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는 돈을 걸고 포커게임이나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히는 등의 도박을 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많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든지 도박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노름꾼은 물론이고 보통 사람들도 유혹에 빠지기 쉽다.

미국 의회가 이런 인터넷 도박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온라인 도박산업의 급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온라인 도박회사들에 가장 큰 수입을 안겨주던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도박회사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수입이 사라지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아시아로 눈길을 돌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인터넷 도박 금지법 가결

미 의회는 지난달 30일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들이 신용카드,수표,전자식 자금이체 등을 통해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 결제하는 것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거는 데 이용되는 결제수단들을 법으로 금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새 법률의 시행세칙안을 마련해야 하며 관련 금융회사들은 향후 9개월 내에 거래관행을 수정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은 1961년 제정된 무선도박법에 의해 이미 금지돼 있다.

이번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사법망을 피해 다른 국가에서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미국인들을 상대로 영업했던 편법 운영방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7월 인터넷 도박 회사 벳온스포츠와 판촉 대행업체 3곳 등 4개 업체 관계자 11명을 공모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해 온라인 도박에 대한 사법처리를 본격화했다.

도박 사이트에 직격탄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는 업계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카리브해 중앙아메리카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2300여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500개 회사 가운데 절반이상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고 전했다.

미국게임협회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지난해 총 119억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2010년엔 수입이 두 배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주로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것이다.

인터넷 도박회사들이 수입의 60% 이상을 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대 수익원인 미국시장에서 영업이 차단되면서 도박 사이트들은 주가가 급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날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된 세계 최대 온라인 도박회사 파티게이밍의 주가는 60%나 급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억달러 중 80%를 미국에서 벌었고 올 상반기에도 미국시장 비중이 전체 매출(6억6200만달러)의 78%에 달했다.

파티게이밍 최고경영자(CEO) 미치 가버는 "조만간 미국 사업을 접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온라인 도박산업에 엄청난 충격"이라고 말했다.

LSE에 상장된 스포팅벳과 888홀딩스의 주가도 각각 67%와 48% 빠져 이날 하루 주가 급락으로 이들 업체의 주식가치에서 80억달러가 날아갔다.

아시아 사업 강화 우려

온라인 도박회사들은 이번 법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것은 법으로 보장해주면서 인터넷 도박만 금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포커플레이어연합체의 마이클 볼세렉 사장은 "포커는 2300만명의 미국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경마나 복권과 다르지 않다"며 "온라인 포커가 규제받지 않도록 의회의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회사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아시아 시장의 온라인 도박 규모가 2010년께 현재의 미국 시장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액티브 게이밍 뉴스의 발행인 수 슈나이더는 "이번 사태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은 매출 급감을 만회하기 위해 아시아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