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 대학ㆍ자연계열도 논술 못 피해가!

전국 4년제 대학들이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와 학생부(내신)의 반영 비중을 높였다.

반면 지금까지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전형요소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비중을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은 논술이,중·하위권 대학은 학생부가 합격·불합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최근 발표한 2008학년도 주요 대학의 대입안은 이와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 논술비중 얼마나 커지나

지금까지 논술고사는 서울시내 주요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진학할 때만 준비하면 되는 시험이었지만 2008학년도 이후에는 중위권 대학이나 자연계열 진학 희망자들도 논술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교협에 따르면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인문계열의 경우 2007학년도 20개교에서 2008학년도 44개교로,자연계열은 1개교에서 22개교로 각각 늘어나게 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성균관대는 2005학년도 논술 반영 비율이 3%였으나 논술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 학생부와 수능 성적의 부족한 부분을 채움으로써 합격한 학생은 44.2%나 됐다"며 "논술 반영 비율이 20~30% 선으로 높아진 만큼 학생부나 수능의 흠결을 논술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은 얼마나 되나

외형적으로 보면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전형요소는 학생부(내신)다.

정시모집에서 학생부를 50% 이상 반영하는 대학 수는 2007학년도 38개교에서 2008학년도 129개교로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기본점수를 많이 주는 방법으로 실질 반영 비율을 낮추는 대학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학생부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대입안이 최종 확정되는 내년 2월 이후에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07학년도 대입에서 외형적으로 반영비율이 30~40%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실질 반영 비율이 9.4%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2008학년도 대입의 학생부 실질 반영 비율은 높아야 1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부 반영방법은 석차등급을 활용하는 곳이 서울대 서강대 등 109개 대학,평균과 표준편차를 사용하는 곳이 전북대 경원대 등 20개 대학이다.

두 지표를 모두 활용하는 곳은 고려대 연세대 등 46개 대학이다.

학생부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위한 전형이 늘어났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경희대는 '수시 2-2'에서 학생부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을 신설했으며 서강대와 이화여대도 수시 모집을 통해 전체 모집인원의 10% 내외를 학생부 중심으로 선발하는 전형계획을 발표했다.

학생부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논술과 학생부를 동시에 반영하는 전형보다 학생부만을 집중적으로 반영하는 전형에 골라 응시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 수능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나

영역별로 9개 등급만 제공되는 수능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들이 반영하지 않거나 반영 비중을 줄여 '수능 대입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 성적을 60% 이상 반영하는 곳은 2007학년도 126개 대학에서 2008학년도 44개 대학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수능을 소흘히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40%,고려대 40%,성균관대 45% 등 주요 사립대학들의 수능 반영 비중은 여전히 40~50%에 달하기 때문이다.

2008학년도부터는 수능이 1~9등급으로 나뉘어 등급만 표시되는데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 진학을 원할 경우 적어도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주요 3개 영역에서 1~2개 정도는 1등급을 받아야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시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한 서울대에 응시한다 하더라도 지원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모집인원의 3배수 안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