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돈도,공장도… 한국을 떠난다.'
얼마 전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이런 타이틀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유학·이민 박람회장은문전성시를 이루고,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어학연수다,조기유학이다 해서 해외에 나가는 게 일상화가 됐다.
국내 기업들이 돈을 들고나가 외국에 공장을 짓거나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해외 직접투자는 갈수록 늘어난다.
연휴만 있으면 해외관광이 당연시되고 있다.
기러기아빠,은퇴이민 같은 신조어들이 이젠 전혀 낯설지 않다.
글로벌 시대에 자연스런 현상인가,아니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인가 생각해 보자.
◆너도나도 한국을 뜬다
예년보다 길었던 이번 추석연휴에는 줄잡아 25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추산됐다.
매달 출국자 수가 100만명을 웃돌고,연간으론 1000만명이 해외에 나가는 시대가 됐다.
또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이중국적자 중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2941명으로 2004년(1407명)보다 배 이상 많았다.
또 통계청 국제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떠난 사람이 들어온 사람보다 8만1000명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2만9000명)와 10대 이하(4만3000명)가 86.7%를 차지했다.
2002년만 해도 출국 초과는 1만3000명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조기유학 붐에 따른 것이어서 중장기적으론 국내 노동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도 뜨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70억8000만달러를 기록,4년 만에 2.5배로 늘었다.
반면 외국인의 상반기 국내 투자액(49억1700만달러)은 4년째 50억달러를 넘지 못해 사상 처음으로 내국인 해외 투자를 밑돌았다.
◆왜 떠나려 하나
왜 다들 한국을 떠나려 할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사회갈등과 급격한 의식변화,그리고 취약한 서비스 인프라에서 원인을 찾는다.
좌우,보혁,세대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사회적인 스트레스가 갈수록 커져 만사 제쳐놓고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고 지겨워졌다는 이야기다.
또한 조령모개식 교육제도와 질 낮은 평준화를 추구하는 교육환경,비싼 물가,취약한 의료인프라 등도 탈(脫)한국을 부추긴다.
해외로 뜨는 기업들은 첩첩이 옥죄는 규제와 각종 비용(토지,노사,임금,평판 등)을 이유로 든다.
영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인 지금,자식들에겐 영어 스트레스 없게 해주기 위해 여건만 되면 보내겠다는 게 요즘 부모들이다.
그 결과 우리말도 겨우 입을 떼기 시작한 2~3살배기까지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는 판이다.
이런 멍에는 대입,입사시험에서부터 졸업하고 나서까지 따라다닌다.
유학파가 아니면 학계 관계 재계 등에서 대접받기 힘든 풍토다.
그러니 기러기아빠 생활을 감수하고라도 안 내보낼 재주가 없다는 것이다.
◆애국심 실종시대
이 땅에서 태어나 뼈를 묻을 때까지 살겠다는 애틋함이 사라진 지금,'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와 같은 애국가적 가치가 되레 낯설어지는 양상이다.
애국심은 더 이상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국가관 실종의 징후는 이미 교실에서부터 나타난다.
이제 청소년들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 애국,조국,태극기 같은 단어는 더 이상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 못한다.
학생들의 뇌리에는 대신 입시,수행,수능,취업 등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청소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과거 1970~80년대 '국가-사회-가정-나'에서 요즘은 '나-가정-사회-국가'로 완전히 뒤집어졌다.
철저한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 징후가 뚜렷하다.
얼마 전 한국청소년개발원,중국 청소년정책연구소,일본 쇼케이대학이 공동 실시한 3개국 청소년 의식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쟁이 났을 때 앞장서서 싸우겠다는 청소년들의 응답이 일본 41.1%,중국 14.4%,한국 10.2%였다.
외국으로 출국하겠다는 응답도 한국 10.4%로 중국(2.3%),일본(1.7%)보다 월등히 높았다.
요즘 세태를 풍자해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21세기 한국인들의 머릿속엔 어쩌면 민족주의와 글로벌리즘 사이에서 심각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
얼마 전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이런 타이틀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유학·이민 박람회장은문전성시를 이루고,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어학연수다,조기유학이다 해서 해외에 나가는 게 일상화가 됐다.
국내 기업들이 돈을 들고나가 외국에 공장을 짓거나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해외 직접투자는 갈수록 늘어난다.
연휴만 있으면 해외관광이 당연시되고 있다.
기러기아빠,은퇴이민 같은 신조어들이 이젠 전혀 낯설지 않다.
글로벌 시대에 자연스런 현상인가,아니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인가 생각해 보자.
◆너도나도 한국을 뜬다
예년보다 길었던 이번 추석연휴에는 줄잡아 25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추산됐다.
매달 출국자 수가 100만명을 웃돌고,연간으론 1000만명이 해외에 나가는 시대가 됐다.
또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이중국적자 중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2941명으로 2004년(1407명)보다 배 이상 많았다.
또 통계청 국제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떠난 사람이 들어온 사람보다 8만1000명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2만9000명)와 10대 이하(4만3000명)가 86.7%를 차지했다.
2002년만 해도 출국 초과는 1만3000명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조기유학 붐에 따른 것이어서 중장기적으론 국내 노동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도 뜨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70억8000만달러를 기록,4년 만에 2.5배로 늘었다.
반면 외국인의 상반기 국내 투자액(49억1700만달러)은 4년째 50억달러를 넘지 못해 사상 처음으로 내국인 해외 투자를 밑돌았다.
◆왜 떠나려 하나
왜 다들 한국을 떠나려 할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사회갈등과 급격한 의식변화,그리고 취약한 서비스 인프라에서 원인을 찾는다.
좌우,보혁,세대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사회적인 스트레스가 갈수록 커져 만사 제쳐놓고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고 지겨워졌다는 이야기다.
또한 조령모개식 교육제도와 질 낮은 평준화를 추구하는 교육환경,비싼 물가,취약한 의료인프라 등도 탈(脫)한국을 부추긴다.
해외로 뜨는 기업들은 첩첩이 옥죄는 규제와 각종 비용(토지,노사,임금,평판 등)을 이유로 든다.
영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인 지금,자식들에겐 영어 스트레스 없게 해주기 위해 여건만 되면 보내겠다는 게 요즘 부모들이다.
그 결과 우리말도 겨우 입을 떼기 시작한 2~3살배기까지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는 판이다.
이런 멍에는 대입,입사시험에서부터 졸업하고 나서까지 따라다닌다.
유학파가 아니면 학계 관계 재계 등에서 대접받기 힘든 풍토다.
그러니 기러기아빠 생활을 감수하고라도 안 내보낼 재주가 없다는 것이다.
◆애국심 실종시대
이 땅에서 태어나 뼈를 묻을 때까지 살겠다는 애틋함이 사라진 지금,'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와 같은 애국가적 가치가 되레 낯설어지는 양상이다.
애국심은 더 이상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국가관 실종의 징후는 이미 교실에서부터 나타난다.
이제 청소년들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 애국,조국,태극기 같은 단어는 더 이상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 못한다.
학생들의 뇌리에는 대신 입시,수행,수능,취업 등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청소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과거 1970~80년대 '국가-사회-가정-나'에서 요즘은 '나-가정-사회-국가'로 완전히 뒤집어졌다.
철저한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 징후가 뚜렷하다.
얼마 전 한국청소년개발원,중국 청소년정책연구소,일본 쇼케이대학이 공동 실시한 3개국 청소년 의식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쟁이 났을 때 앞장서서 싸우겠다는 청소년들의 응답이 일본 41.1%,중국 14.4%,한국 10.2%였다.
외국으로 출국하겠다는 응답도 한국 10.4%로 중국(2.3%),일본(1.7%)보다 월등히 높았다.
요즘 세태를 풍자해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21세기 한국인들의 머릿속엔 어쩌면 민족주의와 글로벌리즘 사이에서 심각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