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골동품이 하나 있다.
여러명의 골동품 애호가가 서로 사겠다고 경쟁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변수가 없다면 마지막 사람이 남을 때까지 골동품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선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셋값 급등문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은데,전세 물건이 많이 달리는 상황이다.
간단히 말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왜 갑자기 전세 물량이 부족하게 됐는지에 대해선 정부와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이사철에 따른 계절적 요인 때문에 수요(전셋집을 구하는 사람)가 일시적으로 공급(전세 물량)을 초과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셋값 급등현상에 대한 진단이 다른 만큼 처방도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전셋값 얼마나 올랐나
부동산 시세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전달보다 0.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0.2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은평구(0.85%) 강서구(0.64%) 성동구(0.61%) 노원구(0.54%) 관악구(0.33%) 등 강북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치를 웃돌았다.
특히 9월 들어서는 1주일에 0.5% 안팎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상승률도 상승률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촉발된 전셋값 상승세는 빠른 속도로 강남 및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요즘은 어딜 가든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값도 많이 뛰었다.
노원구 상계동 우성공인중개소 이맹주 사장은 "전세 물량이 동이 났는데도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꾸준하다"고 전했다.
성북구 돈암동의 두산부동산랜드 관계자는 "인근 4000여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20평형대 전세 물건이 한 개도 남아있지 않다"며 "수년 동안 중개업에 종사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시적 원인' vs '구조적 원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정부는 '일시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10월이면 전세시장이 안정을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언론들이 '전세대란'을 과장 보도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정부는 전셋값 상승의 세부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을 지적한다.
우선 가을 이사철과 결혼시즌 등 계절적인 요인이다.
올해는 이른바 '쌍춘년 효과'로 인해 예년보다 결혼으로 인한 전세 수요가 늘었다.
또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던 2004년 전세 계약분이 올해 갱신되면서 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계절적 요인이 해소되는 10월 이후에는 전세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말과 외환위기 직후 등 주택 부족 시기에도 예외 없이 10월마다 전셋값 상승률이 대폭 둔화됐던 선례에 비춰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전셋값 안정대책은 △영세민·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확대 △불법 임대차계약 여부 실태 파악 △중·장기적인 임대주택 확대 등에 그쳤다.
모두 임시 방편적인 대책이거나 기존 대책을 재탕·삼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전셋값 급등현상은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며,정부 주택정책의 부작용인 만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규제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과세 강화 정책으로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늘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셋값이 뛴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택안정화 대책의 결정판인 지난해 '8·31 대책' 발표 때 전세대란 문제가 이미 예견됐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 △집값 급등으로 주택 매수 대기자들의 사려는 의지 감소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연기 △까다로운 전세금 대출 규정에 따른 자금 압박 △재건축·재개발 등에 따른 이주 수요 급증 등이 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수요·공급이란 시장원리로 전셋값 급등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아파트의 공급을 크게 확대해 가격 안정을 꾀하는 길만이 근본 대책이란 주장이다.
◆여전히 낮은 주택보급률
서울 및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교통부가 작년 시·도별 주택보급률을 조사한 결과,서울의 주택 수는 232만1900채로 총 가구 수 258만7500가구 대비 26만5600채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보급률은 89.7% 수준.서울에 사는 열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거주할 곳이 없다는 얘기다.
경기도 역시 주택이 273만6200채로 가구 수(271만5700가구)를 조금 넘는 정도(100.8%)여서 적정 수준(통상 120~130%)에 크게 미달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유입률을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정부가 가구 수를 산정할 때 1인 가구(독신·이혼가구 포함)를 제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 물량 부족은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중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적정 주택 수가 부족한 탓에,상당수 서민들이 통계에서 1가구로 잡히는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이 같은 주택부족 문제를 외면하고선 전셋값 급등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조재길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road@hankyung.com
여러명의 골동품 애호가가 서로 사겠다고 경쟁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변수가 없다면 마지막 사람이 남을 때까지 골동품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선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셋값 급등문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은데,전세 물건이 많이 달리는 상황이다.
간단히 말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왜 갑자기 전세 물량이 부족하게 됐는지에 대해선 정부와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이사철에 따른 계절적 요인 때문에 수요(전셋집을 구하는 사람)가 일시적으로 공급(전세 물량)을 초과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셋값 급등현상에 대한 진단이 다른 만큼 처방도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전셋값 얼마나 올랐나
부동산 시세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전달보다 0.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0.2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은평구(0.85%) 강서구(0.64%) 성동구(0.61%) 노원구(0.54%) 관악구(0.33%) 등 강북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치를 웃돌았다.
특히 9월 들어서는 1주일에 0.5% 안팎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상승률도 상승률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촉발된 전셋값 상승세는 빠른 속도로 강남 및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요즘은 어딜 가든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값도 많이 뛰었다.
노원구 상계동 우성공인중개소 이맹주 사장은 "전세 물량이 동이 났는데도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꾸준하다"고 전했다.
성북구 돈암동의 두산부동산랜드 관계자는 "인근 4000여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20평형대 전세 물건이 한 개도 남아있지 않다"며 "수년 동안 중개업에 종사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시적 원인' vs '구조적 원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정부는 '일시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10월이면 전세시장이 안정을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언론들이 '전세대란'을 과장 보도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정부는 전셋값 상승의 세부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을 지적한다.
우선 가을 이사철과 결혼시즌 등 계절적인 요인이다.
올해는 이른바 '쌍춘년 효과'로 인해 예년보다 결혼으로 인한 전세 수요가 늘었다.
또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던 2004년 전세 계약분이 올해 갱신되면서 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계절적 요인이 해소되는 10월 이후에는 전세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말과 외환위기 직후 등 주택 부족 시기에도 예외 없이 10월마다 전셋값 상승률이 대폭 둔화됐던 선례에 비춰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전셋값 안정대책은 △영세민·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확대 △불법 임대차계약 여부 실태 파악 △중·장기적인 임대주택 확대 등에 그쳤다.
모두 임시 방편적인 대책이거나 기존 대책을 재탕·삼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전셋값 급등현상은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며,정부 주택정책의 부작용인 만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규제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과세 강화 정책으로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늘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셋값이 뛴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택안정화 대책의 결정판인 지난해 '8·31 대책' 발표 때 전세대란 문제가 이미 예견됐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 △집값 급등으로 주택 매수 대기자들의 사려는 의지 감소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연기 △까다로운 전세금 대출 규정에 따른 자금 압박 △재건축·재개발 등에 따른 이주 수요 급증 등이 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수요·공급이란 시장원리로 전셋값 급등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아파트의 공급을 크게 확대해 가격 안정을 꾀하는 길만이 근본 대책이란 주장이다.
◆여전히 낮은 주택보급률
서울 및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교통부가 작년 시·도별 주택보급률을 조사한 결과,서울의 주택 수는 232만1900채로 총 가구 수 258만7500가구 대비 26만5600채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보급률은 89.7% 수준.서울에 사는 열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거주할 곳이 없다는 얘기다.
경기도 역시 주택이 273만6200채로 가구 수(271만5700가구)를 조금 넘는 정도(100.8%)여서 적정 수준(통상 120~130%)에 크게 미달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유입률을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정부가 가구 수를 산정할 때 1인 가구(독신·이혼가구 포함)를 제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 물량 부족은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중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적정 주택 수가 부족한 탓에,상당수 서민들이 통계에서 1가구로 잡히는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이 같은 주택부족 문제를 외면하고선 전셋값 급등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조재길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