹지 말고 논제에 대한 답변을 하나씩 구성하면 충분한 분량을 확보할 수 있어.자,이제 2007학년도 한양대 수시 1학기 기출문제를 통해 실전 감각을 키워보자.

논술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 논제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지.논제를 잘 분석해야만 글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논점 일탈이나 논점 누락을 하지 않을 수 있어.논제를 보면 <가>의 ①과 ②에 표현된 놀이판의 유사한 특성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했어.그런데 주의해야 할 건 지문 <나>를 참조하라는 조건이야.참조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살펴서 도움이 될 만한 재료로 삼을 수 있도록 비교·대조함'이야.교수님들께서 친절히도 답변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시문까지 주신 거지.

그런데 다수의 건방진(?) 학생들은 끝끝내 도움을 받지 않겠다면서 자기의 생각만 가지고 논술을 쓰기도 해.교수님들께서 도움 없이 글을 쓰니 더 뛰어난 학생이라고 점수를 잘 주실까? 아니겠지.조건은 힌트이면서 제약이기도 해.잘 활용해서 쓰면 좋은 점수를 받지만 활용하지 않으면 채점 기준에 맞게 감점이 되는 거야.조건을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지?

다음 논제를 보면 <다>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 문화 형성의 길을 제시하라고 했어.여기서도 그냥 지나치지 말 것은 제기된 문제를 공동체 문화 형성과 관련지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야.공동체 문화 형성과 관련 없는 이야기로 해결방안을 쓰면 안 된다는 거야.그리고 조건에 주의하라고 했지.여기서 조건은 '이를 바탕으로'야.놀이판의 유사한 특성과 차이점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라는 것이지.정리해보면 놀이판과 관련지어서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라는 내용이야.

제시문을 보면 <가>의 ①에 제시된 사진은 전통놀이인 씨름과 고싸움이고 ②에 제시된 사진은 월드컵 축구경기지.이 둘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밝히는 데 <나>를 참조하라고 했으니 <나>를 유심히 살펴보자.유사점을 밝히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구절은 ㉠ ㉡ ㉢ ㉣이야.전통적 놀이나 월드컵 경기나 모두 자유로움 속에서도 질서와 규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물질적 이익이 따르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 등을 유사점으로 삼아 정리해볼 수 있겠어.

다음으로 차이점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구절은 ㉤ ㉥ ㉦이야.전통사회는 친밀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 사회이면서 신분제 사회이기도 했어.따라서 계급 간 또는 구성원 상호 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이나 반목을 해소하는 데 놀이문화가 이용되었다고 볼 수 있지.반면에 개인의 개성과 감성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놀이는 낯선 사람들 간에 사교와 화합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역할이 더 크다고 봐야 할 거야.

지문 <다>에서는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이성과 감정의 균형을 상실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문제 삼고 있어.즉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사회적 규범을 따라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싶은 모순된 성향이 문제된다는 것이지.구체적인 예로 '다중적인 누리꾼'을 들고 있는데 익명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순된 성향을 번갈아가며 표현한다는 특징이 있어.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자,이제 나무를 보았으니 숲을 보도록 하자.한양대 논술은 1600자의 장문을 요구한다고 했지.물론 논제가 세분화돼 있어 하나씩 차례대로 구성하면 전체적인 틀을 짜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지만 문제는 통일성과 유기적 연결성이야.각 문단의 내용들이 따로 놀면 안 된다는 것이지.이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문구는 '이를 바탕으로'야.<가>에 제시된 두 놀이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밝힐 때 <다>의 문제 해결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도 같이 구상해야 하는 거지.정리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또 다른 놀이의 특징을 들어 문제 해결에 적용하거나 놀이와 상관없이 문제 해결 방안을 쓴다면 전체 구조 및 전개의 미숙함으로 감점을 당할 뿐만 아니라 논점 누락으로 감점을 당하게 되는 거야.

다음으로 글 전체의 연결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이 논제의 경우 전체적인 맥락을 정리해보면 전통적 놀이와 현대적 놀이의 장점을 통해서 현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전체적 맥락 하에서 마지막으로 놀이문화와 관련지어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 형성의 길을 구상해보자.문제의 해결방안을 구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먼저 그 원인을 밝히는 거야.㉩ ㉪을 고려해볼 때 문제의 원인은 현대 한국인들이 이성과 감성 간의 균형을 상실하고 개인적 성향과 공동체적 성향 사이에서 방황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어.그렇다면 놀이문화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까? <나>의 ㉡을 보면 놀이는 감성적 자유와 이성적 규칙의 결합을 통해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고 했어.그리고 ㉢에서는 사람들이 놀이를 통해 물질적 이익 없이도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나와 있지.즉 놀이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점을 찾아주고 사회적 규범 속에서도 얼마든지 적절히 개인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이지.이런 관점에서 현대적인 놀이판을 구상하되 주의할 것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야.단순히 바람직한 놀이문화를 정착시키자는 막연하고 상투적인 문구로 그친다거나 1년 내내 월드컵 규모의 축구경기를 열자는 식의 황당한 방안을 제시해서는 안 되겠지?

한양대 측에서 밝힌 채점 기준을 보면 논제의 각 질문과 조건에 대해 고르게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어.시험장에서 긴장하거나 혹은 실수로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하나라도 빠뜨리면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드니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해.그리고 장문의 논술이다 보니 전체 구조 및 전개에도 20%의 배점이 들어가 있지.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문단 간의 연결과 전체적 맥락을 항상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연습을 꼭 하자.

마지막으로 창의성에 대해서 얘기할게.논술고사도 시험이다 보니 남들과 차별화를 두는 것이 꼭 필요해.비슷비슷한 글은 평균점수 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야.제시문이 주어지는 논술에서는 제시문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 깊이있게 이해함으로써 다른 글과 구별되는 내용을 쓸 수 있는 토대로 삼을 수 있어.제시문을 대충 읽지 말고 항상 중요한 문구에 밑줄 치면서 정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거야.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문제의식을 갖자.월드컵 경기를 보면서도 단순히 그 짜릿함만 즐기지 말고 수십만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하나가 되어 응원하는 모습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강요된 독서,생각하지 않는 독서보다 삶 속에서 갖는 의문과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이 논술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이야.

박상철 S · 논술 선임연구원 ace@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