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logical Writing)'은 작문이나 글짓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흔히 수험생들은 수려한 문장으로 멋드러지게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쉬운데,논술은 이와는 별개라는 것이 입시 전문가와 대학교수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타고난 글솜씨가 없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다.

말 그대로 논술은 단순한 문학적 글쓰기와 달리,비판적 읽기와 창의적 문제해결을 기반으로 자신의 주장을 논증적으로 개진하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8학년도 입시에서 상당수 대학들이 도입할 예정인 '통합교과형' 논술은 단순 암기수준에서 크게 비켜 서 있다.

기존의 논술 대비 학습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에서 논술 문제로 사용될 만한 중요 개념이나 이론들에 관한 배경지식을 요약해주고 학생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암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은 실전에서 유사 주제가 출제됐을 때 암기한 내용을 대강 배열하는 데 급급해 했다.

그러나 새로운 논술은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나 가치관 대립 등을 공교육 교과과목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새로운 문제의식과 비판력을 활용해 끌고 나가야 한다.

연습과 심화학습을 통해서만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주입식 답안 암기…효과는 '글쎄'

채점을 담당하는 대학 교수들은 학원 등에서 판에 박힌 주입식 교습을 받은 학생의 답안지와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는 답안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특정 주제에 대해 한결 같이 여러 명의 학생들이 똑같은 한자성어나 문학작품을 인용하는 경우 서론 본론 결론에 이르기까지 판에 박힌 듯한 전개는 채점자들에게 전혀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외로 흡사한 논술을 써내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논술 채점 교수들의 지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상당수 수험생들은 수시 1단계 전형을 통과했거나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후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한 두 달 사이 집중적으로 논술 입시학원을 다니며 예상기출문제 답안을 외우는 식의 학습을 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학습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서울시내 Y대학의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의 경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소 난해한 논술 주제가 출제됐다.

이에 대해 한 수험생은 "한 달에 300여만원을 내고 유명 논술학원에서 하루 종일 공부했는데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마음이 급하다고 무작정 학원 다니며 외울 일이 아니란 뜻이다.

다만 논술 문항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이 미리 발표한 2008학년도 논술 예시문항과 모범답안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출제자가 의도와 인문학 및 자연과학 등 서로 다른 교과목이 연관되는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다.

또 같은 주제라도 '나라면 이렇게 썼을 텐데…'라고 생각해보고 창의적인 답안을 작성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논술 문항을 풀어보는 틈틈이 관련 분야 교과서나 서적을 참고해가며 부족했던 지식과 원리를 보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이 읽고,생각하고,토론하라

논술에 대한 최고의 대비책은 독서와 토론, 평소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책을 열심히 읽어야 여태까지 배웠던 교과 지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당수 수험생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고전을 짧게 요약한 논술교재 등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논술은 내용을 아느냐를 재보는 시험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만큼,책 한 권이라도 전체를 다 읽는 것이 좋다.

읽은 책의 주제와 내용을 암기하는 대신 독서하는 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비판해보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하라는 주문이다.

대학에서 추천하는 교양도서나 고전을 챙기는 것도 좋겠다.

새로운 논술에서는 예전처럼 한 편의 완결된 글을 쓰기보다는 복수의 연관된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경우 △제시문을 이해·분석하는 능력 △제시문에 대한 비판적 평가 능력 △또 빈번하게 제시되는 통계표나 그림을 해석하는 능력 △자료에 대한 분석·추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 △여러 정보와 지식을 종합해 새로운 차원으로 체계화하는 능력 등이 중요하다.

또 동일 지문에 2~3개 문항이 출제되므로 문항 간의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능력도 의식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평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토론을 자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충분한 지식이 담겨 있어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술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읽히고 글 말미에는 채점가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납득하기 쉬워야 좋은 글이라고 말한다.

즉,창의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 전개가 관건인 셈이다.

문혜정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