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나라는 어디일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많은 사람이 선진 7개국(G7)을 떠올릴 것이다.

G7(Group of 7)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 나라를 가리킨다.

이들 나라의 정상들은 매년 열리는 G7 정상회의(일명 선진국 수뇌회의)에 모여 세계정세를 논의하고 각국의 경제정책을 조율한다.

이들 국가의 막강한 경제력 때문에 G7 회의 결과는 전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요즘 G7의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G7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가리키는 'G2(Group of 2)'가 그것이다.

○G2가 세계경제 주도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최근 '새로운 경제질서,중국+미국=G2'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G2가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섹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는 미국이라는 한 개의 엔진으로 움직였지만 이젠 중국이라는 또 하나의 엔진이 추가된 상황이라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유럽은 G2에 견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들로 사람들이 흔히 G7을 떠올리지만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계가 G2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G2라는 말은 로스캐피털 파트너스의 부회장인 도널드 스트라스제임이 세계경제의 핵심 국가로 미국과 중국을 꼽고 G7에 빗대어 G2라고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

○G2 경제회의도 열린다

미국과 중국이 매년 두 차례씩 양국 간 포괄적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G2 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다는 증거다.

세계 1위와 4위의 경제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을 키워가면서도 정작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다.

중국통(通)인 미국의 헨리 폴슨 신임 재무장관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우이 중국 부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포괄적 경제현안을 논의할 '전략적 경제회의' 체제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무역 불균형을 비롯 중국의 시장개혁,에너지 협력,환경문제 등을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풀기로 한 것이다.

회의는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번갈아가며 개최된다.

첫 회의는 폴슨 장관과 우 부총리 주재로 올해 말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회의가 '중국을 위협적인 대상이 아닌 경제 협력의 파트너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폴슨 장관의 중국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G2의 최대 현안은 위안화 문제

미국은 지난해 7167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중 중국과의 교역에서 생긴 적자가 25.1%(2016억달러)를 차지했다.

이런 무역 불균형은 중국 위안화 환율이 너무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측 주장이다.

그래서 미국은 위안화 가치를 절상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 미국 상품의 중국 내 가격은 싸지고,중국 상품의 미국 내 가격은 오르게 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미 상원의 찰스 슈머(민주당), 린지 그래험(공화당) 두 의원이 지난해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절상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7.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對)중국 환율보복법안을 제출했을 정도다.

상원은 이 법안을 지난해 예비표결에서 67 대 33으로 가결했다.

폴슨 장관은 이 같은 의회의 강경한 입장에 반대하면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대중국 햇볕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폴슨식 햇볕정책' 하에서 중국이 위안화 환율시스템을 언제,어떻게 개혁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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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브라질.남아공 'I B S A 포럼'으로 南-南협력 모색 ]

세계 최대 경제강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체인 G2와 달리 지난달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약칭 IBSA) 정상회의'는 개도국 간 상호 협력을 뜻하는 '남(南)-남(南)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IBSA는 인도(India),브라질(Brasil),남아공(South Africa)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3개국이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인 인도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남아프리카관세동맹(SACU) 간의 3각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타진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남아시아와 남미,아프리카 대륙의 간판 국가인 이들 3개국은 인구 13억명,경제 규모는 1조26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간 교역량은 70억달러에 불과하다.

민주화를 이룬 3개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교역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점에 착안,2003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멕시코 칸쿤회의 이후 3개국이 정치·문화·경제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IBSA 포럼을 만들었다.

그후 세 차례에 걸친 각료회의를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이번에 첫 정상포럼을 성사시킨 것이다.

협력 분야는 정보기술(IT) 운송 농업 대체에너지 등 무궁무진하다.

3개국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3개국 간 교역량을 내년에 올해보다 50% 많은 100억달러까지 늘릴 목표를 세웠다.

IBSA 포럼에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와 별도 회담을 갖고 양국 교역 확대 및 에너지 공동 개발 등 9개 분야에 걸친 폭넓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