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잘 이해해야 논술 방향이 술~ 술~

[이석록의 파워 논술특강] 65. 논점을 찾아라
논술문을 쓰기 위한 텍스트의 문장은 논술에서 직접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논술을 올바르게 쓰기 위해서는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제시문 각각의 문장은 제시문 독해의 길잡이면서 동시에 논술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다.

물론 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배경 지식이 있으면 그만큼 수월해지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을 전후 문맥을 통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읽어 가면 충분히 논점을 찾을 수 있고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논제를 주고 논술에서 다음 문장을 활용하도록 한 2005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 문제에서는 주어진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각각이 논술을 하는 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 보자.

①큰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큰 깨달음이 없다. 의심나는 것을 쌓아놓고 모호하게 두는 것은 캐묻고 따지는 것만 못하다.

(홍대용,담헌집)

②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공자,논어)

③사실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해석뿐이다.

(F.W.니체,권력에의 의지)

④진리를 발견하는 것보다도 오류를 인식하는 편이 훨씬 쉽다.

오류는 표면에 나타나 있으므로 쉽게 정리할 수 있지만,진리는 깊은 곳에 숨겨져 있으므로 그것을 탐구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J.W.괴테,잠언과 성찰)

⑤어떠한 사람의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아니다.

(J.로크,인간 오성론)

①의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의심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의심은 회의론자의 의심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의심은 진리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여기서 방법론적 회의론을 주장했다고 하는 데카르트를 떠올리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면 ②는 무슨 의미를 지니는 문장일까? '아는 것'은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뜻한다.

그러니까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란 무엇일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를 아는 것일 것이다.

결국 이 문장이 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분별심이 바로 아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하나 더 깨달을 수 있는데,이 논제에서 말하고 있는 '사물'을 사람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물을 '세계'로 바꾸어 논제를 이해하면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논제가 될 수 있다.

③은 상식에 반하는 말이라서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우리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해석'이라고? 그러니 이 말을 이해하려면 여기서 말하는 '해석'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책상은 존재하는가?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책상은 과연 무엇인가? 책상이 우리의 눈에 보인다고? 맞다.

그런데 우리 눈에 맺힌 그 상을 '책상'이라고 판단하고 '책상'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눈 망막이 아니다.

우리의 두뇌가 그렇게 한다.

그렇다면 책상을 책상으로 보는 것은 우리의 망막이 아니라 두뇌다.

그런데 우리의 두뇌는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정보들로 조직되어 있다.

이 정보들에 입각해서 지금 내 눈의 망막에 비치는 것을 책상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니 존재하는 것은 '사실로서의 책상'이 아니라 '해석으로서의 책상'이 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해석이 틀리는 경우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이 '해석'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④문장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잘한 것을 잘 보지 못해도 잘못한 것은 잘 보니 말이다.

또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하기는 어려워도 무엇이 사랑이 아닌 것은 잘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하나 더 말하는 것은 그러니 진리 탐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 누가 해야 하는가? 표면에 나타나 있는 것을 넘어서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것을 포착해 낼 수 있는 사람,그런 사람은 누구일까? 그런 훈련을 받은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학자'라고 부른다.

그러니 이 문장은 또한 지식 탐구를 위해서는 특별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진리를 탐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이 되겠다.

⑤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더 깊은 뜻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은 자신의 경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경험'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될 것이다.

통상 경험은 자신의 몸이 겪은 것을 말하는데,경험의 의미를 더 넓히고 싶은 사람은 그래서 이를 '직접 경험'이라 하고 남의 몸이 겪은 것을 '간접 경험'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문장은 로크가 한 말인데,로크는 우리가 다 들어본 이름이고 경험론자라는 점은 알고 있다.

그런데 경험론자들이 말하는 경험이라는 것은 상당히 좁은 의미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경험은 통상 감각 경험이다.

그러니 로크가 한 말은 인간의 지식 경험은 감각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올바른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의심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도 있고,진리는 표면 밑에 숨겨져 있어서 진리를 발견하는 것은 오류를 발견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글도 있다.

그러니 이 두 글은 진리가 있다는 것,그리고 그 파악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의 경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글도 있고,표면 밑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되는 객관적 사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글도 있다.

이렇게 정리하면 이 글에 나타나 있는 쟁점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란 외부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말하는 것인가,아니면 외부 사물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대한 성찰인가? 그리고 사물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가,아니면 애당초 그런 인식이란 불가능하고 우리는 단지 자신의 경험의 한계에 갇혀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아니면 모든 것은 우리가 해석한 것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관점이 주된 문제 의식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해서 제시문을 분석하면 된다.

stonelee@megastud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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