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불황." "립스틱 판매량이 늘어나도 불황."
여성 스커트의 길이나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 흐름의 상관관계는 확실히 규명된 경제이론이 아니다. 하지만 생뚱맞아 보이는 이런 속설들이 관련 업계에선 경기를 파악하는 데 거의 상식처럼 통용된다. 또한 쓰레기 양이 늘어난다든지,고속도로 통행량이 많아지거나,놀이공원 입장객이 늘어날 때는 경기호전을 점치기도 한다. 이는 소비와 왕래가 많아졌다는 이야기이므로 그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해졌음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경기예측기관들이 각종 경제지표와 계량경제학 모델을 이용해 내놓는 공식적인 경기전망 외에 실생활에서도 얼마든지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또는 생활 속에서 짚어볼 수 있는 경기진단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다양한 생활 속 경기진단 방법
노인들은 일기예보를 듣지 않고도 날씨를 정확하게 맞히곤 한다. 무릎이 쑤시면 비가 온다는 식이다. 경기도 이처럼 생활 속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쯤 되면 자기 나름대로 경기진단법을 한 두 가지는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와 스커트 및 립스틱의 상관관계다. 심리학자들은 경기가 어두울수록 여성들은 자신을 돋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어 미니스커트를 선호한다고 분석한다. 이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해 '치마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으로 불린다. 마찬가지로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가 연관이 있는 것은 불황일 때 비싼 화장품을 사기 힘들어진 여성들이 값싼 립스틱으로 화장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
또 여성들은 경기가 나쁘면 비싼 겉옷 대신 속옷이라도 잘 입자는 심리가 있어 브래지어 등 속옷 판매가 늘기도 한다. 때문에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연방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 전에 늘 뉴욕시내의 쓰레기 양과 더불어 브래지어 매출 동향을 체크했다고 한다.
술이나 자동차도 경기에 민감하긴 매한가지다. 주류업계에선 불경기일수록 소주 판매가 늘고 경기가 좋아지면 맥주가 잘 팔리는 것이 거의 공식이 됐다. 싼 값에 빨리 취하게 하는 소주는 경제지표인 실업률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또 경기가 좋을수록 업소용 주류가,나쁠수록 가정용 주류가 더 많이 팔린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대기하는 손님의 숫자가 많아지고 메인 요리 외에 전채요리,후식,스페셜 음료 등의 매출이 늘면 경기가 좋다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식품업계에선 불황일수록 달콤한 음식이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경기침체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단 음식으로 마음의 안정을 꾀한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택시잡기가 어려워질 때,에버랜드 등 놀이공원 입장객이 늘어날 때,자동차 가전 등의 대형 제품이 잘 팔릴 경우에 경기가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장바구니경기,남대문경기
가정에서 경기와 물가 동향에 가장 민감한 사람이 바로 주부들이다. 하루하루 장을 보다보면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드는지,늘어나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추석에는 차례 상 차리는 데 10만원이 들었는데 올 추석에는 똑같은 제수용품을 사는 데 12만원이 들었다면 물가가 그만큼 올라 살기 어려워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따라서 주부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경기'는 체감경기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의류 도매상이 밀집한 남대문시장에서도 그 나름의 독특한 경기진단법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보다는 품목별 매출동향으로 경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아동복 매출이 줄면 경기침체의 신호이고 신사복 매출이 늘면 경기가 확실히 살아나는 징조다. 보통 가장들이 옷을 살 때 자녀→부모→부인→본인 순으로 사고,경기가 나빠 옷 사는 비용을 줄일 때는 거꾸로 본인→부인→부모→자녀 순으로 축소하기 때문이란 이야기다. 이를 두고 남대문시장 상인들 사이에선 '남대문 경기'로 통용된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를 예측하는 일은 경제정책을 펴는 당국자들 못지 않게 앞으로 집을 살지,창업을 할지 망설이는 일반인에게도 매우 긴요하다. 따라서 각종 경제지표로 판단할 수 있는 전반적인 경기예측을 토대로 자기 나름의 경기진단법을 갖고 느끼는 경기를 비교.보완하며 경제활동을 펴나가는 것이 훨씬 정확할 수 있다.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여성 스커트의 길이나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 흐름의 상관관계는 확실히 규명된 경제이론이 아니다. 하지만 생뚱맞아 보이는 이런 속설들이 관련 업계에선 경기를 파악하는 데 거의 상식처럼 통용된다. 또한 쓰레기 양이 늘어난다든지,고속도로 통행량이 많아지거나,놀이공원 입장객이 늘어날 때는 경기호전을 점치기도 한다. 이는 소비와 왕래가 많아졌다는 이야기이므로 그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해졌음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경기예측기관들이 각종 경제지표와 계량경제학 모델을 이용해 내놓는 공식적인 경기전망 외에 실생활에서도 얼마든지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또는 생활 속에서 짚어볼 수 있는 경기진단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다양한 생활 속 경기진단 방법
노인들은 일기예보를 듣지 않고도 날씨를 정확하게 맞히곤 한다. 무릎이 쑤시면 비가 온다는 식이다. 경기도 이처럼 생활 속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쯤 되면 자기 나름대로 경기진단법을 한 두 가지는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와 스커트 및 립스틱의 상관관계다. 심리학자들은 경기가 어두울수록 여성들은 자신을 돋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어 미니스커트를 선호한다고 분석한다. 이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해 '치마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으로 불린다. 마찬가지로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가 연관이 있는 것은 불황일 때 비싼 화장품을 사기 힘들어진 여성들이 값싼 립스틱으로 화장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
또 여성들은 경기가 나쁘면 비싼 겉옷 대신 속옷이라도 잘 입자는 심리가 있어 브래지어 등 속옷 판매가 늘기도 한다. 때문에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연방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 전에 늘 뉴욕시내의 쓰레기 양과 더불어 브래지어 매출 동향을 체크했다고 한다.
술이나 자동차도 경기에 민감하긴 매한가지다. 주류업계에선 불경기일수록 소주 판매가 늘고 경기가 좋아지면 맥주가 잘 팔리는 것이 거의 공식이 됐다. 싼 값에 빨리 취하게 하는 소주는 경제지표인 실업률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또 경기가 좋을수록 업소용 주류가,나쁠수록 가정용 주류가 더 많이 팔린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대기하는 손님의 숫자가 많아지고 메인 요리 외에 전채요리,후식,스페셜 음료 등의 매출이 늘면 경기가 좋다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식품업계에선 불황일수록 달콤한 음식이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경기침체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단 음식으로 마음의 안정을 꾀한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택시잡기가 어려워질 때,에버랜드 등 놀이공원 입장객이 늘어날 때,자동차 가전 등의 대형 제품이 잘 팔릴 경우에 경기가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장바구니경기,남대문경기
가정에서 경기와 물가 동향에 가장 민감한 사람이 바로 주부들이다. 하루하루 장을 보다보면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드는지,늘어나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추석에는 차례 상 차리는 데 10만원이 들었는데 올 추석에는 똑같은 제수용품을 사는 데 12만원이 들었다면 물가가 그만큼 올라 살기 어려워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따라서 주부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경기'는 체감경기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의류 도매상이 밀집한 남대문시장에서도 그 나름의 독특한 경기진단법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보다는 품목별 매출동향으로 경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아동복 매출이 줄면 경기침체의 신호이고 신사복 매출이 늘면 경기가 확실히 살아나는 징조다. 보통 가장들이 옷을 살 때 자녀→부모→부인→본인 순으로 사고,경기가 나빠 옷 사는 비용을 줄일 때는 거꾸로 본인→부인→부모→자녀 순으로 축소하기 때문이란 이야기다. 이를 두고 남대문시장 상인들 사이에선 '남대문 경기'로 통용된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를 예측하는 일은 경제정책을 펴는 당국자들 못지 않게 앞으로 집을 살지,창업을 할지 망설이는 일반인에게도 매우 긴요하다. 따라서 각종 경제지표로 판단할 수 있는 전반적인 경기예측을 토대로 자기 나름의 경기진단법을 갖고 느끼는 경기를 비교.보완하며 경제활동을 펴나가는 것이 훨씬 정확할 수 있다.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