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9월20일자 A7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이 19일 본회의에서 무산되면서 헌정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궐위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일정상 다음 본회의 예정일은 내달 10일.여야 간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진다면 그 전에 본회의를 소집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의 강경기류를 감안할 때 기대난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내달 10일 본회의 통과를 위한 가장 유력한 해법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 등 군소3당의 연합이다.

3당으로선 자신들이 제시한 중재안을 열린우리당만 수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열린우리당을 도울 명분이 있다.

거대 여야 사이에서 '정치놀음'만 즐기고 있다는 여론도 이들의 결단을 재촉하는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의안이 여당과 군소3당의 연합으로 통과되더라도 정국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나라당이 적극적인 실력 저지에 나설 것이므로 지난해 말 사학법 파동 때와 같은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동의안 통과 후에는 위헌소송 등으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인식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sskiss@hankyung.com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둘러싼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처리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국가 최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소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헌법재판소로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야당의 대응 방안이 각각 다르고,청와대 입장 또한 차이가 있어 사태 해결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여당이 일부 야당과 공조를 통해 헌재소장의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임명 절차와 관련한 위헌 시비가 또다시 불거져 나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떻게 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헌재소장 공백사태 파문은 청와대가 자초

헌재소장 임명 파문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자초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정부는 전효숙 후보자가 재판관을 사직토록 한 뒤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직 헌법재판관이던 전씨를 소장으로 임명하면 남은 임기(3년)만 근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기 6년을 보장해주기 위해 편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전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 문제다.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의 전화를 받고서 사표를 내고,편법적인 임명절차를 수용한 것은 헌재 소장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유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을 수호하고 해석하는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임명과정에서부터 이처럼 적법성과 자격 시비에 휘말려서는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

여당,'임명동의안 절차문제는 국회서 보정 가능'

여당쪽에서는 전 후보자 지명철회나 자진사퇴 요구를 정치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6년 전 윤영철 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때도 이번처럼 절차상 잘못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임명 동의안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협의해 이를 보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효숙 인사청문회건을 법사위에 회부,논의함으로써 절차상 결함을 보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사과하고 열린우리당이 법사위 청문회를 수용한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막무가내로 버틴다면 이는 헌재를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 후보자의 부적격 여부 또한 한나라당이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 참여해 표로써 의사표시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가 정쟁이나 주도권 다툼의 도구가 될 수 없으며 국가 최고헌법기관 수장의 공백사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후보자 지명 철회나 후보 자진사퇴해야'

한나라당에서는 전효숙 전 재판관은 사표가 수리된 민간인 신분이므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될 수 없으며 국회법이 규정하는 인사청문특위의 청문 대상이 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번 헌재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원천무효이며,위헌이므로 전효숙씨를 헌재소장에 임명하려면 헌법을 바꾸든지 아니면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에서 먼저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한 뒤 재판관으로 임명한 다음 소장 인사청문 절차와 국회 임명동의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헌법은 편의적으로 해석되거나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며 "대통령이 전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전 후보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재가 독립적 헌법보호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립하고 '국민의 헌재'가 되려면 헌재소장 임명문제는 반드시 적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소장 인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국가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의 수장인 헌재소장의 임명에 법적 하자나 편법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국회가 정치적 흥정을 통해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헌재소장 임명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법 혼란을 몰고올 헌재소장의 공백 사태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는 청와대와 여당이 해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은 헌재소장 인선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전씨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지적들을 겸허하게 수용함으로써 헌재소장의 인선이나 임명과정에서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용어 풀이

◆헌법재판소의 의미=최고 실정법인 헌법에 관한 분쟁이나 의의(疑義)를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특별재판소.1960년 헌법재판소 설치가 규정됐으나 5·16 군사정변으로 무산됐으며 1987년 개정 헌법에서 다시 도입돼 1988년 출범했다.

◆헌법재판소의 기능=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탄핵의 심판,정당의 해산 심판,국가기관 상호 간 및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맡는다.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헌법재판소의 구성=법관 자격을 가진 사람 중에서 대통령과 국회,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선임하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며,국가 서열 4위의 독립기관장으로 법률상 대법원장과 동급이다.

임기는 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