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예측은 어떻게 하나
만약 일기예보가 없다면 우리들의 생활은 어떻게 될까. 언제 비가 올지 몰라 매일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거나, 비가 올 때마다 우산을 사야할 것이다. 또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데도 얇은 옷을 입고 외출했다가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며 태풍이 다가오는 데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 낭패를 겪는 등 일상 생활이 뒤죽박죽될 것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일기예보라면 우리가 직업을 찾고 물건을 사거나 기업들이 투자를 하는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 바로 경기에 대한 전망이다. 즉 경기 예측이 필요한 이유는 일기예보의 존재 이유와 비슷하다.

향후 경기를 알 수 없다면 우리의 경제활동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 뻔하다.

즉 오늘 주식을 모두 팔았는데 내일부터 본격적인 호황이 시작돼 주가가 폭등할 수도 있으며 어렵게 돈을 모아 집을 샀는데 부동산 경기가 끝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자동차를 할부로 샀는데 불경기가 깊어지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돼 일자리를 잃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면 경기 예측 없이는 어떤 종류의 제품을 얼마나 생산해야할지 결정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 통계청 등 정부기관뿐 아니라 민간 경제연구소 등 많은 기관들이 경기 동향을 파악하고 장래의 경기 흐름을 예측해 발표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초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을 발표하고 "파업과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7월 중 실물경제지표가 일시 부진했지만 경기의 기조적 추세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경기가 이미 1·4분기에 정점을 지나 완만한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하는 등 대부분의 민간 경제연구소는 경기가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보고서를 앞다퉈 내놓은 상태다.

이처럼 주요 민간 연구소들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4%까지 낮추는 등 잇달아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만 정부는 낙관론을 견지하면서 새삼 경기 논쟁까지 일고 있다.

경기예측기관들은 어떻게 경기 전망을 하고,이들이 내놓는 경기전망은 왜 다르거나 가끔 정반대이기까지 한 것인가? 일반인도 쉽게 경기를 판단할 방법은 없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기예보가 무의지적인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데 반해 경기예측은 변덕이 심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경기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것은 사람들이 '예측'을 보고 자신의 경제행동을 조정하게 되고, 이 행동들이 모여 예측을 무위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